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살며 생각하며

아들의 휴가

가야산도사(倻山) 2003. 6. 5. 11:37

둘째의 첫 휴가
생각만 해도  가슴 설레이는 첫 휴가
내가 군대 생활 할 때 받은 첫휴가도 이처럼 떨리진 않으리
그리도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들의 첫 휴가

기다려도 기다려도 전화가 없다
큰 아들에 맏긴 둘째의 전화를 눌러본다

전화기를 통해 들리는 아들의 둘째아들의 목소리
이놈이 휴가 나온다는 소식만 전했지
-휴가 나왔다는 전화는 없었는데..., 괜스리 괴심함이 가슴을 채운다
-그래도 첫휴가 나오면 내게 첫 톨화를 할 줄 알았는데....

서운함을 가슴속에 묻고 도착시간 기다리고 있는데
전화 한통화가 나를 더욱 서운하게한다
  -"아버지 친구 만나고 좀 늦게 들어갑니다"-

그래 얼마만에 만나는 친구냐 얼른 친구 얼굴이나 보고 집에 오느라
기다리고 기다려도 이놈 얼굴을  보이지 않는다.
시계 바늘은 열두 시
그리고 한 시
또 30분
이제는 기다리지 말고 자자
마음을 다독이고 잠을 청하지만 참이 안온다
"이 놈이" 괘심함이 목까지 차 올라온다
친구가 좋지만 부모님께 인사하고 친구 만나겠지하며 자위하던 마음도 잠시

"이 자식 오면 문도 열어 주지 마라" 마음에 없는 소리를 지르며 잠을 청한다.
자식 교육 바로 못한 나의 소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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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어나자마자
작은방 문을 조심스레 열어보았다.
짧은 머리에 군복 내의를 입은 한 녀석이 침대를 차지하고 있다.
순간 밤새 괘씸하게 생각하던 서운함은 없어지고
그간 군생활에 얼마나 친구가 그리웠을까

이렇게 첫휴가는 서운함을 밤새도록 가득 채우며 시작한다.
이놈이 얼마나  첫휴가를 잘 보내고 귀대할지?
언제 고향 할아버지, 할머니께
첫 휴가 인사 드릴지 기대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