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울릉도 성인봉 산행기

가야산도사(倻山) 2006. 4. 30. 16:57

1.,일정 계획
  2006.04.29-4.30 1박2일 울릉도 성인봉 종주(나리분지-성인봉-도동)

2.시간대별 이동상황
[ 4/29 ]
07:00 대구 동구청 출발
09:00 포항 여객선터미널
10:00 포항여객선터미널 출발
13:10 울릉도 도동항 도착
13:32 숙소(수궁장여관)
15:10 행남등대
16:10 울릉도 일주 유람선 출발
19:00 숙소(수궁장여관)
20:00 KT 숙소(회식)
22:25 울릉도 개척사비 앞, 산책로
24:00 숙소(수궁장여관)
[4/30 ]
07:00 육로 이동
08:20 현포항
08:40 나리분지
08:50 산행시작
09:10 초가집
09:16 생수샘
09:50 질경이등(해발740M)
10:10 샘터
10:30 성인봉정상(해발 984M)
11:03 팔각정
12:10 대원사
[ 5/1 ]
06:00 도동항
07:10 식당
08:00 도동출발(버스)
08:40 내수전 고갯마루
09:15 장매화골 팔각정
10:30 내수전전망대
11:10 내수전약수터
11:20 저동항 촛대바위
12:20 도동항        


3.산행기

울릉도를 향해

성서 홈플러스 앞에서 승차할 인원이 21명,동구청 22명, 포항터미널 2명이다.
05시에 일어나 세수하고 장비 준비물 한번 더 점검하고 출발 준비 완료 후 안동 별꽃님 일행 2명에게 출발상황 확인차 전화 하니 벌써 도착 직전이란다. 서둘러 챙겨 지하주차장에 있던

차를 도로에 주차시키고 조금 기다리고 있으니 새벽을 열고 달려 온 안동님들 2명이 저 멀리 라이트를 깜박이며 다가온다. 반가운 인사를 건네고 내 차에 합승시켜 동구청 앞에 도착하니 제일 먼저다. 아직 세찬 새벽바람이 차가워  차에 대기하다 보니 반가운 회원님들 한 두명씩

모이기 시작하고, 성서 홈플러스에서의 출발상황을 채크하니 1팀이 시간을 착각해 조금 늦게 도착하는 바람에 출발이 지연되었으나 별 문제점 없이 출발했다는 전화를 받고 안심이 된다.  동구청 앞에서도  모두 모여 대기하고 있다가 도착한 버스에 올랐다.

울산에서 포항터미널로 바로 오기로 한 동생 내외도 현장에 미리 도착해 있다는 전화를 받고 포항으로 열심히 달려 간다.

회장 인사와 회원 소개를 하며 서로를 확인하고 그 동안 못다나눈 이야기를 나누며 차내는 잠시 소란스러울 만큼 이야기 꽃을 피우고... 행복한순이님이 떡을 , 지구님은 음료수를, 정풍님은 오렌지를 , 매제는 현금 10만원을 각각 찬조하고  김밥으로 아침식사를 하면서 각자 소개를 하고 당초 산행계획 때 예상 못했던 운임인상으로 부득이 1인당 회비 2만원을 더 거둘 때는 회원들에게 사기를 치는 것 같은 미안함에 얼굴을 들지 못할 지경이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러는 동안 차는 09:00 경 포항여객선터미널에 도착했다.

울산 동생 내외가 합류하여 기념촬영을 한 후 승선 수속을 밟고 울릉도행 썬플라워 3층 우등실에 승선하고 10:00 정각 뱃고동소리와 함께 오두막산악회의 정예 45명이 특별산행지인 신비의 섬 울릉도 성인봉을 향해 힘찬 출발을 했다.

포항을 떠난  썬플라워호(호주산 2,394톤 47노트 승선정원 920명)가 영일만을 벗어나자 동해의 높은 파도가 그 큰 배를 좌우로 요동치게 한다. 타기 전 멀미약을 먹었지만 머리가 아프고 어지럽기 시작한다. 그래도 참을만 해 다른 회원님들을 점검해 보니 그리 심한 배멀미를 하는 사람이 없어 안심하고 한 자리에 모여 앉아 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누며 가는 동안 멀미는 사라졌다.

도착 예정시간이 임박해 뱃전을 내다보니 오른쪽으로 섬이 보이기 시작하고 배는 엔진소리를 낮추며 접안을 시도한다  예정보다 10분이 늦은 13:10 정박을 완료하고 하선을 시작했다.

