2003/02/07,12:08:32
tv를 보다가 살며시 잠이 들었다.
흔히 있는 나의 잠자는 습관이다
어느 사람이 돌아가신 부모님을 그리며 동네 노인들을 모시고 10여년을 경로잔치를 열어 주고 월 50만원씩 적금을 들어 3천여만원이 되면 고향마을 어른들을 여행시켜 드리려는 꿈을 키우는 내용이다
꿈 속은 분명 아닌고 잠결에 들리는 tv속 이야기인데 그 얼마나 일찍 돌아가신 부모님을 못 잊어하는 마음이 크면 고향친구를 통해 10여년을 경로잔치를 해 드렸을까? 얼마나 부모님이 그리우면 저럴까?어느 젊은 사람의 사모곡이라는 마음이들면서 선잠이 깨고 잠이 오질 않는다.
작년 아니 3년 전
3일간의 휴가를 얻어 내장산 단풍구경을 계획하고 고속도로에서 여행을 좋아하는 매제에게 전화를 하니 여행을 같이 여행을 하자 동의하여 내장산을 거쳐 백양사에서 만나 곱게 물든 단풍을 즐기고 변산반도 쪽으로 가려고 방향을 바꿨는데, 여동생이 한 말이 생각나 변산반도행을 포기하고 말았다. 부모님께서는 대한민국 전국을 다니셨는데 아직 설악산 구경을 못하셨다는.....
부모님께 여행 준비하시라고 전화드리고 차를 고향을 돌려 두 분을 모시고 바로 1빅2일의 설악산여행을 시작하였다.
통일전망대를 둘러 설악산에서 1박하고, 아침 일찍 서둘러 권금성 올라가는 케이블카를 타려니 3시간 후라야 탈 수 있어 포기하고 울산바위로 발걸음을 바꿨다. 계조암 앞에서 흔들바위를 보시던 아버님께선 이야기로만 듣던 흔들바위를 한번 흔들어 보시고 싶어하신다 옆에 있던 프로사진사가 방향과 요령을 가르켜 주어 당신께선 흔들바위의 흔들림을 느끼고 그렇게 좋아하셨다
잠시 후 울산바위 밑까지 갔다가 보고 올 생각이었는데 당신들께서는 울산바위를 올라가시겠다는 고집을 피우신다
만류해도 되지 않아 두 분을 앞세우고 혹시 있을 불상사를 생각하며 조심조심 뒤를 따르는데 하산하는 사람들의 반응이 각각이다. 70대 호호백발의 한복 입은 노부부가 울산바위를 올라가니 걱정이 되어 내려 가시라, 건강하신 두 분을 올라가셔도 된다는 등...
걱정이 되어 내려 가라는 사람들에게 당신께선 "내가 울산바위를 살아 생전에 다시 올 수 있겠소 이렇게 왔을 때 올라가 보고 죽어야지"하시며 올라가시는 것을 포기하지 않으셨다.
이러 저러는 동안에 두 분은 관광객들의 박수를 받으며 울산바위 정상까지 올라 가셨고, 이렇게 호호백발 노부부가 올라온 적이 없다는 사진사 아저씨의 이야기를 들으며 기념사진을 촬영하였다. 정말 두 분 보다 건강한 부모님을 모시고 있는 것이 행복하고 가슴 뿌듯했다. 내년에 다시 모시고 와야지 마음속으로 다짐하며 울산바위를 내려와 백담사로 향했다.
한 달 후면 팔순생신이고 결혼 60주년이 되는 두분께서 건강하시니 울산바위 같이 마음이 든든하다
이 밤 고향에 계신 부모님이 건강히 백년해로하시길 기원하면서 울산바위의 추억을 생각하며 다시 잠을 청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