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석산과 씨암탉
새벽잠에 취해 뒤척이다 온몸이 쑤시고 오른쪽 종아리에 통증을 느끼며 잠에서 깨어났다.
어제 황석산 산행 후유증인 것을 알고 일어나 소염진통제를 바르며 혼자 쓴웃음을 지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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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달여 동안 자의반 타의반 산행을 하지 못하다 오랜만의 산행을 한다는 들뜬기분에 알람시계를 05:00에 맟춰 놓고 자정 쯤 잠을 청했지만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그도 그럴 것이 혼자 산행하기엔 코스가 너무 길고 험하여 그간 몇 번이고 가려다 포기했던 산이어서 어릴적 소풍전날 같은 설레임이 있었기 때문일까?
일어나니 5시30분. 적당한 시간에 일어났다고 생각하고 샤워를 하다 문득 알람이 울지 않을 걸 생각하고 시계를 보니 6시35분. 그러고 보니 현관의 전자시계가 또 오작동을 한 것이다. 바쁘다. 어제 챙겨놓은 배낭에 도시락 담고 물병에 물 채워 넣고 부랴부랴 차를 몰고 모임장소 홈플러스에 겨우 정시 도착하니 반가운 얼굴들이 반긴다.
남자5명 여자2명으로 산대장 차와 내차에 나눠 타고 88고속도로 거창휴게소에 들리니 이른 아침이라 그런지 아침을 해결할 수 없다. 거창읍내에서 김밥집을 찾아 김밥 5줄로 아침식사를 해결하고 함양군 안의면 소재 황석산을 네비게이견에 의지하며 찾아간다 용추계곡 입구에 도착하자 엄청나게 큰, 위용을 자랑하는 매표소가 나타난다. 매표원에게 황정산 등산로 초입을 뭍자 탄현쪽이 코스가 무난하고 오르기 쉽다며 인원대로 매표할 것을 강요한다. 당초 계획대로 유동 연촌마을에서 초입을 잡고 화정산을 오를 계획이어서 유동마을을 지나 연촌마을에서 회원들을 하차시키고 용추사까지 올라가 회수용 차량을 한대 주차시키고 다시 연촌마을에 도착하니 09:50경이다.
간단한 체조로 몸풀기를 하면 좋으련만 먼저 도착해 기다리던 회원들은 조급증이 극에 달했는지 몸풀기 너무 많이해 지쳤다며 서둘러 출발한다. 마을 우물가엔 시원한 물이 가득 넘쳐나지만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기념사진 한 장 후딱 찍고 “출발”후회막급이지만 대세를 따를 수 밖에...
마을 끝에는 오미자 농장이 있고, 그 오미자 덩쿨엔 머루알 같은 붉은 오미자가 조롱조롱 매달려 가을의 풍요를 꿈꾸고 있는데 그 따가운 햇살을 옴몸으로 받으며 우린 즐거운 산행을 시작했다.
한참을 올라가다 길가에 핀 하얀 버섯을 보며 정아님 “이거 누구꺼고?” 소리쳐 한바탕 웃었다. 그 모양이 남자 그시기를 닮았기 때문이다. 산을 계속 오르면서 보이는 버섯들 모양도 기기묘묘하고 색깔도 불고 희고 검고 여러 가지다.
더운 여름산행, 햇볕이 쨍쨍 내리 쬐지만 그런대로 견딜만한게 숲이 워낙 좋아 햇살 따가움을 모르고 숨이 턱까지 차올라도 웃어가며 재미 있는 이야기를 나누며 쉬엄쉬엄 올라가니 어렵잖게 산행을 계속할 수 있었다.
충북진천에서 온 연배 지긋한 산행객들이 우리 일행과 앞서거니 두서거니 같은 방향으로 산행을 계속하고 있었다. 그들은 평균연령이 55~60세 정도로 연로한 것 같은데 산을 잘도 오른다. 어디서 왔냐고 하자 진천에서 왔다길래 장난기가 동한 산대장이 우리도 (대구)진천에서 왔다며 농담을 주고 받는다.