신비의 섬

울릉도에 도착하고 우리나라의 7번째로 큰 섬으로 동해의 유일한 유인도로 그 면적이 73(평방km) 785세대 11,000영의 주민이 산다는 울릉도 . 동해의 최대 어업전진기지로 대부분 어업에 종사한다는 울릉도. 저동이 어업전진기지와 상업의 항구라면 도동은 행정의 포구다.  

썬플라워호가 쏟아내는 수 백 명이 하선 하는데 20여 분 이상이 걸렸다. 하선이 끝나는 시간에는 울릉도 일주 관광유람선이 출항을 준비하는 관계로 도동여객선터미널은 초만원 상태로 인파에 밀리고 밀려 겨우 숙소를 향해 나갈 수 있었다.

숙소인 수궁장여관까지는 불과 5분여 거리, 새벽에 일어나 김밥한줄과 떡으로 아침을 해결한 회원들이 배멀미로 고생하고 하선하였으니 배고픈 것은 당연지사. 도착하자마자 남,여로 구분해 방을 정하고 식사부터 하는데 울릉도 취나물과 마늘냉이무침 등 특이한 섬음식으로

시장한 배를 채우는데는 불과 10여 분. 모두들 허겁지겁 울릉도 특산 나물반찬 등으로 점심을 먹고나니 울릉도 도착한 것이 실감나는 모양이다. 가족들에게 도착했다는 전화하고 친구들에게 안부도 전한다. 보니 모두 은근히 울릉도 왔음을 내심 자랑하는 모습들이다.

행남등대 산책

당초 도착하면 박물관과 약수터 관광을 한 후 유람선 관광 후 케이블카 관광을 하기로 계획 했었는데 현장에 도착해 식당 여주인의 조언을 듣고 코스를 바꾸기로 결정했다. 현장 상황을 잘 모르고 앉아서 계획한 것과 현지 사정이 다름을 느끼면서 스케줄을 바궈야만 했던것이다. 인도어 투어(?)랄까 ..

14:10경 쯤 되니굶주렸던 배도 채우고 멀미로 혼이 반쯤 빠졌던 회원들도 정신을 차리고... 하나 둘 도동선착장으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도동항을 오른쪽으로 끼고 왼쪽 절벽 아래로 좁지만 잘 닦여진 콘크리트 길을 따라 바닷가 산책로를 걸어 가니 이국에 온 느낌이다.

이 산책로는 폭 1메타 내외지만 바닷물에서 불과 1-2메타 높이로  때로는 까맣게 높은 절벽으로 때로는 바위 동굴 같은 어둡고 긴 터널 속으로 오르 내리고 들어 갔다 나오며 울릉도 기암괴석 절벽길을 요리 조리 잘도 갈고 닦아 놓았다.

행남등대 바로 아래에는 경찰 초소가 하나 있고 그곳엔 앞에 총 자세로 보초를 서는 전경이 근무 중이다. 30년 전포항 해안 경계근무를 섰던 내 보습을 보는 것 같아 한동안 감회에 젖기도 했다. 그 초소 앞에는 지난 매미의 상흔이 그대로 남아 있었다.

초소앞의 간이 부두는 동강나 뭍으로 올라와 있고 길은 파헤쳐져 있어 그 당시 매미의 위력을 직감할 수 있었다. 대나무 숲 사이로 난 소로를 따라 언덕을 오르니 저동항구가 내려다 보이는 전망이 좋은 곳에 벌써 먼저 올라온 회원들이 저동항을 배경으로 열심히 기념사진을 촬영 중이다.

직원 숙소를 새로 짓고 있는 낡은 행남등대가 그대로 방치되어 있다. 저동항과 촛대바위 멀리 죽도까지 보이는 울릉도는 정말 그림속 풍경이었다. 그 그림 같은 풍경을 배경으로 저마다의 추억 만들기 바쁘다.

유람선 관광

시계를 보니 15:10, 유람선 관광을 하려면  빨리 되돌아 가야한다. 저동항의 풍경속에 빠져 있는 회원들을 독려해 여객선터미널에 도착하니 15:50. 울릉도를 빠져나가는 인파가 한동안 정신없이 시끌벅적 대다가 썬플라워가 출항하자 이내 우리가 관광유람선에 승선할 수 있었다.

