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산행(팔공산 동봉,서봉)
일요일엔 경산마라톤 참가 하기로 계획되어 있다.
토요일 아침에 혹시 같이 갈 사람이 있으려나 싶어 가산산성 번개산행을 올렸으나 같이
갈 사람이 없다.
나홀로 산행이 편한 걸 언제부턴가 잊고 있었는데...
목적지를 동봉으로 바꾸고부지런히 올라가면 일출을 볼수 있을 것 같아 수태골에 차를
세우고 05:40경 산행을 시작했다.
발 걸음마다 따라 오는 난쟁이 달 그림자가, 중천에 걸린달이 추석을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일깨워 준다.
어둠 속에서 추석 성묘를 다녀간 듯 어떤 묘지가 깨끗하게 정돈되어 있다. 괜히 남의 산소를
보니 명절마다 계속되는 묘소관련한 논쟁이 생각난다. 명절이 싫다. 묘소이야기가 싫다.
이 산 중에 내가 제일 먼저인 줄 알았는데 더 빨리 올라간 두 사람이 앞서 걸어 가고 있다.
놀랄까봐 헛기침을 하고 따라가다 추월하고, 중간지점 폭포에서 숨을 정리하고 잠시 쉬면서
동봉쪽을 보니 날이 훤히 새고 있다. 잘하면 일출을 볼 수 있을 것 같다.
동봉과 서봉 갈림길 삼거리에 도착하면서, 안개낀 동봉이 시야에 들어와 일출 보기를 포기하고
서봉을 오르면 새로운 팔공산의 아침을 볼 수 있을 것 같아 목적지를 바궈 서봉으로 향했다.
숲속에서 투구꽃과 오리모양을 한 꽃 등 야생화 몇을 발견하고 사진을 찍으려니 광선 부족이다
후레쉬를 터뜨리고 찍으니 마크로 초점이 맞질 않고 후레쉬 없이 찍으려니 셔트속도가 늦어
바람에 흔들린다. 아직 좋은 사진 얻기엔 이른 시간인가보다.
능선 안부에 오르니 동봉은 전체가 안개 속에 이미 숨었고 북쪽 부계쪽에는 한폭의 동양화
같은 운해가 펼쳐저 있다. 새벽산행온 보람이 여기에 있구나 싶다.
헬기장을 지나면서부터 세찬 바람이 불기 시작하더니 동봉쪽 안개가 서봉으로 무서운
속도로 달려오고 있다. 빨리 가지 않으면 서봉에서의 조망이 없어지겠다는 생각에 부지런히
서봉으로 향했다.
서봉에 오르자 대구쪽 과 한티재 방향 조망이 시원하게 펼쳐진다. 그 것도 잠시 이내 안개
속으로 사라진다. 모자가 날아갈 정도로 강풍이 몰아친다. 정상에 바로 서 있을 수 없다.
삼각대를 설치한 카메라가 바람을 이기지 못해 손으로 들고 셀카를 한 컷했다.
아침을 서봉에서 먹으려다 센 바람에 포기하고 하산하기로 했다.
하산길에 또 욕심이 동한다. 그래 동봉을 거쳐 하산하자. 동봉으로 향했다.여래입상이 있는
부근에서 추월해 지나온 부부가 동봉을 갔다가 하산을 하고 있다
동봉에 올라 안개 속에서 혼자 앉아 심호흠을 하니 가슴 속 깊은 곳까지 상쾌함이 전해진다.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중년 한 사람이 올라오면서 카메라를 보더니 "좋은 취미가지고 있군요"
하더니 자기는 대간과 정맥을 2년에 걸쳐 다니고 있는 중이라며 자랑이 대단하다.
그리고 수태골 주차장에서 50분만에 올라왔다며 어딘가에 전화를하더니 "동봉정상"이야
고함을 지르더니 이내 하산하였다.
.
하산길,
이른 아침을 먹은 등산객들이 삼삼오오 동봉을 향해 올라오고 있다.
무슨 할 이야기가 많은지 골짜기가 시끄러워진다.
하산 길 계곡물에 세수하고 나니 상쾌함이 배가된다.
다 내려와 뒤돌아 보니 동봉과 서봉에 걸린 구름이 걷혀져 있다.
팔공산 순환도로 가로수가 빨갛게 물들어 가고 있다.
벌써 가을인가 싶은데 어제가 추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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