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설악산4차(오색-대청-신흥사, 강원도)

가야산도사(倻山) 2003. 10. 13. 15:29

1.일자
  2003.10. 12
2.코스
  오색-설악폭포-대청-희운각-양폭-비선대-신흥사
3.소요시간
  14기산(04:00-18:00)
4.총산행거리 16km
   오색-설악폭포-대청봉: 5 km
   대청봉-천불동계게곡-비선대-신흥사 11km
5.일기
   안개(2쉼터-), 안개비(제2쉼터와 대청봉 중간-)
   비(소청봉-) 소나기(귀면암-)
6.주요지점별 통과시각
   04:00  오색
   04:50  제1쉼터, 산행길정체(1시간)
   06:32  06-04 지점
   06:46  설악폭포(휴식20)
   07:20  설악폭포위 계곡
   07:35  안부(오색서 3km 지점)
   07:57  06-07 지점
   08:17  제 2쉼터
   08:43  06-08지점
   08:57  오색서 4.5km지점
   09:17  대청봉(식사)
   09:40  하산시작
   10:03  중청대피소
   10:23  끝청갈림길
   10:30  중청봉
   10:44  소청봉(비선대6.8, 회운각대피소 1km)
   11:05  하산길 정체(2시간)
   13:35  희운각대피소(양폭대피소 2km)
   13:48  무너미고개(비선대5.3km, 희운각 0.2km)
   14:59  천당폭포
   15:00  양폭대피소(희운각 2ㅡ, 비선대2.0km)
   15:31  칠선골 입구
   16:00  귀면암
   16:25  잦은 바윗골
   16:30  비선대(20분 식사.휴식)
   18:10  신흥사주차장

7. 산행기
  일요일 오후 강수확률40%, 산행에 비를 만날 가능성이 있다는 일기예보다. 약간 흐리고 싸늘해진 날씨 탓에 바람막이 옷과 하산 후 갈아 입을 옷을 챙겨 넣은 배낭은 부피가 훨씬 커졌다. 저녁10시 대구를 출발한 버스는 어둠을 뚥고  잘도 달린다.
  설악산을 세차례 다녀왔지만 맑은 날씨는 단 한번도 없었다. 서북능선에서 본 공룡능선과 용아장릉을 어렴풋이 본게 전부다. 설악 대청봉을 오른다는 부푼 마음에 차가 느리게 간다고만 생각되어 매우 지루하게 느껴졌다
  인제 원통을 지나 꾸불꾸불 고갯길을 올라가는데 눈에 익은 곳, 바로 장수대가 보인다. 주차장엔 전국에서 몰려든 등산객을 싣고 온 버스들이 무질서하게 서 있어 통과하기가 어려운 지경, 조금 더 올라가니 한계령 휴게소, 여기 또한 북세통이다. 작은 승용차와 대형버스가 접촉사고가 나 차량 통과에 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리 저리 피하고 통과한 버스는 한계령 꼬부랑길을 거침없이 내려가는데 내려가다 멈칫 거린다. 앞에 관광버스가 정체되어 서 있는데 오색휴게소 전방 200메타부터 더 진행치 못하고 있다.
  새벽 4시, 전국에서 모인 등산객을 태운 버스가 주차 공간이 없다. 하는 수 없이 전부가 하차하여 걷기로 했다.