기다림에 무료해진 남천회장과 몇몇 회원이 세우깡을 들고 갈매기와 재미난 이야기와 먹이놀이를 하며 승선 차례를 기다린다.

우리의 관광유람선도 예외없이 승선, 출항과 동시에 뽕작 메들리가 쏱아져 나오고 작은 유람선은 거친 파도에 몸을 맡긴 채 파도를 타고 올라갔다 내려갔다하며 도동항을 벅어나 오른쪽으로 섬을 끼고 돌며 울릉도 섬 일주를 시작했다.

갈매기 수십마리가 유람선을 따라 돌며 던져주는 새우깡을 받아 먹고 손에 든 세우깡을 낚아채며 일주를 같이 하기로 작정한 냥 계속 따라 온다.

멀미를 걱정해 유람선을 타기 전 또 멀미약을 먹었지만 멀미 걱정에  앉아서 창밖을 구경하며 나 역시 세우깡으로 갈매기를 부르며 장난을 치니 멀미가 사라졌다. 거북바위, 사자바위, 곰바위... 정겨운 우리말 바위 파도가 세차고 배가 울렁대도 이젠 관광이 신이 난다.

바다 밑이 검어서 붙여졌다는 현포항을 지나자 두 코끼리 바위라 부르는 공암부근에서는 선수로 나가 뱃전에서 송곳봉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을 정도로 상태가 좋아져 배의 아래 위 갑판을 오가며 회원들 사진도 찍어 주고 그림같은 삼선암을 지나자 반도 같은 섬 관음도가 그림 같이 떠있고 비행장을 만들어도 좋을 길이의 죽도가 해발 116메타 놀이로 평상 같이 물위에 떠 있다. 두시간여의 일주 유람선 관광을 즐길 수 있었다.

배에서 본 울릉도는 화산암으로 이뤄진 돌섬. 영화 주라기 공원의 무인도와 같은, 킹콩이 사는 신비의 섬으로만 비처진다. 성인봉은 바위산으로 이뤄진 악산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특별산행 전야...

우리 오두막산악회는 인터넷이란 매체를 이용하는 온라인으로 결성된 산악회, 안동지회에서 총무로 활동하타가 근무하는 KT에서 울릉지점 발령으로 특별산행팀을 위해 고향에 가지 않고 우리를 기다려 준 고마운 회원 원이님이 우리팀이 도착하기를 기다리고 숙소를 안내하고 행남등대 산책로를 안내해 준다. 미안하고 고마울 따름이다.

섬일주관광을 마치고 숙소에 들어오자 저녁을 일찍먹난 회원들에게  무료한 저녁시간을 재미있게 보낼 수 있는 건 싱싱한 회와 소주를 대접하는 것. 총무와 몇명이 같이 넘어가 큰 문어 한마리와 싱싱한 자연산 회를 푸짐하게 준비 해  KT숙소로 이동해 회를 겯들인 유흥시간을 갖도록 배려해 주니 더욱 고마울 수 밖에...

싱싱한 회와 겯들인 소주는 회원들의 흥을 돋구고 장기자랑 노래자랑으로 이어지고  회장 및 선임부회장, 회원 각자 소개와 노원이님 인사로 흥이 오르호 회원 각자 노래와 춤이 햐얀별님 내외의 숨은  장기를 발굴(?)하게 하고 이렇게 오두막의 특별산행 전야제의 밤은 무러 익어 갔다.

1부 행사를 마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삼삼오오 도동항 산책로로  발길을 돌리고 방파제 노점 횟집 세곳은 오두막의 점령지가 되고 그 승전보는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자정이 다 되어 갈 무렵 겨우 진정되 회원들을 수습해 숙소로 들어와 내일의 성인봉산행 준비를 위한 잠을 자도록 했으나 쉽사리 잠을 못이룬 몇 명이  더 있는 듯 했다.

다른 회원이 거의 잠 들어갈 때 쯤 한가지 걱정이 생겼다. 초저녁 대구에서 아들이 보내온 [울릉도 기상정보, 30일 구름많고 오후 한때 비, 오후 심한 황사]문자 정보. 회원들이 술 먹고 노래를 하며 즐기는 저녁시간 내도록 괜한 불안감이 머리를 떠나지 않고 맴돌았지만 술기운을 빌려 겨우 잠 들었다.

