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아 반달곰아~
1.시간대별 이동사항
06:00 대구 출발
08:00 뱀사골 도착
08:50 뱀사골 출발
09:10 노고단 도착
09:17 산행 시작
09:40 화엄사 갈림길 전망대
09:53 노고단대피소
10:13 노고단 고개
10:30 노고단
10:40 노고단 고개
11:36 피아골삼거리
11:45 임걸령샘터
12:27 노루목삼거리(동)
13:11 반야봉
13:45 노루목삼거리(서)
13:53 삼도봉
14:36 화개재
14:44 뱀사골대피소
14:57 반선8.4 뱀사골대피소0.6 이정표
15:05 반선8.0 뱀사골대피소1.0 이정표
15:32 반선7.2 뱀사골대피소2.0 이정표
15:42 간장소
15:53 무지개다리
15:58 재승교
16:08 제승대
16:13 반선5.0 뱀사골대피소4.0 이정표
16:20 옥류교
16:24 병풍소
16:31 병소
16:47 반선3.0 뱀사골대피소6.0 이정표
16:57 탁용소
17:05 요룡대, 반선2.2 뱀사골대피소6.8 이정표
(이하 탐방로)
17:15 석실
17:30 출렁다리
17:41 반선0.5 뱀사골대피소8.5 이정표
17:45 반선, 하산 완료
2.지리산은 왜?
산을 조금 알게되고부터 설악산 공룡능선은 전문 산악인만이 다니는 그런 곳인 줄 알았고 지리산 역시 어릴적부터 산행을 해온 전문가만이 다니는 성스러운 곳으로만 알다가 언젠가부터 나도 지리산을 가고 싶어하는 마음이 한구석에 자리잡고 있음을 알았다
처음 도전한 지리산 종주에 일행의 부상으로 중도하차하고 더더욱 지리산에 대한 동경심과 동경의 마음은 커져가고 언젠가부터 지리산은 내마음의 고향이 되었다.
근무여건상 야근날 하루를 쉬면 3일간의 휴가와 같다. 야근날 산악회 행사가 있어 하루를 쉬다보니 낮에 시간 여유가 생기고 산에 가고싶은 마음이 더욱 간절하다.
지난번 진해 시루봉 능선을 종주하려다 근무 시간에 쫒겨 도중에 회군한 그 곳을 가려고 준비한 후 나도 모르게 차는 지리산을 향하고 있었다.
3.된장찌개로 아침을 먹고
일단 아직 가 보지 못한 코스-성삼재-화개재-뱀사골계곡 구간-를 산행하기로 작정하고 뱀사골 반선마을에 도착하니 온 마을이 조용하다. 차를 이곳에 두고 성삼재까지 지나가는 차를 얻어타는 것이 하산때 땀냄새 풍기며 차를 얻어타기보다 쉬운 일이다.
지나가는 차는 한대도 보이지 않고 식당 한집이 불이 켜져 있어 들어가니 학교갈 3남매 챙겨주는 젊은 아낙이 보인다. 된장찌개를 시켰는데 반찬이 무려 12가지 나온다
구수한 된장은 그릇이 넘칠 지경으로 가득히 나왔다. 어머님이 해 주시던 그런 짭잘한 냄새가 나는 시원한 된장국이었다. 치매 초기증세가 있어 문경 새재길 휴게소에 계시는 형님이 모시고 있는 어머님이 생각난다.
4.히치하이커가 되어
배를 채우고 나니 성삼재까지 올라갈 차를 잡는게 급선무. 길가에 서서 기다려 보지만 지나가는 차는 없고 시간은 흘러간다. 잠시 화장실을 가 볼일보는데 한대가 휑하니 지나간다. 좀더 참을걸...
다시 길가에서 기다리다 보니 중년 남녀가 탄 구령 그렌져(일명 각그렌져)가 오길래 태워달라니 둘이 타고 있음에도 탈 자리가 없다더니 성삼재를 가지 않는다며 훽~ 출발해 버린다. 갈 것 같은데 야속한 사람...
시간은 자꾸 흘러가고... 9시까지 차를 못 얻어타면 뱀사골로 올라갈 작정을 하고 10여분만 더 기다리자고 작정한 그 순간 하얀색 승용차가 다가와 손을 들자 차를 세우며 성삼재까지 태워 주겠단다.
