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살며 생각하며

결혼기념일

가야산도사(倻山) 2003. 4. 4. 10:34

2002.11.04

 

옛말에
게으른 사람 섣달 그뭄날 나무하러 간다고..
아침 일찍부터 일어나
엔진오일, 냉각수,타이어 압력 점검하고
내친 김에 데운 물 두 바케스로 물세차까지 하고
그야말로 때빼고 광까지 냈다

미처 닦지 못한
차 지붕에 뿌린 물이 얼음으로 변한다
날이 많이 차다
작년에도 이렇게 춥더니만
날씨가 왜 이모양인가

아홉 시 정각에는 출발하려던 것이
어물쩡대다 열 시에 출발했는데
신동재를 지나 연화재 넘으니 정체다
칠곡나들목에서 화물차가 중앙분리대를 타고 엎더려 있다
양쪽에 대형 버스가 두대나 같이 사고를 당하고..

둘째 입대 하는 날
시간이 빠듯할 것 같아 휴게소에서 점심을 먹이니 마음이..
갈비살을 많이 먹여 보내려 했는데

10여 분을 남겨 놓고 도착
입소대 연병장 황토흙이 비가 와서 진흙탕이 되어 있고
날씨는 춥다

기념사진 몇 장 찍고 악수하고 연병장 무리 속으로 들어간다
그 후 아내는 말이 없다
집에서 다녀오겠다며 절하는 아들을 안고
끝내 눈물을 보이며 울먹이더니 용하게도 참고 있다
끝까지 시선을 놓치 않아 열 지어 있는 아이를 볼 수 있었다

10분 남짓한 입소식
끝에 부모님께 대한 경례를 하고는
막사 쪽으로 사라진다

무거운 발걸음을 돌린다

가라 앉은 분위기를 바꿀 요령으로
라디오를 켜고 노래를 들으며 오는데
아나운서 멘트에 결혼기념일이라는 말이 나온다
우리 결혼 기념일이..하는 생각을 하는 동시에 아내가
"오늘 이잖아"소리쳤다

집에 도착했는데 괜시리 짜증이 난다
아내에게 짜증을 부린다
미안한 마음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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