육로관광

아침 5시  직전 일어나니 모두들 벌써 잠이 깨어 세수하고 등산가방을 꾸리고 난리가 났다.
전날 저녁에 먹은 술이 과했던 몇몇 회원님은 그래도 아랑곳 않고 코를 골며 아침 단잠을 자고 있다.
6시 정각 휴대폰 알람이 가방에서 울고 옷 속에서 울고 한바탕 소란을 피운다.
다들 일어나 세수하고 아침을 서둘러 먹는데 허스키한 목소리의 여관 안주인이 울릉도 특산 더득무침이라며 냄비를 들고와 쟁반에 푸짐하게  덤으로 반찬을 얹어 준다.  집에서 먹던 밥보다 더 맛있게 아침을 든든히 먹고  산행준비에 여념이 없다.

그런데 이게 웬일 비가 소리없이 조금씩 내린다.
이러면 산행계획에 차질이 생기는데... 부랴부랴 회장님과 총무님, 선임부회장등 운영진의 긴급회의로 "일단 나리분지까지 가보고 산행여부를 결정하자"며 버스에 오르는데 아뿔사 맑은 날 산행에도 빼 놓지 않던 판쵸우의를 무게 조금 줄이려 빼놓고 온게 생각난다. 할 수없이 5백원 짜리  비닐 우의를 2천원에 하나 구입하고 울릉도 물가가 엄청 비싸다는 걸 실감했다.

육로관광이라기보다 나리분지로 이동하기 위한 버스 여행이다.
35인승 버스에 45명이 타니 자연히 자리가 모자랄 수 밖에... 남양리 정도 가면 봉고 한대가 기다리게 되어 20여분 만 고생하면 된다며 회원님들을 설득하고 출발하는데 더욱 비가 거세진다.

출발 5분여, 꼬불꼬불 사동으로 넘어가는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봉고차가 도착했다. 5-6명이 봉고차로 이동했는데 제일 늦게 타려니 뒤로 앉아가는 좌석, 멀미가 심한 나로선 고역의 연속이다.
한참을 가다 울릉도에서 유일한 신호등이 있는 터널 입구에서 앞차로 버스로 갈아타고 가는데 비가 더세게 내리고 바람 도한 만만치 않아 걱정이 이만 저만이 아니다.
울릉도 지인으로부터 배 출항시간 변경이 있을 것 같다는 귓뜸말을 전해준다.
터미널에 전화확인하니 오후 네시 출항예정의 썬플라워호가 오후두시반에 출항한단다. 그러면 모든 계획이 변경되어야한다.
다시 긴급 운영진 회의 -성인봉 종주 시간을 단축해야하고 부담이 되는 사람은 나리분지에서 육로로 되돌려 보내기로 했는데 이 엄청난 사실에 아무도 되돌아 간다는 회원이 없다.
평소 후미에서 따라 오던 점순씨를 호명하며 산행에 자신있냐며 묻자 한 대답이 없다가 두번을 부르자 "네 자신 있습니다"고함을 지르며 박력있는 대답을 한다.
나중에 하는 이야기로 자기를 지목한게 기분이 좋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한다. 단지 점순씨가 자신있다는 말을 하면 회원들에게 힘이 될거라는 생각에 한 말이  자신을 과소평가하고 버스를 타고 되돌아가란 이야기로 들렸던 모양이라 하산 후 뒤풀이 때 사과를 했다.

현포항이 내려다 보이는 언덕길을 내려가다 잠시 차를 세우고 송곳봉과 코끼리 바위로 알려진 공암을 배경으로 단체 사진을 찍는데 빗방울은 잦아 들었으나 바람이 너무세다.
내심 배 출항이 연기되면 어쩌나 걱정을 하였다.
바닷가 도로를 달리는데 현포항 부근 바다에서 회오리 바람이 일어나고 바닷물에 작은 여울을 만든다. 회오리 바람이 크지면 용오름이 될터. 그러면 바닷길이 더 험해진다. 정말 오후 출항이 걱정된다. 계속 5분마다 여객터미널 ARS정보를 체크하지만 별 다른 소식이 없다.

