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공룡능선-설악이 다시 부른다

가야산도사(倻山) 2005. 6. 1. 15:45

1.개황
  위치 : 강원도 양양군 서면,강현면, 속초시, 인제군 북면
  고도 : 1,707.9m 공룡능선 최고봉 1,275m)
  날씨 : 맑고 화창함
  코스 : 오색-설악폭포-대청-소청-회운각-무너미고개-공룡능선-마등령-비선대-설악동

2.시간대별 산행일지
  5.28  21:00 대구 동구청 출발
  5.29  02:45 오색출발
         03:35  제1쉼터  (오색서 1.3k)
         04:11  설악폭포(   "       2.3k)
         04"48  안부      ( "         3.0k, 대청 2k)
         05:20  제2쉼터
         05:44              ( "         4.0k, 대청 1k)
         06:24  대청봉
         07:00  중청봉(아침식사)
         07:48  소청봉
         09:00  회운각 (09:25 회운각 출발)
         09:54  신선봉
         11:08  샘터
         11:52  1275봉 안부(회운각 3.0k 마등령 2.0k,  점심, 휴식)
         14:50  마등령 안부
         15:06  마등령 정상(1,320m)
         15:21  샘터 ( 비선대3.0k, 마등령 0.5k)
         15:53         (비선대 2.5k, 마등령 1.0k)
         16:54  비선대 상단부
         17:46  비선대
         18:40  설악동
        
3. 설악이 다시 부른다

설악산, 대청봉,중청봉,소청봉,
회운각,무너미고개,

신선봉,나한봉,마등령,
세존봉,금강문,비선대.

설악산을 다녀온 사람들이라면 위 지점이 눈에 선할 것이다.
공룡능선을 탄 사람만이 알 수 있는 각 지점 마다의 기억 또한 새로울 것이다.

설악산을 수 차 다녀오고 특히 공룡능선을 작년 시월에 다녀온 터,
지난 성주마라톤에서 입은 부상으로  특별산행 공지가 올라오고부터 적잖이 고민을 했다.
공룡능선은 산행을 즐기던 나에게 다가온 가슴 벅찬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룡능선과 첫 대면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 쿵쾅 뜀을 감출 수 없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신비로운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그 능선들,  동양화 속에서만 보아왔던 화가의 뇌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그림 같은 선들-
무릎이 아파도 다리가 아파도 가자. 그래서 꼬리를 달았다.


다리를 쭉펴고도  넓은 좌석의 고급 리무진버스에서 인사말이 있을 때 천불동계곡을 가려는 회원들에게 공룡능선에 대해 간단히 설명했다.
그래서 마음 바꾸고 코스를 변경한 사람이 몇 명 있었다.
약 15시간여의 장거리 산행에 따른 무리. 덥고 다리가 아프고 목 마르고 최악의 조건은 다 경험했을 터. 그래도 낙오없이 사고 없이 무사히 종주한 회원들께 감사할 따름이다.
당시는 괴롭고 원망스러웠을지 몰라도 가장 진한 추억으로 자리할 것이라 의심치 않는다.


풍덩 뒤어 들고 싶은 충동을 주는 그림 같은 운해,  섬 같이 떠 있는 울산바위,
그 속에서 햇빛을 받으며 빛나는 수백 수천의 암봉들,
서북능선에서만 볼 수 있었던 에델바이스, 지천에 늘린 붓꽃, 흐드러지게 핀 설앵초 그리고 귀한 흰붓꽃.... 내겐 이래서 설악을 다시 찾을 수 있는 힘을 주는가 보다.

산행의 피로와 하산주로 먹은 소주 한 잔으로 집으로 돌아 오는 버스에서 오랫만에 길고도 깊은 잠을 잘 수 있었다.
[잊기 쉬운 기억을 여기에...]



설악산을 수 차 다녀오고 특히 공룡능선을 작년 시월에 다녀온 터,
지난 성주마라톤에서 입은 부상으로  특별산행 공지가 올라오고부터 적잖이 고민을 했다.
공룡능선은 산행을 즐기던 나에게 다가온 가슴 벅찬 추억의 장소로 남아 있는 곳이기 때문이다.
공룡능선과 첫 대면하던 그 때를 떠올리면 지금도 가슴이 쿵쾅 쿵쾅 뜀을 감출 수 없다.
-아침햇살을 받으며
-피어나는 안개 속에서 나타나는
-신비로운 실루엣으로 다가오는 그 능선들,  
-동양화 속에서만 보아왔던
-화가의 뇌리에만 존재하는 것으로만 알았던
-그림 같은 선들-
무릎이 아파도, 다리가 아파도 가자. 그래서 과감히 꼬리를 달았다.