  국립공원관리사무소 앞에서는 장사진을 이룬 등산객들이 수 없이 많다. 하차하면서 줄을 서 차례로 입장하자 개울을 건너는 철재 다리가 있고 바로 산으로 길이 이어진다. 어둠속에서  헤드렘프 행렬이 줄지어 산을 올라가는데, 용이 산허리를 휘감아 오르는 형상이다,
  경사가 심하지만 올라가는 행렬은 3-5열 씩으로 밀려서 오르고 신발끈이 풀려도 맬 여유가 없을 정도로 산타기 경쟁이라도 하는 듯 산을 오른다 "이 꼭두새벽에 피난가는 것도 아니고 이게 무슨 곡절이야?" 약 50 여 분을 오르자 경사가 완만해지고 행렬의 걸음이 느려지고 군데군데 쉬는 사람들이 무리지어 있다. 헤드렘프에 비치는 간판에 "제1쉼터"로 표기 되어 있다. 잠시 쉴까 싶은데 앞쪽이 웅성거려서 확인해 보니 길이 정체가 되어 더 이상 진행을 못하고 있다. 조금씩 조금씩 쉬다 걷다를 반복하며  아주 느리게 행렬이 이동한다. 그 와중에 길 옆 숲으로 질러가는 사람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러자 "불 비춰!!, 얼굴 확인해" "사진찍어 인터넷에 올린다", "새치기 하지 마라" 등등의  고함소리가 들리자 더 이상 새치기하는 사람이 없어졌다. 그러기를 한시간 2-3백메타 올라가니 설악폭포쪽으로 내려가는 내리막계단이 있고 그 밑으로는 바위와 모래가 썪인 비탈길이 있는데 정체의 원인이었다. 어둠 속에서 단풍이 약간씩 보이기 시작하고, 여명 속에서 곱디 고운 , 붉게 타는 단풍이 하나 둘 씩 보이더니 어느새 날이 희뿌옇게 밝아 왔다

두 시간 여를 오르다 보니 설악폭포가 발아래로 보인다. 그냥 지나칠까 하다 그래도 보고가야지하는 생각에 폭포 위쪽 넓은 바위로 내려가다 순간 발이 미끄러지는데 왼쪽 허벅지 근육이 잘못되었는지 화끈하고 따가왔다.  폭포 위 바위에 걸터 앉아 물파스를 바르고 맛사지를 하면서 호흡을 가다듬고 옆에 앉아 식사하던 일행의 김밥과 과일을 몇조각 얻어 먹고 나니 포만감이 생긴다.

20여 분을 폭포 위에서 쉬고 다시 산을 오르기 시작했다.설악폭포란 이정표를 지나고 개울을 건너자 자로 오르막급경사 돌계단길이 이어진다. 약 30여 분을 오르자  오색에서 3킬로메타 지점이란 팻말이 있는 안부에 도착했다. 올라오던 길을 뒤 돌아보니 등산객들이 발아래로 새까맣게 올라오고 있고 그 위로는 새벽 단잠을 깨운 곱게 물든 단풍들이 시야에 가득하다. 설악폭포에서부터 산허리를 휘감은 구름이 심상찮더니 안부에서는 안개로 변해 시야를 가리기 시작했다. 대청봉에서의 조망이 어려울 것 같은 예감이 뇌리를 스친다.

  나무계단길. 철재계단길, 돌계단길 등을 수 없이 오르고 오르지만 끝이 없다 중간 중간 안개비가 내리고 나무에 맺혀 있던 안개비는 빗방울처럼  떨어진다. '이러다가 비가 오는게 아닌지?" 제 2쉼터를 지날 무렵 김밥을 얻어 먹었던 일행의 안색이 좋질 않고 걸음걸이도 시원찮다, 컨디션이 좋질 않다는 것이다. 배낭을 뺏다시피 받아 짊어지고 앞세워 오르다보니 비가 간간히 뿌린다. 주목고사목과 가지를 한쪽 방향으로만 뻗어 있는 늙은 소나무가 눈에 많이 띈다. 정상부가 가까워 오고있음을 느끼며 사진을 몇 컷 찍고 나니 잡목이 나즈막하게 땅에 붙어 있고 큰 나무는 보이지 않는다. 경사도 완만하나 안개비로 인해 멀리 보이지 않아 방향감각도 없이 마냥 다른 사람들의 뒤를 따라 올라가다보니 옛날 산막이나 대피소 같은 시설이 있었던 흔적이 있는 시멘트 기초 시설물이 보이고 사람들이 웅성거리며 더 이상 전진을 하지 않는다. 다가가 보니  기념촬영을 서로 먼저하려고 야단이다. 한참후에 보니 대청봉 표석을 안고 서로 사진을 직으려고 아우성이다. 어느새 정상인지도 모르고 오른 정상이다.