입심 좋은  우산버스 최부장(최운석)은 벌써 우리 회원을 장악하고 있다. 위트가 섞인 한마디 한마디마다 여성회원들이 비명을 지르고 배꼽을 잡는다. 뭐 휴대폰 번호가 01X-XXX-5844(오빠살살)이라나? 조그만 연못을 울릉도 최대의 호수라고? 이렇게 일행에 즐거움을 선사하는 입심으로 인해 우리 일행은 천부항 옆 공중화장실에서 개운한 용변을 보고 기념사진 한 장 더 찍고 나리 분지로 향하는데 나리분지 주민 몇명이 동승을 요구해 쾌히 승락해 같이 동행을 했다.
나리분지는 평균 해발 400메타, 고갯길 전망대에서 내려다 보이는 나리분지는 그야말로 아늑한 고향마을의 그것이었다. 넓은 밭 사이로 난 시멘트 포장길과 그 옆에 자리잡고 있는 너와집과 초가집 최신형 농사용 집이 몇채 있고 마이크로버스 몇대가 줄지어 서 있다. 막다른 길 성인봉등산안내도 간판이 있는 곳에 버스는 도착했다. 이때 시간이 08시 40분 예정보다 10분 정도 늦었다.

성인봉 등정

계획 시간보다 약 10분 늦게 도착했다 하차 하면서 전원을 집결시키고 산행을 포기할 회원을 점검하니 아무도 없다. 배 출항 시간이 당겨 4시간만에 주파해야되니 산행 속도를 조금 올린다고 고지 후  후미를 수호천사님과 고향님, 선두를 로즈마리1님에게 부탁했다. 로즈마리님의 지휘로 스트레칭을 마치고 08:50 미지의 산, 성인봉을 향해 힘찬 발검음을 내딛었다.

숲속 평탄한 비포장길을 약 20분을 들어가자 집으로 벽과 지붕을 이은 오두막이 나무 울타이 안에 아늑히 자리 잡고 있다. 우리 회원들이 놓칠리 업다 모두들 들어가 기념촬영하고  조금 주력이 딸리는 여성회원을 앞세워 다시 출발했다.

다시 5~6분을 들어가니 왼쪽으로 돌담으로 동굴 속에서 생수가 콸콸 쏫아지고 있다. 울릉도는 물이 많다는 말이 실감나고 여기서 회원들은 물을 보충하고 한모금씩 목을 축이고 여성회원들은 화장실을 이용하고 잠시 휴식을 취한 후 본격 산행에 들어 갔다.
조금씩 경사가 급해지고 자갈길이 나오더니 어느새 계곡을 오르고 있었다 거의 60~70도 급경사 지그제그 나무계단길을 헉헉거리며 올라가다 쉬고 쉬다 올라가고 조금식 속도가 늦어진다.

저만치 능선이 보이고 왼족으로 나뭇가지 사이로 정상이 희미하게 보일 즈음 길 왼쪽에는 잔설이 하얗게 군데 군데 남아 있어 눈이 많은 울릉도임을 다시 실감했다. 눈녹은 길이 질퍽이고 그 옆으로는 제비꽃같은 보라색 꽃과 넓은 초록 잎에 하얀 이름 모를 꽃이 군락을 이루고 있는데  길을 벗어나  명이나물을 한손 가득 채취한 사람이 보이는데 우리 일행이다. 어떤이는 숨을 몰아쉬며 헥헥 거리는데 로즈마리님과 정희님은 뒷짐지고 산책하듯 여유있는 산행을 해 엄청나게 부러워 보였다.

길가 로프를 묶은 기둥에 "질경이등 해발 740메타 성인봉 0.9km"라는  친절한 푯말이 서있는 능선에 올라서니 세차게 부는 바람이 그리도 시원하게 느껴진다.
잠시 쉬고 있는데 일행 중에서 솜다리가 무릎이 아파 아마도 포기하고 내려가야할 것 같아는 말을 해 준다. 걱정이되어 선두를 수석부회장에게 부탁하고 기다리다 보니 뒤에서 무릎이 아파하면서 천천히 올라오고 있어 우선은 안도했다.
스틱을 내밀어 앞에서 당기면서  10시 경 샘터까지 올라가니 몇명의 회원이 쉬고 있다. 샘터 뒤 계곡에는 빙하가 흘러내리듯 흙먼지를 덮어쓰고 있는  잔설이 남아 있다.
벌써 허기를 느기는 몇명 회원이 있어 비상식으로 가져간 건빵 두봉지를 내 놓으니 너도 나도 좋아한다. 물론 나도 다른 회원이 내미는 오렌지 등을 나눠 먹으며 잠시 휴식을 취했는데 아내로 인해 후미로 쳐져 있었다.

