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일요일은 내게 중요한 날이다
지난 해 설악산 여행 시 밀려온 행락객들로 인해
케이블카를 태워 드리지 못하고 돌아 온 후
연로하신 두 분을 언제 태워드릴 수 있을까 내심 불안해 하며
두 노인을 모시고 꼭 다시오리라 마음 속으로 다짐한 것이 있는데
그 약속을 지킬 수 있는 날이기 때문이다
일주일 전 설악산 쪽으로 방을 예약하고 전화를 드리니
건강이 나쁘고 가을 걷이가 덜 끝나 못가신단다
가을 추수나 거들고 휴가를 보내려다 비싼 돈 물어가며 그럴 필요 없다며
2박3일 계획을 1박 2일로 단축해 설악산을 다녀 왔다
마음이 편치 않던 차
어머님 생신을 핑계로 여행을 할 기회가 생겼다
처음엔 대천쪽으로 방향을 잡았다가
케이블카 생각에 방향을 설악산으로 돌렸으나 주말의 잠자리가 문제였다
인터넷으로 민박을 몇 군데 알아 놓고 비가 내리는 날씨에
무작정 출발하고 나니 걱정이 앞선다
장거리 운전과 비가 오면 정작 케이블카가 정상 운행할런지?
두시 넘어서 출발했는지라 홍천을 지나자 어두워 진다.
비는 더 내리고
진부령에서 속초야경을 보여 드릴 양 내리다가
칠흑같이 어두운 밤 비바람에 몰려 차안으로 밀려 들어 오고 말았다.
당신들은 어제 여행하고 오늘 장거리 여행을 하시니 무척 힘들어 보인다
괜스런 욕심에 송구스런 마음이 앞선다.
적어 간 민박집에 전화를 걸어 마중 나오게 해 찾아간 곳 "외갓집민박"
노인을 모시고 왔다며 쉽게 안방을 내어 주고
먹던 밥과 국을 권하는 아주머니는 영락없는 외숙모 같다.
구들장이 눌 정도로 뜨거운 방바닥에 여행의 피로를 다 씻어 내고
상쾌한 아침을 맞았지만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다.
미역국을 끓이고 찰밥을 지어 초라하나마 정성들인 생신아침을 준비해 드리고...
설악동 공원에 도착하자 전국의 행락객이 다 모인것 같다
다행히 케이블카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들 덕분에
오래기다리지 않고 권금성에 오를 수 있었다.
오르는 도중에 신흥사와 설악동을 볼 수 있었으나
중간부 이후 부터는 비와 안개로 조망이 전혀 없어 아쉬웠다.
그래도 안개속의 설악은 설악이고 그곳에 있었다.
40여명이 타는 케이블카에서 내리자 권금성까지 빗속을 걸어가는데
우산을 들고 가니 어머님 어께가 젖는다며 비닐비옷을 건네 주는 여행객이 고마웠다.
코큰 외국인, 얼굴 까만 외국인, 일본인도 있고 @#$%무순말인지 시끄러운 중국인,
강한 전라도 억양의 아주머니, 시끄러운 경상도 아저씨들
그야말로 전국에서 이 비오는 중에도 관광을 왔다
권금성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안개속에 보이지 않는 전망을 설명하고
천길 절벽이라 위험하다는 바위 위를 성큼 올라서신 아버님
앞에 선 코큰 외국인에게 엄지손가락 치켜세우며 "코리아 넘버 원"하며 밝게 웃으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