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살며 생각하며

침묵하는 연습

가야산도사(倻山) 2003. 8. 26. 13:56

       나는 좀 어리석어 보이더라도
        침묵하는 연습을 하고 싶다.
        그 이유는 많은 말을 하고 난 뒤일수록
        더욱 공허를 느끼기 때문이다.  
        많은 말이 얼마나 사람을
        탈진하게 하고
        얼마나 외롭게 하고  
        텅 비게 하는가?

        나는 침묵하는 연습으로    
        본래의 나로 돌아가고 싶다
        내 안의 설익은 생각을 담아두고    
        설익은 느낌도 붙잡아 두면서  
        때를 기다려 무르익히는  
        연습을 하고 싶다.
        다 익은 생각이나 느낌일지라도    
        더욱 지긋이 채워두면서    
        향기로운 포도주로 발효 되기를
        기다릴 수 있기를 바란다.
          
        침묵하는 연습  
        비록 내 안에 슬픔이건   기쁨이건
        더러는 억울하게 오해받는 때에라도  
        해명도  변명도  조치도  하지 않고
        무시해 버리며 묵묵하고 싶어진다  
        그럴 용기도 배짱도 지니고 살고싶다.


             -  유안진 <그리운  말 한마디>  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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