10:24 정상이 50여메타 앞에 보이는 능선길에 당도했다.
일순간 광풍이 몰아치고 하얀 안개가 급습해 20여메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어두워지고 세찬바람이 몰아친다.10:26  정상 10m전이라는 등산로 안내판이 우리 일행을 반긴다.
기념사진 몇 장 찍어 주고 다시 올라가니 해발 984m 성인봉 정상이다 이 때 시간이 10:30 안개속에 바람이 엄청나게 세게 몰아친다.
회원님들과 기념사진 촬영하는데 줄을 서 기다려야했다. 다른 산악회 회원들과 섞여 시간이 더 지체되었다.

산길을 내달리고

정상에서 도동리 쪽으로 하산하려는데 일부 회원이 안개속에서 방향을 잃고 다른방향으로 하산했다는 이야기를 한다. 순간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육지로 나가는 배가 출항하는데 시간이 없다.
정상적으로 하산해도 빠듯한 시간을 어쩌란 말인가?  무전연락할 방법도 없는 일행들. 그 중 휴대폰 있는 몇 명에게 전화를 하니 다행히 통화가 되고 하산길은 바로 잡은 듯했다.

제 자리 서 있을 것을 부탁하고 그래도 불안해 후미를 부탁하고 산길을 뛰어 내려간다 . 약 15분 거리를 어떻게 달려 갔는지 정신없이 내달렸다.
하산길에 다른 회원에게 누가 되지 않으려고 먼저 하산했다는 10여명 회원과 만나자 안도의 한숨이 절로 나왔다. 화가 머리끝까지 날 법도 한데 그리 반가울 수가 없다.

여성회원이 대다수인 그들도 대장이 놀란 것을 알았는지 길가로 도열해 90도 허리굽혀 나를 맞이한다. 화낼 수도 없고 웃고 말았다.
그 와 중에 하산길을 서둘러 내려가는데 명이나물이 파란게 돋아난 초원에 보이자  나이 지긋한 여성회원이 꽃밭에 누워 사진을 찍어 달랜다. 아름다움을 느끼고 즐기는 건 나이와는 관계없는 것을...

폭풍에 발이 묶이고

바람도 잠잠하고 날씨도 맑아지고 하산길이 즐거웠지만 마음 한 구석에는 여전히 불안하다. 그러던 중  정확히 10:21 우산버스 최부장으로부터 금일 배 출항이 어려울 것 같다는 전화가 왔다. 10:25 수궁장 여관 여주인으로부터도 같은 전화를 받았다.  그로부터 5분간격으로 터미널에 전화를 했지만 전화는 계속 통화중이었다.

11:00경 중간 팔각정 휴게소에 도착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하산을 서두르며 여객선터미널에 도동이 저 아래 내려다 보이는 지점에서 12:05경 ARS가 연결이되고 청천벽력 같은 소식 11:40 썬플라워호가 회항하고 묵호발 도동행 씨플라워호는 저동항에 피항하고 출항못한다는 멘트가 나온다.

못미더워서 다시 확인해도 멘트는 똑 같다. 어차피 육지로 나가지 못하면 하산을 서두르는 회원들이 편히 하산하도록 알리려다 너무 실망이 크면 사고난다며 회장님이 만류한다. 이 때 총무님이 "배가못간다는데 맞는가요?" 무전으로  묻는다. 아니다며 안도케 하고 긴급 대책을 세워야 했다.

대원사에서 임시 운영위원회를 소집해 대책을 강구해도 뽀족한 수가 없다. 도동에 도착하자 길거리는 온통 술렁대고 있었다. 배가 하루 출항하지 못하니 길거리 노숙자(?)가 많이 는것 같아 보였다.

숙소에 들러 대책을 논의 하는 동안 수궁장 안주인은 안달이 났다 돈이 없어 나가려는 우릴 잡으려고 빨리 결정해 달라고...그래야만 다른 손님을 받을수 있다고... 배가 들어오지 않는데 무슨 손님을 받아? 속 보이는 소리를 노골적으로 한다 남의 속도 모르고

하루만 못가면 다행이지만 며칠 발이 묶일 수 있으므로 가능한 지출은 줄이고 나머지 일정을 다시 계획해야 했다.
원이님 근무하는 KT 숙소로 옮기고 식사도 자체 해결하자는 내 의견이 받아들여지고 식사가 끝나자 숙소를 옮기기로 했다. 이러는 동안도 계속 여객선 터미널에 전화확인하니 5월1일 오후 두시반에는 배가 출항한다는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일단 추가 회비를 1인당 2만원씩 갹출하고 저녁식사는 라면으로, 저녁시간을 무료하지 않게 회와 소주로 회식을 준비하고 5월 1일은 특별이벤트로 저동항,내수전전망대와 석포를 다녀오며 나물뜯기 이벤트로 오전 시간을 떼우고 점심 일찍먹고 출항시간을 맞추기로 운영진 회의에서 결정했다.