약 1시간 반쯤 올라가니 능선이 저만치 보이는 계곡 막바지에서 바위 홈을 따라 흘러 나오는 샘물이 있어 잠시 쉬면서 물병에 가득 물을 채웠다. 여름산행에서 물이 부족하면 제일 괴롭다는 걸 익히 아는터라 회원들 모두에게 물을 채우도록 했다.
능선에 올라도 바람이 거의 없다.한참을 걷다 12:00경 북서쪽으로 황정산 정상이 보인다. 아직 갈 길은 멀고 황정산 정상까지는 2.0km 땀이 비오듯 흘러내리고 모두들 조금씩 지쳐가는지 말이 없다. 그래도 꾸준히 걸음을 재촉한다.
약 10분 정도 진행을 하자 봉우리 하나가 앞길을 막는다. 몸풀기를 안한 탓인지 아니면 한달여 동안 산행을 안한 탓인지 무릎위 근육이 이상하다. 자구만 통증이 오고 경련이 올 것같아 걸음걸이가 불편하다. 매달린 로프에 의지해 올라가니 조망바위가 나타나고 시원한 바람이 분다.
멀리 정상봉우리와 줄지어 선 암봉들의 우아한 자태가 보이고 우리가 올라왔던 능선도 보인다. 아쉽다면 개스로 인해 멀리 조망할 수 없다는 것. 단체 사진도 찍고 개별 사진도 찍으면서 근육통 때문에 신발 벗고 약바르며 고생하는 나를 위해 기다려 준다.
정상부 바로 아래 성벽에 도착한 시각이 12:45경. 먼저 도착한 충북진천 팀들은 점심을 먹고 있었다. 우리 일행은 조망이 좋은 왼편 암봉에 올라 온갖포즈로 기념사진을 찍었다. 불펀한 다리로 회원들 사이에 끼여 몇장 사진에 흔적을 남겨본다.
정상을 100여메타 앞두고 암봉을 오르기 시작하는데 근육통이 더 진하게 찾아온다, 다들 신이나서 정상을 향해 씩씩하게 잘들 올라가지만 근육통으로 겨우 한발 한발을 내딛고 걱정이 되는 산행대장이 뒤를 따라 오르는데 막바지 정상 바로 아래 로프를 타고 올라야하는 방벽에서 로프에 매달린 채 근육마비(종아리에 쥐가 남)가 와서 그 통증으로 눈물이 날 정도로 고통이 심해 겨우 내려바위에 걸터 앉아 스프레이와 로숀으로 뭉친근육을 풀고 10여분 휴식을 취한 후 겨우 정상에 올랐다. 정상석은 비록 작고 초라하지만 정상에서의 시원한 바람은 올라오기까지의 근육통 고통을 싹 잊게 해 준다. 여름산행의 묘미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정상에서의 하산길은 올라올때보다 더한 고통을 주었다. 근육통에 고소공포증이 있는 나로서는 감당하기 어려운 고행의 연속이었다. 로프를 길게 타야하고 몸 전체로 매달려 내려가야 하였다. 로프도 없는 바위 모퉁이를 돌면서 느끼는 공포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13:30경 안부 나무그늘에서 7명이 둘러 앉아 점심을 먹었다. 먼저 자리잡고 식사하던 진천산행팀에게서 자리를 양보 받아 먹는 점심은 그야말로 진수성찬이었다. 산상의 뷔페를 약 20분간 즐기고 나니 하산할 일이 걱정이다.
막 출발하는데 누군가가 “이 벌건 대낮에 이놈들 무슨짓이고?”하길래 시선을 따라가니 메뚜기 종류인듯한데 작은놈이 큰놈 등에 엎혀있다. 자연의 섭리를 누가 거역해??
