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지법으로 다녀온 가메봉
어림 잡아 3-4년 전에 다녀 왔다고만 생각한 주왕산
다녀와서 산행 사진을 보니 꼭 3년 전 2006년 5월 이었다.
친구 중규(마도)와 지인 등 4명이 다녀온 코스를 이번에 그대로 다시 걸었다
해마다 6월부터 산행에 참여하는 회원이 줄다가
더운 7월을 지나 휴가철에 방학철이면 버스 한 대를 겨우 넘기는 인원에
운영진은 애간장이 다 탄다
애간장이 타는게 아니라 탈게 없이 하얀 가슴으로 멍울진다
그래도 오두막 운영진이라는 그 이름 하나에 오두막을 이끌기 위해서다
이번 산행도 해마다 겪는 예의 그 비수기 여름산행이다
야근하면서 시간만 나면 확인하였지만 산행신청이 68명이라 60명 참석하면 다행이라 생각했는데
마지막 승차인원을 확인하니 67명. 그래도 다행이다 싶어 안도하며 주왕산으로 향했다
주차장에서 간단한 스트레칭으로 몸풀고
준비 못한 점심식사 대신 건빵과 과자를 사 배낭에 넣고
후미를 맏기로 하고 출발했다
매표소에서의 실랑이와 몸싸움
그리고 출발
30분쯤 올라가는데 산행대장과 회장이 산행을 멈추고 서 있다
2명이 뒤에 쳐져 있다는 여총무의 전화 연락을 받았단다
전화는 이어졌다 끊어졌다가 하는데 연락할 방법은 없고..
..
...
....
약 30분쯤 기다리자 도착한 2명과 후미를 형성하고
먼저 간 산행대장과 회장을 따라잡기 위해 부지런히 걸었다
1폭포
2폭포
3폭포에 도착해 무전으로 확인하니 회장과 산행대장은 후리매기쪽으로 올라가고 있단다.
선두와는 40여분, 후미와는 15분~20분 간격이라 부지런히 가면 정상에 거의 따라잡을 수 있을 것 같아
코스를 큰골(내원동)쪽으로 잡았다
내원동 입구 주막과 내원분교장이 있던 곳은
잡초만 무성할 뿐 그 흔적을 찾을 수 없었다.
주막집에서 주인아주머니와 막걸리 한 잔하고 기념촬영한 기억만 또렷한데
단지 줄쳐진 울타리와 돌담 그리고 무성하게 자란 잡목과 풀들...그 것 뿐
자연은 훼손도 쉽지만 자연치유하는 능력 또한 무궁하다는 엉뚱한 생각을 해 본다.
[철거 전의 내원분교 건물과 내원동 주막집 아주머니 ]
[현재의 내원동 분교장 터]
큰골에서 가메봉으로 가는 갈림길
큰골 쪽 길은 잡초가 우거져 막혔고 가메봉길만 이어져 있다.
나무다리 하나, 둘, 세개를 건너면서 완만한 경사는 급한 경사길로 이어지고
무성한 숲은 원시림을 형성해 하늘이 안보인다.
아름드리 소나무가 하늘을 찌를 듯하고
이쑤시개 같은 낙엽송이 빽빽히 들어자 있는 숲엔
뽀얀 속살을 드러낸 이름 모를 버섯이 띠를 이루고 줄지어 서 있다.
새소리 매미소리
귀가 따가울 정도로 시끄러운데도
정다움으로 들리는 것은
어릴적 듣던 고향의 소리라 그런 것인가?
숲 너머로 하늘 가장자리가 보이고
이내 삼거리 능선 안부에 도착했다.
도시락을 싸 오지 못함에 점심먹잔 소리도 못하는데
이를 알아 차린 일행이 점심을 먹자고 한다.
2명이 먹을 점심을 3명이 맛있게 먹었는데 밥이 남았다.
그 옛날 모자란 듯 시원찮은 식은 밥이 서로 미루다 남는다더니...
점심을 먹고나니 절골쪽에서 안개가 밀려 올라오고 바람이 분다
추위를 느낄 정도라 더 이상 자리잡고 있을 수 없어 출발하려는데
귀에 익은 목소리가 들리고 선두그룹 회원들이 내려와
감동의 재회(?)를 한다. 그 중엔 처음으로 같이 산행한 생질도 있었다
언제 올라왔냐고?그들이 놀란다
"도사가 어째서 도사냐 축지법하는 도사지"하며 농담을 나누고 기념촬영 후 200메타 남은 정상을 향해 올라갔다
3년만에 다시 찾은 가메봉이 안개 속에서 나를 반겨 주었다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이지만 가메봉 만큼은 예외였다
정상에서 거의 모든 회원들을 만나고
폴짝 뛰어 건너가 기념사진 찍고 건너 왔는데
또다른 회원이 불러 다시 건너가고
다시 기념촬영을 하는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지루한 절골 계곡길
그러나 지루하지만은 않다
즐거운 마음으로 하산을 서둘렀다
기다리는 게 많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