보너스로 받은 잊지 못할 울릉도의 밤

배가 출항 못해 발이 묶이자 육지로 나가야할 안타까운 일들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회사직원 사고처리를 위해, 친척결혼을 빙자해 연가 신청한 사람. 군에간 아들 면회를 빙자해 시간을 만든 사람 기타 등 등...
난 병가를 내야하나?

어차피 육지로 못나갈 바에야 발만 동동 그린다고 해결 될 일이 아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받아 주길 회원님들에게 간곡히 당부하니 조금씩 안정이 되는 것 같았다.

개인별 자유시간을 주자 독도박물관 관광하거나 바다낚시, 또는 술을 마시는 등으로 시간을 보내려는 지혜가 쏟아졌다.
저녁시간 회식을 위한 시장을 보기 위해 총무와 몇명이 저동항에 나가  횟거리를 준비하는데 낚시 간 회원 몇명이 해삼을 안주로 소주를 마시고 있어 한바탕 웃으며 소주 몇잔을 하고 숙소로 돌아왔다.

싱싱한 문어 안주와 먹는 소주는 우리 회원들을 잠시나마 며칠 동안 육지로 나가지 못할 것이라는 불안감을 해소시켜주는 것 같았다. 차분히 가라앉았던 분위기가 보너스로 받은 울릉도의 밤을 즐기는 분위기로 변하고 있었다.

술자리가 끝나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하나 둘 숙소를 빠져나와 도동항 광장으로 모였다. 이미 다른 산악회나 관광객들도 삼삼오오 모여 앉아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거나 기념사진을 찍고 노래를 부르며 육지로 나가지 못하는 불안을 해소하는 듯했다.
우리일행을 울릉도 유래비앞에 자리를 잡아 둘러 앉자 누가 먼저인지도 모르지만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정희님인가? 3.6.9 게임을 하자는 제안을 하는데 시작부터 웃음바다다.
게임 룰을 설명하면서 시작하면 어김없이 3번을 넘지 못하고 걸리고 다시 시작해도 3번이면 걸린다.
어쩌다 3번이 통과되면 다음 6번이 어김없이 걸리고... 걸리면 벌칙으로 주는 소주가 생각나 고의로 걸리고.. 웃음이 그칠 시간이 없었다.
벌칙으로 로뎅의 조각도 되고 스톱모션도 하고... 엉덩이 글씨도 쓰고... 그러다 보니  벌칙 단골도 생겼다. 지x, 이xx, 도x1,간xx,미x 등 등 주로 고학년들이다.
밤이 새도 끝이 없을 것 같은 재미 있는 놀이로  보너스로 받은 잊지 못할 울릉도의 밤이 익어 가고 있었다.

숙소에 도착해 잠을 청하려는데  술 깨려고 나간 회원 한 명이 산책하다  길을 잃었다는 전화가 왔다는데 난감하다. 수호천사님과 해드렘프를 준비하고 바쁜걸음으로 뛰다시피 언덕길을 이리 저리 돌아다니며 한참을 찾다가 이름을 부르니 저 멀리서 대답을 한다. 휴~~    등이 흠뻑 젖었다.

특별이벤트에 빠져들어

새벽 6시인가? 잠에서 깨어보니 모두들 깊이 잠들어 있다.
뱃길이 걱정 되어 여객선터미널이 있는 항구로 나갔다.
파도는 많이 약해졌지만 그래도 아직은 큰 파도가 방파제를 때리고 있었다.
가을에님 등 여성회원이 역시 나와 같은 생각이었던지 방파제쪽에서 걸어 오고 있어 팔을 흔들며 반갑게 인사를 나누었다.

