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야산도사(倻山) 2003. 12. 15. 14:12

저는 구름이요 나그네지만
여러분은 靑山이요 바로 住人입니다.

그러니 眞佛에 오신 여러분들은  
각자 근사한 별장을 찾은 셈이지요

당연히 저는 별장지기가 됩니다.
여러분은 眞佛菴을 스쳐가는 나그네 같지만
실은 住人이요 저는 여기 住人 같지만
실상은 나그네니 이 같이 보면 주객이 따로 없는 것입니다.

靑山은 바야흐로 구름이 있어야 맛이 나듯
住僧은 언제나 나그네가 있어 기쁩니다.
편안히 머무시고 즐겁게 노니시고
또 자유롭게 사색하는 벗이 됩시다.

靑山이 있으니 구름이 좋고
구름이 있으니 靑山이 더욱 좋다.
住人은 나그네를 반김이
절친한 벗을 보듯
나그네는 住人을 바라 봄이
뜻 밖의 옛벗을 만나 놀라워 하듯

今生에 처음 만나도
多生의 깊은 因緣이라

그 기쁨 그 애틋함 이루 말할 수 없고
자주 자주 만난 인연도
그 반가움 그 신선함이
갓 피어난 이슬 젖은 꽃을 보듯
설레이는 이마음 날마다 새로워라

바란다는 것은 모두 괴롭고
바라지 않을 때라야 비로소 즐겁다.

-구름이 靑山을 향하여-

[2003.12. 12  팔공산 진불암 게시판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