설악산을 갈 때에는  소시적 소풍 가기 전날 잠 못이루고 밤세워 준비하듯 산행 준비 목록 적어 놓고 배낭에 넣었다가 내어 놓았다를 수차례 반복하며 밤새 설레이던 추억, 흡사 군인이 전장에 나라는 비장함이 있었는데 이번엔 그러하질 못하다.

며칠 전부터 드라마 "토지"촬영세트장이 있는 하동엘 가자고 조르는 아내와 같이 쉬는 토요일 아침식사 후 느긋하게 10시경 출발해 하동 섬진강가에서 시원한 산골 맛이 살아 있는 제첩국으로 점심을 먹고 최참판댁과 촬영세트장을 찾아 관광을 하다가 무박산행이 생각나 부랴부랴 대구로 차를 몰아 도착한 시간이 오후 7시 경. 그러니 산행 준비가  되질 않는다. 가까이 있는 마트에 가서 간식용 인스턴트식품을 사고 김밥과 도시락 싸고, 헤드렌턴 기타 장비 챙기고 출발시간은 다가오고...바쁘다 바빠.   이래 저래 준비하고 아내에게 부탁해 집결지인 동구청까지 승용차를 이용해 약속시간 10분 전에 도착하니 일행들이 반긴다.

우리를 태우고 갈 차량은 고급 리무진버스. 28인승이다. 1석과 2석줄 등 3열로 좌석간 공간과 옆사람과의 공간이 넓은 그야말로 그간 타고 다니던 버스에 비하면 승용차에 견줄만한 호화스러운 차였다. 안동에서 추가로 3명이 승차하고 각자 소개를 하는 도중 설악산을 가면 공룡능선을 꼭  보라며 인사겸 주문을 하자 차내는 한동안 술렁이기 시작했다 -공룡능선(A코스)과 천불동(B코스)로 나누어 산행키로 했기 때문에-차는 목적지 한계령까지 조용히 그러나 힘차게 달렸다.

한계령을 힘겹게 넘어가는 버스가 좌우로 회전을 많이 해 잠이 깨고 굽이 굽이쳐 올라가고 내려가는 바람에 멀미가 시작되고 머리가 아파오기 시작한다. 새벽 2시 반경 목적지 오색에 도착하자 하차한 일행들 모여서 스트레칭으로 몸의 긴장을 풀고 잠을 깨웠다, 깜깜한 밤칠흑같이 어두운 오색의 남걸악관리소 출입문이 열리고 산행은 시작되었다.

대열의 후미를 맏아 무전기를 하나 들고 뒤쳐진 회원이 없나 살펴가며 어둠 속에서 일행들은 일렬로 헤드렘프를 반짝이며 대청을 향해 올라간다. 서울 아니 일산에서 온 40여명의도 일행이 되어 같은 방향 같은 목적으로 산을 오른다. 어둠속에서...
제1쉼터에 도착하니 온몸에 땀이 솟아 오른다.잠시 휴식 후 다시 걸음을 재촉해 설악폭포까지 올라가자 선두에 가던 일행들이 쉬었다가 우리가 도착함을 확인하고 그들은 출발한다. 후미에서 뒤쳐저 따라오던 가슴속바람 내외가 약 5분 후에 도착해 조금 더 쉰 뒤 그들과 같이  산행을 같이 계속했다. 제2쉼터에 도착할 쯤 여명이 밝아오고 해서 호흡을 가다듬으며 뒤를 돌아보니 동양화와 같은 운해가 펼쳐진다. 맑은 새 울음소리 외에는 고요한 아침이 운해에 잠겨 고요함과 정적뿐이다.
대청봉 정상을 1km쯤 앞둔 경사가 완만한 능선에 올라서자 보라색 엘레지가 눈에 들어온다. 그리고 흐여멀겋게 색바랜 철쭉들도 보인다. 대청에 가까와 질수록 운해에 잠겨 있는 천불동 계곡 쪽으로 눈이 간다.

드디어 대청봉, 지난 해 가을에 왔을 때는 안개 속에서 정상인지도 모르고 사람들이 많이 모여 있어 지체구간인 줄 알았을 정도였는데 이젠 호젓한 정상이다.  너무 조용한 정상이 이상하다. 먼저 정상에 도착한 일행 모두들 기념촬영하기 여념이 없다.
대청봉에 서서 사방을 둘러보니 확 트인 시야엔 그침이 없다.화채봉과 화채능선이 보이고 눈에 익은 공룡능선의 신선봉과 1,275봉도 보이고 범봉도 보인다. 멀리 공룡의 꼬리 나한봉과 마등령도 보이고 운해가 가득 찬 천불동 계곡 앞에는 천화대, 저 멀리엔 금강문과 비선대, 더 멀리엔 뤃산바위가 섬같이 떠 있다. 한폭의 거대한 동양화가 이 가슴을 다시 두근 두근하게 한다.

