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 토곡산(855m) 다녀 왔어예~~
1. 산행지
경남 양산 토곡산[855m]
2. 산행참가자
사임당,몰리,글라디 수선화,안개비, 백수,허니,배낭메고,화니,노을,월장,청천님 등 13명
3.산행코스
지장암-597봉-703봉-토곡산 정상-734봉-원동초교
4.소요시간
약 7시간 20분
5.시간대별 이동사항
06:10 동대구역
07:10 원동역
07:58 구포국수공장,지장암 입구
08:10 산행 시작
08:10 지장암
08:27 무명폭포
09:56 697봉
10:56 암릉(로프)
11:10 703봉
12;20 토곡산정상
13:10 하산시작
13:45 734봉
12;10 전망바위
15:27 원동초교(하산)
15:40 하산완료
15:45 원동출발
16:20 삼랑진 도착
17:56 삼랑진역 출발
18:53 동대구역 도착
6. 산행기
-출발에 앞서...
벌써 토곡산 번개산행을 꿈꾸어 온 지 3년이 흘렀다. 그리고 번개 공지를 올린 것도 이번이 세 번째. 이번엔 비가와도 바람이 불어도 태풍이 와도 혼자라도 갈 것이라고 공언을 해 온터인데 방귀가 잦으면 x싼다고 무심코 한 말이 씨가 되어 산행 전날까지 태풍이 온다니 기가 막힐 일이다.
이국 땅에서 유학하면서 방학 중 귀국한 생질에게 저녁 한그릇 사 먹인다는 핑계로 매부와 반주를 나누고 헤어지기 싫어 2차, 그래도 아쉬워 결국은 집에까지 가서 3차를 하고 집에 들어온 시각이 자정 쯤. 샤워로 술기운을 가라 앉히고 컴퓨터 앞에 앉아 내일의 일기-이제는 위성사진, 레이더 영상을 보고 어느 정도 비가 올 것인지 아닌지를 알 정도다-를 보니 태풍은 소멸되고 일기는 좋을 듯하여 안심인데. 문제는 회원들이 일기가 좋지 않으면 불참율이 많은 터. 참가에정자 13명과 알쏭달쏭한 사람 3명이 있는데 벌써 비 때문에 못 온다는 사람이 한 두명 있어 염려가 된다.
친구 형일이가 전화로 "내일 가는 게 틀림 없제? 나도 내일아침에 역에 시간 맞춰 나갈께"하며 힘을 싫어 준다. 고마운 친구다.
이것 저것 정리 중 사임당(총무님 부인)이 걱정이 되어 "주무세요" 쪽지를 보내왔다. 그래 잊고 내일 아침에 보자며 잠을 청했으나 쉽게 잠이 오질 않는다. 뒤척이다 다시 일어나 배낭을 한번 더 챙기며 빠진게 없나 점검해 본다.
맞춰 놓은 알람시계가 울어야 할 시간인데 울지 않는다.
한동안을 기다리다 일어나 보니 휴대폰이 진동으로 되어 있다.
꽁꽁 얼린 물병 두 개를 배낭에 챙겨 넣고 김밥집에 들러 김밥 10줄을 싸들고 동대구역으로 향했다.
-토곡산으로
제일 먼저 도착한 것으로 생각했는데 벌써 회원들이 배낭을 내려 놓고 모여있다. 고마운 사람들이다. 시간에 다 되어 가는데 온다는 두명이 오질 않는다. 전화를 하니 한명은 당직이라 못온다하고 한명은 지하철을 기다린다고 한다. 06:10분발 열차인데 10분까지 도착하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하니 할말이 없다. 지금 택시 타고 바로 오라고한 시간에 05:50 정말 마음이 새까맣게 타 들어 간다. 그래도 시간 전에 도착을 해 줘서 무사히 12명이란 인원이 열차에 오를 수 있었다.
무궁화 열차에 연번으로 12번까지 좌석번호를 받고 올랐다. 우리일행 외엔 아무도 없다 열차 한 량을 전세 낸 듯하다. 경산역에 도착해 글라디님이 합류하니 토곡산을 향한 정예 부대가 짜여졌다.