오른쪽 앞자리에 널부러진 짐을 뒷자리로 옮겨 정리한 후 앞자리에 타라는 친절함을 보인다. 천안서 왔다는 그 젊은이는 내가 먹은 식당에서 아침을 먹고 오는 길리란다.
그러고 보니 식사를 마치고 나올 때 도착하던 그였다.
차가 약간 구형이라 그런지 성산재 올라가는 꼬불꼬불한 길을 힘겹게 올라가며 연신 기어를 낮췄다 높혔다 해 옆자리에 앉은 내가 괜히 팔과 발에 힘이 들어간다.
5.노고단을 돌아보고..
차를 얻어 타고 그냥 내리려니 뒤가 땡길 것 같아 배낭에서 캔커피와 쥬스를 각 1개씩 내어 그에게 건내며 감사의 마음을 표시하자 그도 기분좋게 받아준다. 얼굴이 천사표다 생각했다.
성삼재 못미쳐서 고갯길 중간부터 안개가 끼기 시작하더니 고갯마루에 도착하니 2-30메타 앞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고 거센 바람이 쌩쌩 소리를 낸다. 몇년 전 큰아들과 종주를 위해 새벽에 왔다가 본 그 안개와 똑 같았다.
주차장에 들어서니 앞에 각그렌져에서 스님 복장을 한 운전자가 여자와 같이 내리는데 괜스레 다른 생각부터 든다. 이런 아침에 이곳까지 같이온 여자는..
성삼재 매점에서 캔커피 두개를 사서 배낭에 넣고 산행을 시작하는데 우두둑 빗방울이 떨어진다. 바람이 불어 나뭇가지에 묻어 있던 안개도 비가 되어 같이 떨어진다
. 화엄사서 올라오는 갈림길 부근에서 서울서 온 학생 두명을 만나 사진 한 컷을 부탁했다.
노고단대피소는 이른 아침임에도 안개속에서 보수 공사를 하느라 분주하다. 취사장을 폐쇄하고 본관건물 처마 아래에 임시 취사장을 준비해 놓았는데 그 천막아래 비박하는 젊은이가 정신없이 자고 있다. 젊음이 부럽다며 내 나이를 생각해 본다.
서둘러 노고단 고개에 오르니 돌탑이 나를 반겨주고 있는데 그 시샘인지 바람이 더욱 세차다 어느 싯귀에 나오는 삭풍은 나뭇가지에 울고....란 말이 생각난다.
서둘러 산행을 하려다 안개속에 보이는 노고단 출입문이 열려 있다. 매번 올때마다 잠겨있던 문인데 이상하다 싶어 노고단을 가보기로하고 잠시 올라가다. 노고단에서 임걸령으로 바로 갈수 있는지를 물어보려고 감시초소에 다가가자 새벽일찍 노고단을 올라간 노인이 공원관리사무소 직원에게 꾸중을 듣고 열심히 변명중이다. 개방시간 전에 무단출입했다는 것이다.
노고단은 1,507m로 천왕봉과 반야봉 다음으로 높은 3대봉우리라는 안내간판을 읽고 노고단 정상에 올랐는데 안개비로 인해 렌즈에 빗물이 묻어 사진이 잘 찍히지 않는다. 구례쪽 조망대에 올라 서 보지만 바람이 워낙 세서 바로 서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발 아래로는 하얀 안개밖에 보이지 않는다. 카메라가 날아 갈 것 같은 바람에도 겨우 보호목책 말뚝위에 카메라를 얹어놓고 겨우 한 컷했는데 배낭무게를 생각해 준비해온 삼각대를 차에 두고온 것을 후회해 보지만 다른 대책이 없다.
산행시간에 예정에 없던 30분여가 더 소요되었지만 노고단을 둘러본 것에 만족하였다.
6.반달곰에 대한 두려움을 이기며..
지리산 나홀로 산행에서 제일 두려운게 반달곰 출현이다. 피아골삼거리 못가서부터 곰출현지역이라는 하얀 현수막이 한두개 걸려 있음은 예전과 다름 없었다. 그런데 이번엔 그 숫자가 엄청나게 많아졌고 그 현수막 옆에는 "곰을 피하는 방법", "곰을 만났을때의 대응요령"등이 어김없이 붇어 있어 곰이 곧 나타날 것 같은데 산중엔 아무도 없다는게 제일의 두려움이었다.