대청에서 중정봉을 내려가는 길, 대청봉으로 올라오는 산행객들이 많다 어린아이도 있고 허리가 꼬부라진 할머니도 있다. 젊은 남녀가 있고 스님도 산을 올라 오는데 길가엔 붉게 핀 때 늦은 철쭉이 만발해 있다. 고산의 찬바람을 맞으며 겨울을 이겨낸 고난의 결실이 저리도 고운 색으로 꽃을 피우는구나 싶다.

일행 중 일부는 천불동계곡으로, 일부는 공룡능선으로 나뉘어 하산했다.
한 부부도 나의 꼬드김에 공룡능선을 가기로 했다. 처음 먼저 간 5명이 어디로 갔는지 행적이 묘하다. 무전으로 휴대전화로 찾다가 포기하고 신선봉에 올라 조망을 하고 있던 중 먼저간 5명이 신선봉 정상을 거쳐 우리와 합류했다.

공룡능선 중간  쯤에서 식수가 떨어졌다. 샘터에서 먹고 물병에 물을 채웠지만 물이 부족할 것 같아 아무래도 불안하다.

1275봉을 직전에 두고 오르는 길에서는 거의 탕진하다시피 오르는데 왼쪽 무릎위쪽 근육에 경련이 온다. 그동안 체력관리를 잘못한 탓일까? 1275봉 고갯길에서 동행한 문원장에게 도움을 청해 침으로 응급처치를 하고 점심을 먹었다. 아직 갈길이 먼데 다리는 근육경련이 오고 식수는 바닥이 나고....어찌할거나?

나한봉을 힘겹게 오르는데 일행들 모두 지친있다 산이 좋아 그렇게 종알되던 여자일행들도 거의 입을 다물고 선두와 후미가 거리가 자꾸 멀어져 결국은 두팀으로 갈라졌다. 나한봉 정상에 오르니 마등령 고갯길에서 선두팀이 손을 흔들며 빨리 오라 소리친다. 모두들 물이 떨어져 마등령까지만 가면 물이 있다는 희망으로 열심히 그러나 천천히 이동한다.

마등령 고갯길에 도착했지만 식수가 없다. 올라오는 산행객에게 물으니 마등렬정상(1,326.7m)에서 신선대쪽으로  내려가다보면 약 5백메타 지점에 샘이 있다는 말이 그리 고마울 수가 없었다. 한동안 내려가자 정말 졸졸 흐르난 샘이 있이 모두들 배가 부르도록 물을 먹고 빈병에 물을 가득채우고 나니 백석부자가 부러울 게 없다. 금강문을 지나 한참을 하산하다 보니 다시 오르막길이 이어진다. 모두가 이길을 처음 오는 터라 불안이 가중되고 있었다. 그러다 119에 전화를 걸어 확인하자 "그 길로 계속 진행하면 비선대로 올 수 있다"는 말을 듯고 산행을 계속했다. 다시 이어지는 내리막길. 두시간 쯤 내려가면 비선대에 닿을 것이란 희망으로 열심히 걸었다.

산 모퉁이를 돌자 설악골과 천불동 계곡에 연이어 있는 암봉들 여기가 천상인 듯하다. 한동안 풍광에 정신을 빼았겼다 뒤쳐져 오는 일행 부인에게 사진 찍어 줄테니 자세 잡으라고 하자 싫단다. 뒤에서 걸어오면서 훌쩍 훌쩍 울고 있었다. 중견 산악인이라 자처하던 그도 산행이 생각보다 힘겹자 뒤에서 울면서 하산하고 있었던 것이다. 결국 그 부부는 사진을 같이 찍지 못했다.

지루하게 내려오던 하산길도 긑이 보이기 시작했다. 금강굴이 있는 암봉이 보이고 그 암봉에 자일을 걸고 암벽등반하는 두세명이 보이고... 그 아래로 금강굴 계단이 보이고... 금강굴을 올라가는 청춘남녀가 보이고... 아 비선대에 드디어 도착했다.

불이 곧 날 것 같이 화끈거리는 발을 비선대 맑은 물에 담그고 땀으로 뒤범벅된 머리를 차가운 물에 씻으니 다 소진되었던 힘이 다시 충전되기 시작했다.  마등령 내리막길에서 울고 내려오던 그 부인도 생긋 웃으며 기운을 차렸다. 지루한 하루의 산행은 그로부터 한시간 후에 설악동에 도착하며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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