  정상에서 조금 한적한 끝청 방면 바위에서 도시락을 펴 놓고 아침을 먹었다.산을 오르면서 흘린 땀이 식고 차가운 도시락을 먹자 한기를 느껴 바람막이 옷을 꺼내 입고 서둘러 아침식사를 끝내고 하산을 준비하였다.  큰 바위 아래 약간 흰색 화강암 비석 같은게 보여 자세히 살피니 경찰간부후보입시생이 내년 초에 있을 시험에 합격을 기원하는 글귀가 있었다.

  안개와 간간히 뿌리는 빗속에서 대청봉의 조망은 전혀 없어 아쉬움을 뒤로하고 중청봉쪽으로 하산길 방향을 잡아 하산하였다. 짙은 안개 속에서 20여메타 앞에서 중청봉대피소가 보이고 피난민 행렬 같은 등산객들이 수없이 많이 모여서 식사를 하고, 모여서 이야기를 하고 올라가고 내려가고 영락없는 시골 장터였다. 길게 늘어선 줄 뒤에 섰다가 남자만의 특권으로 줄을 무시하고 화장실에 먼저 들러 소변을 본 후 대피소 직원의 비가 많이 올 가능성이 있고 등산객이 많아 길이 복잡할 것 같다는 안내가 있어 대피소앞에서 잠시 머물다 바로 하산을 시작했다.  

  끝청갈림길을 지나 소청봉에 이르자 백담사,봉정암 길이 보이고, 회운각, 비선대 6.8km 이정표가 보인다. 회운각방면으로 내려가는 길은 잠시도 틈을 주지 않는 급경사 내리막 돌계단길이다 15분여를 내려오자 앞서가던 등산객들이 서 있다. 대충 보아도 앞으로 40여메타 길게 줄서 있다. 영문도 모르고 줄서 있던 중 올라 오는 등산객에 물으니 "하산길에 70여메타 정체되어 있는데 하산 속도가 느려 두세시간은 걸릴 것 같으니 돌아가는게 나을 것 같다"는 소리다. 그렇다고 급경사길을 어떻게 올라가며 코스를 어디로 잡는단 말이냐, 시간이 걸려도 이대로 가기로 작정했다.  한 시간이 지나고 두 시간이 지나도 50여 메타 밖에 진행하지 못했다. 기다리다 못한 등산객 일부가 길 옆 나무사이로 없는 길 만들어가며 하산을 기도하자 새치기한다며 난리고, 새치기하면 죽인다.야임마 등 고함소리가 들리는 등 분위기가 험해지고 빗방울은 굵어지고 진퇴 양난이 바로 이런건가보다 싶다. 옆에서 같이 가던 팀장이 없어진 지 한 시간여 만에  새로난 길을 따라 하산해도 좋다는 팀장님의 목소리가 담긴 무전이 날아들었다. 새로 난 나무가지 사이길로 하산 하던 중 미끄러지면서 왼쪽허벅지에 또 통증이 나타났지만 아픔을 견디며 하산을 강행했다. 정체의 원인은 역시 비로 미끄럽고 좁은 급경사 하강길이 네곳이나 있기 때문이었다. 두시간 정체되어 있다가 그 곳을 우회하여  하산하는데 비로인해 미끄러움은 배가되고 위험했다.

