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1일
오전 04:00 알람 소리를 듣고 일어났다.
오늘은 시산제가 있는 날
카페에 들러 인원을 체크해 보니 100명이 넘는다.
그중 10여명은 불참하리란 생각을 하며 산행 준비를 마치고 약속한 시각에 집앞에서 버스를 기다린다.
찬바람이 엄동설한의 그 바람이다. 아내는 도저히 추워서 안된다며 집에 들어가 내의를 껴입고 다시 내려와 버스에 올랐다.
1차 집결지에서 1명이 늦어 2차 집결지인 법원 앞으로 오라고 한 후 버스는 정시 출발했다. 법원에서는 두서너명이 늦어 전화하고 기다리다 보니 10여분 이상 지체되었다. 추운데 홈플러스에서 기다릴 회원들을 생각하니 마음이 급해진다.
동아쇼핑앞에서 한명이 탄다고 기다려 달라는 전갈이다. 기다리며 전화를 하니 주문한 시산제용 떡을 전해 받기 위해서이다. 또 10여분을 소비하고나니 홈플러스에서 어디쯤 왔느냐고 독촉전화가 온다. 엄청 추운 모양이다. 예정시간보다 20여분 늦게 출발하는데 예상을 깨고 96명이 산행에 참가했다.
고속도로를 가로막고 있는 소백산 중턱부터 하얀 눈이 덮혀있다. 계절을 거꾸로 가는가 싶다. 공지대로 회원들이 아이젠을 챙겨 왔는지 궁금하다.
단양IC에서 고속도로를 벗어난 버스는 고개길을 넘고 꼬불꼬불한 국도를 달리다 지방도를 달리고 계곡을 건너더니 목적지에 닿는다. 하차하자 찬바람이 코끝에 휑하니 지나간다.
준비운동을 하고산행초입에 들어서니 길바닥에 고인 물이 꽁꽁 얼어 있다, 바람은 조금 있어도 날씨는 매우 쾌청하다. 초입부터 경사가 심하다. 작은선바위, 큰선바위를 지나면서부터 작은 금강산이라 일컫는 도락산의 위용이 서서히 드러나고 모두들 감탄사를 연발하고 카메라게 바쁘게 그 풍경을 담기 시작한다. 자연히 산행 속도는 느려진다.
첫 봉우리를 오르기 위한 북쪽사면 그늘진 곳으로난 길로 접어드는데 하얀 눈이 길에 얼어 붙어있다. 모두에게 아이젠을 착용하게 하였다. 일행 중 1명이 아이젠이 없어 걸음걸이가 불안하다. 한쪽을 벗어 그에게 착용 시키고 안전산행을 당부 했다. 빙판진 길에서의 안전사고가 제일 우려되었다.
첫 봉우리를 50여메타 앞둔 지점 쯤인가? 전화벨이 울리는데 불길한 예감이 든다. "총무인데 ***가 떨어져 팔이 부러졌다"는 전갈이다. 위치는 진행방향으로 약 4~500메타 앞이었다. 다들 좋은 경치를 카메라에 담으려고 온갖 포즈를 취하고 있지만 눈에 들어오지 않고 내겐 오직 빨리 현장에 도착하는 게 급선무였다.
사고현장은 우려했던 빙판길이 아닌 급경사 오르막길, 앞서가던 회원이 쇠사슬을 잡지 못하고 중심을 잃어 뒤로 떨어지면서 뒤따르던 여성회원을 덮쳤고 그 충격으로 여성회원이 약 2메타 높이의 절벽에 거꾸로 쳐박히는 추락사고를 당하게 된 것.
우선 부상회원이 숨을 못쉬고 헐떡인다. 갈비뼈 골절인가. 왼팔과 다리도 꼼작을 못한다. 눈보라가 몰아치는 북쪽사면의 그늘진 비탈길. 이러다 큰일 나겠다싶어 부축해 등에 업고 남쪽사면 양지바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더운물도 주고 옆에 있던 회원들 자켓등 보온할 수 있는 모든 것을 깔고 덮어 주었다. 따뜻한 물도 먹이고... 부상정도가 어느 정도인지 알 수가 없어 일단 구조대에 조난 신고를 해 구조요청을 했다.
바람은 더 세게 불고 눈보라도 몰아쳤다...시간이 얼마나 흘렀을까? 약속한 시간보다 5분이나 빨리 구조대가 도착해 상태를 보더니 헬기 구조요청을 한다. 그러면서 환자 외에는 다들 하산하라는데 모두 발걸음이 떨어져야 하산을 하지... 시산제 행사 때문에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 없어 남편과 친구 몇 사람을 남겨두고 하산을 서둘렀다. 환자를 두고 돌아서는데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막힌다. 눈앞이 캄캄하다. 혹시나 큰일을 당하면?? 오만가지 생각이 순간 뇌리를 스친다. 속으로 눈물을 삼키며 부지런히 하산하다 일행을 만나자 안부를 묻는데 말이 나오지 않았다.한동안 고개를 돌려 외면하다가 겨우 진정이 되어 부상경위와 정도등을 설명해 안심시켰다.
하산 도중에 헬기가 월악산 방향을 계속 선회하다 되돌아가고 다시 그 부근을 선회하다 다시 돌아간다. 119에 전화 하니 항공대와 구조대간 교신은 되는데 현장위치를 잘 못찼는단다. 세번째 다시 돌아오는 헬기 우리가 있는 주차장 상공에서 싸이렌을 울리며 저공비행을 한다. 헬기를 향해 수신호로 사고장소 방향을 알려주자 알았다는 듯 꼬리를 흔들며 그 사고지점 부근으로 이동하였다. 한참 후에 헬기로 후송했다는 전화가 온다.
수근대는 회원들을 수습해 젯상을 차리고 시산제를 올렸다.
시산제를 올리면서 회원들의 안전산행을 빌고 후송환자의 무사함을 간절히 빌었다.
이렇게 간절히 빌어본 적이 없었다.
다행히 갈비뼈나 팔, 다리뼈 골절 등 큰 부상없이 단순 타박상이라는 전화연락을 해 왔다.
속으로 외쳤다. 도락산 산신님 정말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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