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소백산

가야산도사(倻山) 2004. 2. 8. 23:22

1.개황
일      자 : 2004.2.8
위      치 : 경북 영주.충북 단양
높      이 : 해발 1,439.5메타
일      기 : 맑은 후 흐림. 강풍. 눈 조금
코      스 : 비로사-비로봉- 비로대피소-천동골
산행거리,시간 :  16.3킬로메타, 약 5시간 30분
식수보급 : 비로봉 300메타 전에 샘이 있으나 동계사용 불가능.
2.시간대별 이동 상황
11:37 삼가매표소
12:13 비로사 앞
12:21 달밭골 갈림길
12:40 구조04-01지점
12:49 비로사 1.3k 비로봉2.7k 지점
13:02 구조04-02지점
13:30 구조04-94지점, 중식
       양반바위; 비로봉1.2k 비로사 2.8k 지점
14:24 샘터 (비로봉 0.3k)
14:55 비로봉 정상
15:13 산불감시초소
15:17 비로봉,희방사,천동골 갈림길
15:58 천동골야영장
16:40 천동2.2k 비로봉4.6k 지점
17:05 천동매표소

3.산행기
1월1일 내연산 일출산행 후 이사, 기타등등의 이유로 한 달 이상 산행을 하지 못하던 중 평소 가보고 싶었던 소백산을 가는 팀이 있어 같이 가기로 하고 산행을 나섰다.
칠곡휴게소 지난 버스승강장에서 09:50경 버스에 올라 영주 풍기읍을 우회하고 삼가리 매표소를 통과하자 주차장은 버스들로 가득찼다. 버스를 돌릴 겨를도 없이 하차하여 용변을 본 후 바로 산행길에 올랐다 이때 시각이 11:30분 경, 너무 늦은 시간이다.
서둘러 콘크리트 포장길을 오르는데 그 넓은 길이 등산객들로 초만원이다. 잔설이 남아 있는 길은 매끈매끈 얼어 붙어 4포인트 아이젠을 한족에 걸치고 부지런히 30여분을 오르자 깨끗한 화장실과 넓은 공간, 대형 안내간판이 서있는 비로사 입구에 닿았다.
길에 눈이 제법 쌓여 있어 6포인트 아이젠으로 갈아 신고 오르는데 너무 불편해 달밭골 갈림길에서 아이젠을 아예 벗어 배낭에 걸고 오르기로 했다. 등과 이마엔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힌다. 이마에 두른 머릿수건이 흠뻑 젖는데 바람은 칼바람이다 살을 애는 듯 귀가 시리고 숨쉬는 코가 아린다. 장갑속에서 손바닥이 땀에 젖으면서 손전체의 체온이 덜어져 손이 시리기 시작한다. 오를수록 바람의 세기는 강도가 더해지고 매섭다. 길 얖옆에 내린 눈은 하얗다 못해 눈이 시릴 정도로 새해얗다. 도시에서 보던 눈과는 다른 깨끗함과 상쾌함이 있는 쌀가루와 같은 포근함도 있었다.
가파른 언덕길을 오르다 등성이를 살짝 넘는데 양반바위라는 이정표가 있다. 돌풍이 불고 흰눈이 내리는데 사람들이 여기 저기서 바람을 피해 점심을 먹고 있다. 소백산 바람은 그 세기와 차가움이 극에 달해 정상에서의 식사는 불가능하다는 말을 들은 바 있어 길 옆으로 돌아 앉아 점심을 먹었다. 보온병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끈한  청국장국에 밥을 말아 먹으니 추위가 조금 덜 한것 같다.
머리와 어께, 배낭에는 흰눈이 소복히 쌓인다. 어렵게 점심을 빠르게 먹고 짐을 챙기는데 손가락이 추위로 감각이 점점 없어진다. 스페취와 아이젠을 착용하는데 애를 먹었다.
점심을 먹고 30여분을 오르니 샘터라는 이정표가 보인다. 강추위에 샘터는 얼어 붙어 눈으로 덮혀 전혀 샘터 같질 않다. 샘터 바로위에서부터 급경사가 시작되는 계단길이다. 정상이 300여메타. 오르던 사람들이 서 있다 내려오는 사람, 올라가는 사람이 엉켜 서로 비껴 교행하며 등,하산을 하기 때문이다.계단길을 오르다 보니 눈속에서 반쯤 보이는 비석이 있어 유심히 살피니 "고 조광래 추모비"라는 묘비명이 보인다. 아마 이렇게 추운 겨울 산행에서 유명을 달리한 산악인을 추모하기 위함이리라는 숙연한 마음을 달래며 정상으로 향하는데 일순 광풍이 몰아친다, 숨쉬기도 곤란하고 볼기는 이미 내 살이 아닌 것 같다.
정상이다 환호할 사이도 없이  광풍이 쉼없이 불어온다. 정상표석에는 기념사진을 직으려는 산꾼들로 인해 발 디딜 틈이 없다. 표석에서 멀리 떨어져 지나가는 이에게 사진 한 컷을 부탁했는데 디카는 처음인 것 같아 사진을 전혀 직지 못해 다른이에게 부탁하려해도 자기가 꼭 찍어 준다며 시간을 뺐는다. 한참을 시든 후 겨우 사진 한 컷을 담고 고맙다는 인사를 하는데 그는 손이 굳어 있다.  미안한 마음이 든다.