일부러 노래도 부르고 스틱으로 바윗돌을 찍어가며 금속성 음향을 유도해 보고, 배낭에 달아 놓은 호루라기도 불어본다.
능선길이라 바람소리가 엄청나 그 바람소리가 곰 울음소리로도 들리고 부서럭그림이 곰이 나올 것 같아 두려움이 배가 되었다.
임걸령 도착직전 산모퉁이를 돌아가는데 앞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험 허~~엄"하는 목소리가 들려 나도 헛기침을 하자 바로 40대 젊은 남자가 나타나길래 "반갑습니다" 고함을 지르듯 인사를 하는데 스님인 듯한 그는 합장하며 눈웃음으로 인사하고 휑하니 지나가 버린다. 그도 역시 곰에 대한 두려움이 몸에서 베어 나오는 것 같았다.
노고단에서 노루목삼거리까지 구간에는 탐방로 보수 및 복구공사를 7월까지 한다며 장비와 재료가 길 가에 늘려 있었는데 확실히 지난 산행때 보다는 길이 많이 복구되었고 늪을 연상케하는 진흙 물구덩이가 많이 사라졌다.
곰에 대한 두려움은 반야봉에 오르면서 절정에 달했다. 전에 없던 곰출현지역 현수막이 몇개나 걸려 있고 곰을 피하는 방법등 현수막도 꼭 그 엎에 붙어 있었기 때문이다.
7. 반야봉에 올랐지만
반야봉에 오르면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배고픔도 이기며, 아니 배가 고파도 혹시 곰이 나올까 싶은 공포심에 밥을 먹지도 못하고 열심히 반야봉을 올라가고 있는데 약 15메타 앞 등산로 로프기둥에 까치만한 크기의 검은색 이름모를 새한마리가 올라가는 속도에 맞춰 계속 일정거리를 두며 폴짝 폴짝뛰어 건너며 길을 안내하듯 한다.
반야봉에 오르면 조망이 있을 것을 기대했지만 안개와 안개비로 사진 찍기도 어려울 정도로 바람이 세다.
전에 있던 종모양 돌탑을 허물어 정상에 깔아 놓고 그 자리엔 구례군에서 세운 새하얀 대리석 정상표석이 깔끔하게 세워져 있고 그 주변엔 옥자갈이 깔려져 있다.
점심을 먹으려 배낭을 풀고 앉았는데 바람에 스치는 현수막 소리가 곰의 거친 숨소리 같아 점심 먹기를 포기하고 카메라를 바위위에 얹어 기념사진 한 장찍은 후 서둘러 하산했다.
삼도봉과 성삼재 방면 갈림길 삼러리에 도착하자 인기척이 들리고 이내 산행객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정말 반가웠다. 이 거대한 지리산에 나홀로라는 적막감에서 해방되는 순간이었다 반갑게 인사를 하고 확인하니 나와 같은 코스라 반야봉을 다며오면 약 40-50분 가량의 시차밖에 없으므로 이제는 안심이다 싶다.
갈림길에서 약 20분 여를 진행하다가 비상신고표지판[지남01-11]앞에 벗어 놓은 가죽등산화 한 켤레를 발견했는데 자살자가 신발 벗어 놓은듯 한 생각이 들자 며리가 쭈뼛해졌다.
8.삼도봉에서 본 운해
서둘러 삼도봉에 도착 구례쪽 바위 절벽 위에 올라서자 새하얀 솜이불을 깔아 놓은 듯한 절벽아래엔 끝이 보이지 않는다 뛰어 내리고픈 충동이 든다. 그러다 일순간 안개가 몰려 올라온다. 바람이 세차게 불고 담배연기 흐르듯 구름이 산능선을 넘는다.
삼도봉 표시 삼각점을 한 바퀴돌고 손으로 만져 본 후 그 옆에서 때늦은 점심 김밥을 먹는데 그 옆에도 예의 곰출현지역 현수막이 보인다. 두줄 사간 김밥이 1/3정도 먹고나자 더 먹을 수가 없어 포기하고 배낭을 챙기는데 반야봉쪽에서 인기척이 들린다. 조금 더 귀를 기울이자 여러명인듯하다. 사람이 많은 산행일 경우는 소음으로 들릴 그 목소리들이 산중에서 혼자라고 생각하며 듣는 그 소리가 그리 정다울 수 없었다.
