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생명의 위험을 느끼며 한 야간산행

가야산도사(倻山) 2005. 6. 30. 15:55

장맛비가 전국에 걸쳐 내릴 것이란 일기예보에 수요야간산행은 또 틀렸구나 싶다.
그래도 공지는 올려야지 싶어 "산행은 쉰다,그러나 비가 와도 꼭 가고 싶은 회원은 나오라"는 공지글을 올렸다.

비 온다는 하늘은 점점 맑아지고 무더워지기 시작하는데 퇴근시간이 임박해 옴에 따라 공지글 조회 카운트는 올라가도 꼬리글을 다는 이가 없다.

병상에 누워 퇴근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아내에게 전화 한 후 집결지에 도착하니 소나기 온다는 일기예보에도 불구하고 날씨가 쾌청하기 때문인가? 팔공, 산하로, 그리고 무슨 클럽 등 4-5 무리들 수십 명이 우리 집결지를 차지하고 와글거리고 있다. 아무리 둘러보고 찾아봐도 우리 회원 얼굴은 보이질 않는다. 아무리 장마비가 온다지만 아는 얼굴하나 보이지 아니하니 서운하기 그지없다. 20시 정각이 되자마자 뒤도 돌아보지 않고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번 오르던 공룡능선을 가려 했지만 길을 어디서 잘못 들었는지 그 코스가 아니다. 계곡을 쉼없이 올라가니 몸에 열이 나고 그로 인해 안경에 김이 서려 불편하다. 한참을 오르니 바위 절벽 같은 코스가  두세 번 앞을 막는다. 설악산 후유증으로 발톱이 빠져 스리퍼를 신고 온게 후회되지만 어쩔 수 없는 일. 조심 조심.... 고도는 점점 높아가고... 어느새 대구시내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능선 높은 곳에 도착하니 먼저 올라온 이들이 자리를 비껴준다.

한모금 물로 목을 축이고 화려한 대구야경을 감상하다 보니 모두가 정상쪽으로 올라가고 나만 혼자 덩그러니 남겨졌다. 어차피 혼자 왔고 혼자 하려던 산행이지만 혼자라는 걸 느끼는 순간  외롭다는 생각이 든다.

저 멀리 불빛으로 봐서 100여메타 이상 쳐진 것 같다. 큰 바위가 있는 언덕에 앞에 도착하자 수풀을 헤치는 후레쉬가 하나 보였다.
숲속에 잠시 볼일을 보려는가 보다 싶어 지나치려다 문득 생각나는 게 있어 지금 어디로 가려는거냐? 고 묻자 같이 온 일행을 놓쳤는데 팔각정을 가야하는데 길을 잃었단다. 겁 먹은 얼굴이다. 모두를 일행들과 이야기에 정신이 팔려 후미에 쳐진 처음 온 초보산꾼은 관심밖이라 열심히 따라 올라왔지만 꼬리를 놓치고 짧은 시간이지만 길을 잃고 생명의 위험까지도 느꼈다는 그는 크다란 손전등을 들고 운동화를 신은 그는 그야말로 초보 산꾼이었다. 같이 온 일행을 원망하고 비난하고 있었다.  

바로 하산하는 길을 알려줘도 돌아가는 길을 알려줘도 혼자는 못간다며 뒤를 따른다.
할 수없이 같은 방향으로 걸으며 부식납품업을 하며 주말엔 친구들과 술 한잔 하는 게 낙이라는 그는 미끄러지고 넘어지면서도 부지런히 잘 따라왔다. 그러면서 그와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도반(?)이 되었다.


팔각정에서 잠시 쉰 후 하산길 자판기 커피 한잔을 나누고 안일사에 도착하자 모셔놓은 부모님께 잠시 인사드리고 온다는 그는 이마에 흐른 땀이 마르기 전에 다녀왔다. 다리가 풀려 걷기 가 힘들다면서도 끝까지 주저앉질 않고 주차장까지 무사히 도착했다

통성명도 없이 헤어지면서 "생명의 위험까지도 느낀 야간산행 다시는 하지 않을 생각이지만 그래도 즐거운 산행이었습니다"하며 악수를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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