정상에서는 강한 바람 때문에 사진 직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서둘러 하산길을 찾아 하산키로 했다. 산불감시초소앞에서 사진을 몇 컷 찍는데 오른손 손가락 감각이 없어진다.  손난로로 손을 따듯하게 하면서 하산을 서둘렀다.  희방사 갈림길에서 천동리 쪽으로 하산하는데 설화가 만발한 주목 앞에 아이 어른 할 것 없이 기념촬영하며 소란스럽다. 어떤이는 배낭을 맨 채 눈밭에 벌렁 눕고 어떤이는 눈속으로 뛰어들어 한아름 눈을 안아본다.

눈썰매 금지라고 경고판이 붙은 길이 조금 경사진 데는 비료포대를 든 아주머니들이 줄지어 눈썰매를 탄다.  "물렀거라" "비키시오" 혹은 호루라기를 불며 괴성을 지르며 눈썰매를 탐닉하고 있다. 이들은 산행보다 눈썰매 탈 욕심으로 산을 올라온 것 같다.

한 시간여를 내려오자 천동야영장 매점이 보이고 하산하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고 화장실을 찾는다 매점 앞에서는 어묵 한개 5백원씩 하는데도  맛있게 먹는다 정상부에서 꽁꽁얼었던 입을 어묵국물로 녹인 후 하산을 계속했다.

소백산국립공원 북부지소 사무실 앞에는 소백산야생화 사진이 전시되고 있었다. 소박하고 탐스런 야생화들이 액자 하나 가득 담겨져 있고 그 수는 수 십 가지가 넘었다. 다음 여름에 야생화를 찾아 다시 오리라..

약 20여분을 내려오니 계곡을 가로지르는 아취형 교량이 계곡을 가로 질러 걸쳐져 있고 그 건너편 하류에는 "산악인 허영호기념비"가  길옆에 서있고 뒷 편에는 다리안폭포가 얼음 속에서 조용히 그러나 웅장한 모습으로 서 있다. 이 지방 출신 허영호씨가 자랑스러움에 이런 기념비를 세웠으리라.

소백산 유스호스텔이 보이는 그 아래에 버스주차장이 있고 지루한 기다림에 기지개를 켜던 버스가 나를 반긴다. 오랫만에 하는 산행이라 다리가 아프고 피곤해 대구로 오는 버스 안에서 잠시나마 단잠을 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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