열차를 타고 산행가는 회원들은 어린시절 수학여행 가는 학생들 마냥 들떠서 미소를 머금은 채 온갖 이야기를 재미있게 나누고 있다. 그 시끄러움에도 불구하고 밤샘 근무를 하고 온 것 같은 노을님은 팔을 뒤로 젖히고 단잠에 빠져 들었다.
정확히 07:10 신나게 달리던 열차는 원동역에 정차한다.
다들 역구내를 빠져나와 커피 한잔하고 역을 배경으로 기념촬영하고 산행을 위한 출발 기점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
원동에서 약 2킬로메타 가량 떨어진 자장암 입구까지 20여분만 걸어면 될 줄알았던 길이 가도 가도 끝이없다.
구포국수공장을 지날 무렵 글라디, 안개, 월장님은 야생화를 발견하고 뒤쳐져 사진을 찍으며 따라 올 생각을 하지 않는다.
친구 형일이가 " 도사야! 5분거리라더니 50분은 오는데 앞으로 '가야산도사' 버리고 '구라도사' 해라"고 고함을 지르는 바람에 모두들 크게 한 번 웃었다.
구포국수공장을 지날 무렵 하산하면 너도나도 국수한포대기씩 사가자고 한다.
국수공장을 막 지나자 산행 초입인 지장암 입구 공터가 나온다.
30여분을 걸어 온터라 산행을 위한 수트레칭을 생략할까 했는데 고맙게도 노을님이 자청하여 스트레칭을 해 주니 모두들 열심히 따라한다.
한결 몸이 깨운해짐을 느낀다.
초입의 길가 풀잎 끝에는 아직 떨어지지 아니한 이슬이 신발과 바지 끝자락을 가볍게 적시는 것으로 봐서 선행한 팀은 없는 것 같다.
처음부터 오르막길. 자갈과 황토가 섞인 길은 전날 내린 비와 아침 습기를 머금어 미끄럽기가 말 할수 없을 정도. 초입부터 모두 긴장하고 걷는다.
10여분을 숨이 차도록 오르니 초라한 암자가 나타나고 금도금의 부처님이 찬 이슬을 온몸으로 맞으며 산 아래서 올라오는 중생들(?)을 온화한 눈길로 바라보고 있다.
그 앞에서 잠시 숨을 돌리고 대열을 정비한 후 다시 출발했다.
미끄러운 길을 조심스레 오르니 너덜지대가 나오고 다시 숲속 길을 오르니 생각지도 않았던 폭포가 발걸음을 멈추게 한다. 모두 폭포수 아래서 땀을 훔치고 세수를 하고 땀에 젖은 수건을 젹시며 간식을 나눠 먹고 잠시 휴식을 취했다.
산을 오르면서 뒤돌아 보는 세상은 언제나 황홀한 선경이다.
폭포 상단을 통과하면서 내려다 보이는 계곡과 안개가 짙게 깔린 합포동은 그야말로 그림 같은 풍경이다.
때마침 지나가는 경부선 철도의 화물열차는 미니어쳐의 장난감 같은데 철거덩거리는 소음을 뒤로하고 순식간에 시야에서 사라진다.
전망이 좋은 바위는 카메라가 바빠진다. 발아래 풍경이 바라보이는 조그만 바위라도 보이면 누구나 할 것 없이 바위에 올라서 포즈를 취하고 그러면 어김없이 후레쉬가 터진다. 다들 슨간 순간의 기억을 영원히 붙잡으려 사진을 찍고 찍히기 바쁘다.
초입에서 바라다 보이던 첫 봉우리를 거의 한시간 가량 걸려 올라오니 떡갈나무 가득한 숲으로 우거진 봉우리597봉이다. 다들 기념촬영하고 잠시 쉰다. 정상쪽으로 능선길을 가다보니 멀리 구름을 머리에 이고 떡하니 버티고 있는 토곡산 정상이 보인다.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가야하는 능선길, 정상쪽으로 봉우리가 두어게 보이고 능선에 솟아있는 암봉과 암봉 들. 솜사탕 같은 구름이 상승기류를 타고 점점이 위로 솟으며 토곡산의 신성함을 말없이 표현하고 있는 듯 보인다.
굽이치는 낙동강 물결은 신선이 세수한 후 보려는 거울인 양 하늘의 구름한점 빠짐없이 다 비추고 있다. 산허리를 타고 넘는 바람이 흘러 내리는 땀을 스치며 지나자 그 시원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토곡산을 멀리 바라보며 능선을 타고 정상을 향해 차근차근 한발한발을 내 딛는데 가도 가도 끝이 없다.