그동안 구름에 가려 있던 햇살이 뜨거운 햇살을 쏟아 부었다. 거북바위에 오르기 조차 거북해 아래서 기념사진을 찍어 주는 것으로 만족해야 했다. 거북바위에서 1~2분거리에 거망산 방향과 탁현으로의 하산길 갈림길이 나온다. 모두들 지쳐서일까? 아니면 근육통으로 고생하는 나를 위해서일까? 탁현쪽 하산길로 하산하자는데 의견이 모아졌다. 그 중 한명(마당쇠)은 거망산을 다녀 온다며 진행하기로 했다.
탁현으로의 하산길은 급경사 하산길. 올라오자면 네발로 기어 올라야할 정도로 급경사길이다. 바위엔 이끼가 끼고 물이 묻어 미끄럽기 그지 없다. 진흘고 발려져 있고 나뭇뿌리도 엃혀 있다. 밀양 얼음골보다 더 험한 너덜지대가 이어지는데 모두들 미끄러지고 자빠지고 애를 먹었다. 올라 갈 때보다 흘러내리는 땀이 더 많고 힘이 들었다. 약 1킬로메타를 내려오자 평탄한 지형이 되었다. 약 2km 거리를 1km로 단축한 샛길이었다.
산모퉁이를 돌자 하우스파이프가 보이고 임도가 나타면서 절이 보이고 계곡물소리가 요란해지자 모두들 생각은 한가지.. 알탕...알탕자리를 찾기에 분주하다. 길옆 계곡물을 보자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물가로 가서 배낭을 벗어던지고 세수를 하고 목에 물을 끼엊으며 땀을 씻는다. 그러다남자회원들이 등목을하는데 물을 퍼붓자 아에 물에 들어 앉는다. 그러면서 한명, 옷을 입은 채 물에 들어가기 시작해 결국 전부 물에 들어가 알탕을 한다. 2007년도 여름 마지막 알탕을 시원하게 마감하고 다시 하산. 16:50경 탁현으로 하산완료 했다.
[2부행사-촌닭 백숙]
탁현으로 하산했지만 용추사앞에 주차해둔 차량을 회수하기 위해 히치하이크를 해야하지만 알탕으로 젖은 옷을 입고 남의차 얻어 타기가 쉽지 않다. 몇 대를 그냥 보내고 천천히 오는 차량이 있어 세우고 대구에서 왔는데 차량회수를 위해 용추사 앞 주차장까지 태워 줄 수 있냐고 사정하자 경산이 고향인데 고향사람을 만나니 반갑다며 모임에 참석키 위해 거제에서 왔는데 식당을 찾는 중이라며 쾌히 태워 주겠다 한다. 용추사로 가는 중간에 목적지를 발견하고서도 용추사까지 태워다 주고가는 그에게 감사하다고 몇 번을 인사했다. 정말 고마운 사람이었다.
차량을 회수하고 혼자 거망산으로간 회원을 만나고 유동마을에 세워 둔 차량을 회수하니 전원이 모였다. 산행 전 약속한 닭백숙을 먹으러 가자며 수승대쪽으로 길을 안내한다.
산행지에서 거창쪽으로 진행하다가 무주방향으로 좌회전해 그 유명한 수승대를 지나 한참을 간다. 우스게말로 닭백숙먹으러가다 기름값 더 들겠다는 농담을 할정도로 멀다고 생각할 즈음 면소재지에서 학교를 끼고 들어간 골목에서 차가 서고 걸어서 다리건너고 숲속을 가로질러 도착한 곳. 임씨 재실이 있는 갈계숲 도계정.
잠시 도계정에 대해 아는 바 없어 컴퓨터를 검색하니 아래와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조선 중기의 문신이며 효자로 이름이 높았던 갈천 임훈(1500~1584)선생이 거처하던 가옥인 갈계리 임씨고가로 가기전에 아름드리 숲을 만날 수 있다. 덕유산 기슭에서 발원한 원천이 송계를 지나 갈천에 이르러 동서로 나뉘어 흐르면서 시냇물이 자연섬을 만들고 수목이 어우러진 이곳은 북상 13경의 첫머리인 갈계숲이다.
