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타/살며 생각하며

산음회 야유회 동행기

가야산도사(倻山) 2003. 6. 12. 11:40

월 15일 산음회에서 주관하는 야유회를 간다며 산행 약속이 있다는 나를 참석자 명단에 넣어 놓을테니 다음으로 미루고라도 꼭 나오라는 친구 홍열의 전화를 며칠 전 받고 한참을 고민했다.그러마고 대답은 했었지만 ...

산음회는 우리 고향 마을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이 대구에서 모임을 갖는 출향인들의 모임이다
그 모임에는 고향에 부모 형제가 있는 사람, 고향을 모두 떠난 사람 등... 고향이 생각나고, 친구, 부모형제가 그리울 땐 이런 모임에 나가면 정말 좋은 자리인데 여태껏 나가지 아니한 모임이다.

아침 일찍 일어난 아내는 상을 치우기 바쁘게 방을 정리하고 화장을 열심히 하더니 수 십 년만에 처음 참석한다는 초등학교 총동창회 체육대회에 간다며 먼저 집을 나서고...식사 후 조금씩 통증을 더해 오던 배가 갑자기 쑤시고 요동을 치기 시작한다. 얼굴에 열이 올라오고 목과  양볼, 팔등에 발진이 생기며 복통이 점점 심해지자 화장실에서 변기를 끌어 안고 한참을 씨름하다 아침 먹은 것과 노란 물까지 다 토해냈다. 이마에는 진땀이 솟고... 아마 식사가 잘못되었거나, 식 후 복용한 약이 잘못된 것 같다.
야유회 참석을 포기하고 한참을 꼼짝 못하고 누워 있는데, 친구 홍열이 전화를 받고 고향 친구 형님 동생들이 보고 싶음에 참석하기로 마음 먹고 집을 나서자  큰 길가에 덩치 큰 버스가 서 있다. 모두를 나 하나로 인해  기다리게 한 게 무척 미안해 진다.

출발하는 차에서 형님과 누님들, 동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자리에 앉아 있어도 등엔 식은 땀이 솟는다.
모두의 걱정의 말을 들으며 차츰 상태가 좋아질 무렵, 안강 유강휴게소에 차가 도착하자 기억이 아련한 동네 누님들에게 다시 인사를 하고 옛기억을 더듬어 본다
  
작은아버지와 친구인머리가 백발이 다된 광술이 삼촌 종식씨(?) ,
어릴 적 군입대 한다며 동네서 잔치를 해 주고 목마를 태워 동네를 돌던 기억이 새로운, 친구 상기의 형님으로 벌써 노인티가 나는 상호형님과 상덕형님.
소먹이러 갈땐 언제나 대장 같았던 영태형님과  순열, 규열, 상진,상규형님.
어릴때 보고 못 본 상기 동생 상수, 순임이 동생 인동이, 귀자 막내동생 상경이
얼굴은 생각나지 않지만 이름이 정겨운 꼭달이 누님.
우리 누님과 이름이 비슷하여서인지 자매 이상으로 친하게 지내시던 옥순이 누님과, 도이로 불렸던 윤도누님과, 이쁜 소녀 같이 공주춤을 추는 순조누님.
그리고 자주 만나는 집안 동생들  모두가 정겨운 얼굴들이다.

자기 인사를 하고 한 곡씩 노래 부르며 분위기가 잡혀갈 즈음 이런 자리를 마다하지 않는 홍식이 형님이 마이크를 잡고 사회자를 자청하며 입담좋게 분위기를 압도한다.

분위기가 한창 무르익을 즈음 버스는 송라 보경사에 도착하고 일행들은 보경사 입장표를  끊고 관광을 하기로 하였는데 이때 시간이 11:30경이다.
군 복무 중 한 번 놀러 왔었던 기억이 새로운데, 일행 중 제일 연장자인 종식씨가 폭포를 가겠다며 종종걸음을 하고, 그 뒤를 규열, 홍식이 형님이 따른다.
반사적으로 나도 일행이 되어 관음폭포를 향했는데 2.5킬로메타라고 적힌 이정표가 시간이 없다며 말린다, 집합시간인 12:10까지는 40여분 남짓,  뛰면 다녀올 수 있는 거리라 생각하고  뛰기 시작했다.
스리퍼를 착용한 홍식형님, 배가 많이 나온 규열 형님은 뒤따라 오다 처지고, 종식씨와 둘이서 열심히 뛰어 올라가자 목표지점인  출렁다리 교각이 보인다. 그런데 출입금지다. 연산폭포는 골짜기를 건너 언덕을 더  올라가야 되는데 그 푸르디 푸르고 깊었던 관음폭포에는   바위와 자갈이 가득히 메워져 있다. 뛰어 들어가 얼굴과 목을 시원스런 폭포수로 세수를 하고 나서야 출입금지의 이유를 알았다 - 지난해 수해로 다리가 무너져 내린 것이다. 시각은 12:00정각 바쁘다.
...
늦으면 모두가 기다린다는 생각에 물 한 모금 먹지 못하고 죽을 힘을 다해 뛰었지만 약속시간 보다 약 15분여 지각이다. 차를 타려니 벌금1만원부터 내란다. 사람들이 야속하다 그 먼길 뛰어 왔으면 물이나 한 모금 먹인 후 벌금을 받아야지...산길 5킬로메타를 1시간에 주파했는데, 하기야 30명이  네 명 때문에 15분을 기다면 짜증나지..

버스는 흥에 겨운 일행을 강구 아래 어느 횟집 앞에서 내려 놓는다.  보경사에서 사 온 조껍데기 막걸리가 오고 가고, 소주가 벌써 몇 병씩 더 들어오고  분위기가 좋다. 모두 지난 어릴 적 기억의 조각들을 가지고 퍼즐마추기로 조그만 조각으ㅣ 그림을  만들고  찾아내기 바쁘다. 고향이 좋긴 좋다.

식사를 마친 일행은 버스에 올라 강구 옥계계곡. 청송 얼음골 약수터를 지나 청송달기 약수터에서 약수 한 그릇씩 먹고 임하댐에서 잠시 쉰 후 중앙고속도로를 통해 대구로 돌아왔다. 처음 출발 때는 시간이 허락하면 안동 하회마을도 들리려 계획했었는데, 아마 보경사에서 지체한 우리들 잘못도 있으리라... 조금 미안해진다.

출발지인 성당못 앞에 도착해서 먹는 칼국수는, 어릴 적 소 먹이고 어두운 저녁, 귀가해  허기진 배를 채워주던 배고프던 시절을 돌아보게 하는 그 맛 이었다. 감칠 맛은 없어도 은근한  어머님 손 맛을 느끼며, 복통을 참아가며 나선 야유회가  더 없이 행복감을 가져다 준다.

행사를 주관한 상길이와 홍렬이에게 감사의 말을 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