입심 좋은 우산버스 최부장이 다시 버스를 몰고 8시에 약속한 장소에 나타나자 미리 나가 대기하고 있던 회원들의 환호가 이어졌다.
어제 너무 많은 멘트를 사용해 신선한 맛이 조금 덜해졌지만 그래도 최부장은 열심히 울릉도 홍보를 겸한 관광지 곳곳을 설명하며 회원들에게 웃음을 선사했다.

버스가 빌빌걸며 올라간 내수전전망대아래 고갯길. 동쪽 도로 끝이다.
죽도와 관음도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언덕길에서 하차하자 모두들 석포로 가는 길을 따라가며 모두들 나믈뜯기를 시작했다.
연휴날 고향에 다녀올 수도 있으련만 우리 일행을 안내해 주는 원이님이 곰취나물, 고비, 명이 땅두릅 등 먹는 나물을 열심히 가르켜주고 모르면 다시 묻고.. 모두들 행복해 하는 표정들이다.

09:20경 되돌아가기로 한 정매화곡의 팔각정 쉼터에 도착해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발걸음을 돌려 내수전 전망대로 향했다.

이 때까지 나물을 뜯지 아니하고 회원님들 즐거운 표정들을 카메라에 담다가 문득 하차 후 옆사람에게 이야기 하던 아내의 말-신랑이라고 있어도 도움이 안된다는-이 생각났다.

그래 나도 도움이 되어보자 결심하고 나오는 길 옆을 뒤지며 열심히 나물을 띁으니 순식간에 다른사람들 많큼 나물이 제법 모였다. 아내도 기쁘했다.
특별이벤트 또한 나와 회원들에게 즐거움을 주었다.

내수전 전망대에 오르니 죽도가 더욱 또렷이 보이고 바다는 무슨일이 있었냐는 듯 파도도 잠들고 조용해 졌다.

다시 버스를 타고 오다 내수전 약수터에서 탄산약수 한모금씩 마시고 저동항에 들러 약 1시간의 자유시간을 갖고 촛대바위를 돌아 저동 어시장을 구경하고 도동으로 돌아왔다.

멀미에 약한 도사

오후 두시가 되면서 여객선 터미널은 인산인해가 되고 먼저 승선하려고 그야말로 아비규환이었다.
우리 회원님들을 복잡한 대열에서 빠져나오게 해서 거의 마지막에 승선을 하게 헸다.
포항에서 울릉도 들어올 때 미리 단체실을 예약해 두어 자리걱정을 하지 않을 수 있게한 덕분이었다. 단지 표를 예매할때 명단을 제출치 않아 일일이 성명과 주민등록번호를 기재해야하는 우를 범했지만...

출항하지 아니한 배지만 승선하자마자 머리가 어지럽다,
정박해 있는 배이지만 파도는 여전히 배를 흔들어대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자리를 잡고 오락을 할 요량으로 빙 둘러 앉았지만 흔들리는 배에서 한 두명씩 자리에 눕기 시작했다.

여기 저기서 구토용 위생 비닐봉지를 찾아 나누어 주다보니 머리가 어파오고 속이 거북해져 온다.  더 이상 버틸 방법이 없어 자리를 잡고 누웠다.
옆자리서 구토하는 모습도 보이고 지나가다 배가 흔들리는바람에 다리를 밟느다. 롤링은 참을만한데 큰바다로 나오니 피칭이 시작된다.

1~2메타이상 솟아 올라갔다 뚝뚝 떨어진다. 머리수건이 축축히 젖을 정도로 식은땀이 나고 어지러워진다. 파도는 싫어....
어느 순간 멀미약이 몸에 퍼졌는지 잠이들어 두시간 정도 잠을 자고나니 개운해졌다.


마무리

포항에 도착해 하선하니 살만하다.
역시 육지에서 살아야 한다. 땅이 좋다.

대구로 오는 차중에서 마무리 인사와 특별산행 소감을 피력하는 시간. 모두들 즐거움을 토로한다.

2박3일간 같이한 우리 회원님들이 한명의 낙오없이 성인봉을 종주하고,
아무탈 없이 돌아오며 모두들 즐거운 마음으로 귀가하는 것 같다.
고로 나도 행복했다.

산행을 같이한 회원님 모두와 무사 산행을 기원하고 격려해주신 회원님과 원이님께 감사를 드린다.

동구청 앞에 도착하자 출발할 때 보지 못했던 오색 봉축 연등이 환하게 웃으며 우리 일행을 맞이하였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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