갈계숲은 갈천 임훈 선생이 태어나 자라고 묻힌 곳으로 2~3백년생 소나무, 물오리나무, 느티나무가 군락을 이루고 있다 갈계숲 안에 있는 사락정은 갈천 임훈선생의 덕망을 추모하기 위하여 후손이 1934년 건립하였으며, 정면2간, 측면2간의 2층누각의 8작 지붕으로 되어있다. 갈계숲을 시작으로 갈천가에는 자이당, 석천재, 가선정, 도계정, 병암정, 농운정, 갈천정 등
정자와 재실이 즐비하다.]
도계정은 누각위에 가운데 방을 한간넣고 사방 돌아가며 마루로 되어 있고 그 주변 갈계숲은 여의도 같은 갈천냇물 가운데 섬을 이루고 있는 숲이다 학교와 그 옆에서 연육교와 같은 둥근 다리를 건너야 접근할 수 있는 숲으로 숯 가운데 정각이 3개 있는 것으로 봐서 과거 임씨문중의 세도를 짐작케 했다.
도계정 옆에는 1자형 기와집이 있고 그곳에서 수련님 모친 집안(언니) 내외가 살고 있는데 마당에서 닭백숙을 만드는 커다란 알미늄솥이 걸려 있고 연기와 함께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고 있었다.
바깥에서 예의는 아니지만 선걸음에 인사를 드리고 안내된 사랑채 마루에 걸터 앉아 있으니 크다란 대야 같은 그릇에 닭두마리가 만세를 부르며 누드로 인사를 한다. 한마리는 알집에 있던 달걀을 그대로 품고 있는 씨암닭, 또다른 한마리는 고환이 달려 있는 장닭이다. 씨암닭을 받아 놓고 보니 어째 임씨집 사위가 된듯한 기분이 든다.
그러나 저러나 식구가 7명인데 이 거대한 닭 두마리를 어떻게 다 먹을 수 있겠냐? 우선 한마리부터 먹고 나머지는 다시 처리하자는데 의견의 일치를 보고 먹기 시작했다.
먹어도 먹어도 끝이 없는 닭고기.. 갈계숲에서 방목하면서 사료를 일체 주지 않아 그 맛 또한 일품이다.한참을 고기맛에 취하다 소주를 한잔씩 권하는데 소주잔이 별도 없어 크다란 국그릇에 소주를 따라 마신다. 운전하는 두사람과 술 못하는 노을님을 빼고나니 남녀 각 2명씩만 술을 한다. 술하는 사람이 부러운 순간이다. 그 큰 잔을 부딪히며 건배하는 그들이 마냥 부러웠다.
어느정도 닭고기를 먹다가 놀라 자빠질뻔했다. 그 큰 닭을 두마리 준비한 수련님 언니(?)가 닭백숙에 넣을 찰밥을 한솥 들고 오는데 7명식구가 1주일은 먹을 량이다. 평소 손크다는 수련님이 "언니졌소"할 큰손이다.
먹다가 보니 숲속이라 어두워져 형광등을 켜고 나머지 고기와 국물을 먹었다. 마당쇠님은 근육질 키우려면 좋다며 가슴살을 갈기 갈기 찢어 국에 넣어 먹자 옆에 있던 봄님도 그렇게 한그릇을 더 먹는다. 더위속에 산행하면서 지친 육신을 알탕으로 피로회복하고 촌닭 백숙으로 원기 보충하자 다음에는 염소 한마리 잡아 기력을 더욱 충전하자는 의견까지 나왔다..
갈길이 멀어 어느 정도 음식을 다 먹고 자리를 정리하고 19:00경 일어나 인사를 하고길을 나섰다. {끝}
추가 : 홈플에 도착 맛있는 팥빙수까지 한 숟갈 남김없이 결국 다 먹고 헤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