  철계단이 길게 이어지는 내리막길을 한참 내려와 다리 건너엔 김이 모락모락 피어나는 회운각대피소가 있었다. 역시 장터 같다는 표현이 맞을 것 같다.왁자지껄한 대피소를 뒤로하고 하산길을 재촉하는데 다시 오르막이 시작되었다. 조금 오르니  공룡능선, 천불동계곡 갈김길이 있는 무너미고개라는 이정표가 서 있다. 그 이정표 아랜 선홍의 단풍잎이 붉게 타고 있다. 계곡 으로 내려오는 길은 온통 단풍잔치다. 비가내리지 않으면 이산이 단풍으로 다 탈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계곡 아래로 내려오면서 마주보이는 산은 그야말로 동양화와 같다. 안개 속에서 불쑷 솟아 오른 기암괴석,단풍과 절묘하게 어우러져 이곳이 바로 천국이고 선경이 따로 없구나는 생각이 든다. 계곡에 고인 물에는 노랗고 빨간 단풍잎을 띄운 청자의 그 오묘한 비취색이었다.  

회운각대피소를 출발한 지 약 1시간반여만에 끝없이 이어지는 오르막 철계단을 만나 어지럼증이 날 정도로 올라기자 아래로 남색 물이 가득 고인 천당폭포가 나타난다. 천불동 계곡 이름 그대로 계곡의 이름모를 바위와 바위산 하나하나가 신이 빚어 놓은 예술 작품이다. 금수강산이란 말이 설악에서 나온게 안닌가 싶다. 한 모퉁이 돌면 또 한모퉁이 또 돌면 또 한모퉁이 천불동 계곡은 끝없이 이어지고 갑자기 길을 가로 막고 우뚝 솟은 바위덩어리 아니 산이 길을 막고 있다. 귀면암이다굽이쳐 흘러 내리던 계곡이, 맑디 맑은 냇물이 갈 곳이 없다. 계곡은 암반위를 뱀이 기어가듯 굽이 굽이 흘러가고 그 끝이 없어지면 다시 굽이쳐 계곡이 이어진다.  벌써 무너미고개를 지나온지 두어시간 되었는데 계곡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수학여행때, 아니 20년 근숙 휴가시 다녀온 비선대와 금강굴은 아직 어디에 있는지 대중가질 않는다. 갑자기 어두워 지며 빗줄기가 굵어진다. 소나기가 내리 퍼붓는다.  여태 가랑비라 생각하고 바람막이 옷만 걸치고 하산하였는데 아니될 것 같다. 부지런히 걸음을 재촉하니 비선대휴게소가 저멀리 보인다. 예 수학여행시절, 그리고 근속휴가시 지나온 그 자취가 생각난다. 비선대 휴게소에 들러 비에 젖은 몸을 추스리고 배고픔을 달래기 위해 어묵을 한그릇 시켜 놓고 남은 도시락 내어 허기를 보충한 후 더운 커피한 잔으로 피로를 씻어냈다. 젖은 옷 벗어 짜서 다시  입고 판쵸 내 입고 짐을 다시 짐을 꾸렸다. 박은 벌써 어둠이 내린다. 이러다 일행들이 나하나로 인해 출발이 지연되면 원성이 크질 것이라는 생각이 들자 일어나 뛰기 시작했다.  불과 30여분 만이지만 어둠이 짙게 깔린 설악동 주차장에 도착해 보니 아직 하산치 못한 일행이 10 수명 된다. 그 중 와선대 부근에서 부상을 입고  구조대의 도움을 청한 일행도 있다는 무전 연락이 있다.
  3년 전 노부모님 모시고  타려했다가 순번이 늦어 포기했던 권금성올라가는 설악산 케이블카가  마지막 운행을 하고 있다. 올라가는 케이블카가 불을 밝게 켜고 올라가더니 중간에서 내려오는 케이블카와 마주치자 그자리에서 멈추고 불을 소등한다. 내일을 위한 마지막 운행이었다.  마지막 하산자가 차에 오르자 버스는  비내리는 설악동을 뒤로하고 대구로 대구로 한걸음에 내달리고 있었다. 14시간의 산행이 아련한 추억으로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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