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아 천년 죽어 천년! 덕유산 향적봉에 오르면 고목이 된 주목나무 군을 볼 수 있다. 속살이 붉은 색이라 하여 붉을 朱자를 써 주목이라 하지만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고 오래된 고목임에는 틀림없다. 만약 사람처럼 이 고목 나무가 살아온 역사를 말할 수 있다면 어떤 말을 할까? 수천 년 고산준령에 우뚝 서서 만고의 풍상을 겪은 벌거숭이 고목 나무는 세월의 무상함을 웅변하고 있는 듯하다. 한자리에서 이처럼 오랜 세월 버티고있는 고목 나무에 비하면 인간의 수명은 찰나에 불과한 것을…. 사람이 철들어 활동하는 세월은 불과 4-50여 년에 불과하다. 인간은 누구든지 피안의 세계에서 올 때 망각의 강을 건너야 하고, 또 죽어서 돌아갈 때 다시 한번 그 강을 건너야 한다. 이는 윤회 전생설(前生設)의 한 토막 이야기에 불과 하지만, 사실 사람은 과거나 미래에 대해서 아무것도 모른다. 단지 현생에서 사회적 동물로 공동체 생활을 하면서 서로 교제하고 행위하며 그로부터 생기는 책임과 의무를 다해야 하는 존재이며 다만자유스럽고 구속 받지 않는 가운데 행복한 생활을 누구나 원한다. 그러나 구속은 남이 만들고 나의 책임과 의무를 소흘이하고 법을 지키지 않았을때나 내 마음이 만들어 완전한 자유는 없고 제한된 자유 속에서 살아갈수 밖에 없다. 나는 이런 생각을 해보았다. 사람이 100년을 산다면 36,500일. 그 중에서 내 의지대로 사는 것이 1만일 정도라고 본다면 남을 미워하고 싸워야 할 시간이 없다. 나에 대하여 생각하기도 바쁜 시간이며 남을 돌아볼 시간이 없다. 그러나 나 자신도 모르면서 온종일 남을 헐뜯고 미워하며 살아간다고 생각할 때 얼마나 어리석은지 한심한 생각이 든다. 남의 허물은 보기 쉽고 나의 허물은 보기 어려우며 나의 나약함은 기만하며 자기 행위를 정당화 하는 구실과 결백하다는 환상에 사로 잡혀 있다. 선인선과 악인악과(善因善果 惡因惡果)! 이것이 업이다. 즉 좋은 일을 하면 현재와 미래에 좋은 결과가 오고 나쁜 일을 하면 현재와 미래에 나쁜 결과가 온다는 지극히 당연한 말이다. 좋은 씨를 심으면 좋은 수확을 거두고 나쁜 씨를 심으면 나쁜 수확을 거두는 이치다. 행위의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인격을 형성한다. 즉 순간적인 생각이 업을 형성하여 흥망성쇠 영욕과 득실, 행복과 슬픔이 끝없이 흐르는 것이다. 존재하는 것은 변하며 변하지 않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존재는 나타났다 사라져버리는 순환의 반복이며 시작이 있는 것은 끝이 있고 모든 것은 쉬지 않고 변화한다. 자연의 큰 생명력은 흙, 바람, 물, 구름 속에서도 순환하고 있다. 온 누리의 생명력은 만물을 생성케도 하고 소멸시키기도 한다. 어쩌면 자연의 생명력은 조물주요, 신이요, 여래일지도 모른다. 이 큰 생명력 속에 온갖 목숨이 무량으로 몸을 바꿔가며 나고 죽고 거듭 하면서도 어떤 법칙이 있으리라. 태어남은 죽음의 시작이요, 죽음은 태어남의 시작이다. 무엇이 좋은가? 내가 존재하는데 도움이 되는 것이다. 무엇이 나쁜가? 내가 존재하는데 방해되는 것이다. 살아서 천년 죽어 천년 동안 긴세월 한자리 에서 우뚝 선 고목 나무처럼 만고의 풍상을 웅변하며 자기 속에 대 자유가 있음을 보여주면 좋으련만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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