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도사(倻山) 2008. 3. 2. 16:37

목욕

언재부턴가 목욕탕엘 가면 부자간에 등 밀어 주고
그 중 중년의 아들이 백발의 아버지 등 밀어 주는게 제일 부러웠다.
난 아버지 들 밀어 드린 게 고작 손가락으로 꼽을 수 있을 정도이고
아들로부터 등 밀어 본 게 언제인지 기억이 흐리다.

쇠죽 끓이고 난 후 그 솥에 잔불로 물 데우고
김이 모락모락 피어오르는 솥에 들어가 목욕하던  어린 시절이 생각난다
그 때마다 아버지께선 정성스레 때를 밀어 주시며 목욕을 시켜 주셨다.
그러나
고등학교를  대구 유학하면서부터 목욕탕을 가고 쇠죽솥 목욕은 끝이었다.

아들 데리고 목욕하고 싶지만 어릴때는 엄마손만 잡고 목욕 다니고
중고등학교를 졸업 후 독립생활을 하니 자연히 같이 갈 기회가 없었다.

어저께 갑자기 등에 담이 결린다며 통증을 호소하는 아버님을 모시고
칠곡 카톨릭병원에서 x-ray와 MRI, CT촬영을 한 후 결과를 기다리며
집에 모시고 오다 목욕탕에 더운 찜질을 하면 어떨까 싶어 동네 온천장엘 갔다.

때를 밀며 휘어진 허리 등뼈와 골이 깊게 패인 갈비뼈와 등,
앙상한 뼈만 남은 당신의 몰골은 10년 전 보던 그 건강한 체격과는 너무나 거리가 멀어 속으로 눈물을 삼키고 열심히 때를 밀어 드렸다.
전엔 탕에 들어 가시는 걸 그리 싫어 하시던 당신이
탕에 들어가니 시원하시다며 때를 민 후 다시 탕에 들어가시는 걸 보고 스스로 위안을 했다.

진작부터  온천욕을 시켜 드리고 싶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미루어 온 자신이 후회스러웠다.
제발 큰 병이 아니고 빨리 치유되어 다시 온천욕을 하면서 등 밀어 드릴 수 있길 기도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