잠시 후 모습을 드러낸 사람들, 남여가 어울린 대구영남대학 봉사활동하는 동아리 회원들의 지리산 종주극기팀(?)이란다. 그들은 삼도봉에 온 기념사진을 찍으려다 카메라를 갖고 있는 학생이 뒤쳐졌다며 폰카메라로 사진을 찍어댄다. 내 큰 카메라로 단체사진 한 컷을 해주고 내 사진도 찍어 달랬다.
그들과 일행이 되어 화개재까지 가는데 여학생들이 피곤한지 벽소령대피소까지 얼마가 남았느냐, 시간은 얼마나 걸리느냐 궁금한게 그리도 많을까 질문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화재재에서 그들에게 연하천산장까지는 식수보충장소가 없고 뱀사골대피소에서 식수를 꼭 보충해 가라고 일러 준 후 서둘러 하산을 시작했다.
9.뱀사골대피소가 폐쇄된다.
해마다 한 두번은 지나치는 뱀사골대피소. 종주시는 식수 보충장소로 이용하는 곳이라 더욱 애착이 가는 곳이지만 당일산행보편화로 인한 환경변화, 계곡오염의 직접적인 요인이고 종주능선에서 비껴 있어 이용객이 적다는 이유로 현재 폐쇄되어 있지만 철거할 모양이다. 아쉽다.
10.끝없이 이어지는 뱀사골 계곡의 비경
뱀사골대피소에서 반선까지 뱀사골 계곡은 이정표상 9.0km, 적어도 앞으로 3시간 이상 걸어가야할 계곡이다. 대피소에서 약 3시간을 걸으면 적어도 6시이후에 하산을 완료할 수 있기 때문에 자칫하다가는 어두워 질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 길을 서둘러 하산하기로 마음 먹었다. 배낭에는 야간 산행을 위한 렌턴이 준비되지 안았기 때문이다.
계곡을 약 2km쯤 내려오면서부터는 물소리가 귀가 아플 정도로 맑은 물이 철철 넘쳐 흐르고 때이른 여름 매미들의 신나는 합창이 계속된다.
계곡을 건너는 다리를 한개 두개 세며 내려오다 어느 순간부터는 그 숫자가 혓갈려 포기하고 소와 폭포를 감상하고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지만 안개비로 인한 렌즈에 이슬 맺힘현상으로 아무리 닦아도 좋은 사진을 담을 수가 없어 눈에 담아 오기로 작정하고 열심히 관찰하였다.
간장소, 병풍소, 병소, 탁용소 등 수많은 소와 이름없는 폭포가 잘 어우러지고 옥빛 맑은 이 흐르는 계곡을 가로 지르는 무지개다리, 재승교, 옥류교 등 계곡에 걸맞는 아름다운 철제다리등이 뱀사골을 더욱 아름다운 계곡으로 남게 해 주는 듯하다.
어느 순간 계곡이 사라지듯 가로막는 시멘트 교량과 포장도로가 계곡이 끝나는가 싶었는데 이정표엔 아직도 반선이 2.2km라고 표기되어 있다. 아무리 계곡이 아름답고 풍광이 좋지만 두시간 이상 걸어 온 후라 슬슬 길이 짜증나기 시작했다 . 시멘트 포장일을 버리고 자연탐방로를 선택해 계곡 물을 따라 하산하다보니 6.25 후 빨치산 활동시 불온 선전물을 만들었다는 석실도 나오고 로프에 발판을 엮어 놓은 흔들다리도 나오며 지친 산행객을 위로해 준다.
계곡아래에 발담근 산행객이 몇명 보이고 반바지에 물놀이하는 야영객이 보이는 것을 봐서 하산이 거의 완료된듯하다는 생각을 할 때쯤 반선 0.5km라는 이정표가 나오고 시멘트 포장일을 따라 산 모퉁이를 돌아 나오자 아침에 두고 간 애마가 나를 반긴다. 장장 9시간의 산행을 종료하는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