봉우리를 하나 넘으면 다음 봉우리가 보이고 정상은 한 발 물러서고, 다시 한 봉우리를 넘으면 또 한 봉우리가 보이고...그러면 다시 정상은 더 물러서고..그러기를 몇번인가 회원들은 그래도 즐거운 비명이다.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탐험가와 같은 희열을 맛보는 것 같다.
능선에 암봉도 있고 암봉을 로프에 몸을 맞긴 채 절벽을 통과해야하고 때론 삐딱한 바위를 네발로 기어 통과해야 하고.. 때론 수십길 낭떠러지를 아래로 하고 바위를 안고 옆으로 통과하고, 현기증이 나서 아래를 못보고 무릎을 꿇은 채 사진을 찍고 네발로 기어 통과해야하는 그야말로 상상을 초월하는 산행의 연속이었다. 아래에서 보던 토곡산이 아니었다.
그래도 따가운 햇살이 없고 바람이 있어 시원하다. 또한 능선에 우거진 떡갈나무와 소나무 사이로 난 길이 시원함을 더해 주었다.
산행 초입에서부터 4시간여를 부지런히 올라왔건만 더위로 산행속도가 아무래도 떨어진 모양이다.
정상에 가까울수록 속도는 떨어지고 쉬는 시간이 많아졌다. 무려 4시간이상 걸렸다.
오르내리기를 반복하는 설악산 공룡능선 통과에 4시간 정도인데 여긴 계속 오르기만 4시간이니 토곡산의 공룡능선이라해도 좋을 듯하다.
지난번 산행 초입에서 폭우로 산행을 포기한 적이 있는데 그 당시 강행했었더라면 어떻게 되었을까를 생각하니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낀다. 무리한 산행을 강행하면.....때론 멈출 수도, 후퇴할 수도 있는 필요성을 생각해 본다.
어느듯 정상, 정상 초입엔 나무에 기대어 선 이정표"원동역, 함포. 선장리"가 말 없이 서 있다.
정상엔 10여평 정도의 평지가 있고 그 가운데 하얀 대리석으로 만들어 세워진 토곡산 정상석이 있다. "土谷山 855m"
예외 없이 정상석을 가운데 두고 기념촬영이 이어지... 바로 자리를 깔고 짊어지고 온 온갖 맛있는 점심으로 산상의 뷔페식을 즐겼다. 불고기부터 잡채, 구이, 찌짐,그리고 온갖 맛나는 반찬들.... 이렇게 뷔페식은 약 30~40분가량 이어졌다.
보냉을 위해 타올로 정성스럽게 말아 고이 모시고 온 물병을 타는 목을 적시기 위해 열다가 소스라치게 놀랐는데 1리터짜리 소주병이었다. 산행 중 술을 가지고 오지 말라는 말을 제일 많이 하는 내가 소주병을 꽁꽁 얼려서 가지고 왔으니.... 버릴 수도 마실 수도 없던 술, 정상에서 점심식사를 하며 한잔 씩 나누어 먹으니 그 맛 또한 일품이었다. 그리하여 토곡산 정상주를 할 수 있었다.
하산하려니 햇빛이 구름사이로 간간히 쏟아진다. 그러니 더울 수 밖에.... 그래도 내리막이되어 모두 잘도 내려간다. 간혹 미끄러워 넘어지는 사람도 있으나 큰 부상없이 잘도 내려간다.
사진 한 컷하고 나면 뒤통수를 보기 어려울 정도다. 햇살이 너무 강해 당초 400봉을 거쳐 원동초교 서쪽방향으로 하산하려던 계획을 바꿔 숲이 많은 734봉에서 원동초교 동쪽방향으로 직선 하산키로 하였다.
지그재그로 거의 직선하산길, 급경사길이다.
체중이 실린 등산화 속에선 발가락과 발톱이 통증을 호소한다.
빨리 하산하면 냇물에 발 담그야겠다. 얼음물병으로 발가락을 다친 사임당님이 아무런 불평없이 일행에 뒤쳐짐 없이 하산을 하는 게 신통할 따름이다.
하산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2시간 30여분. 원동초등학교 뒤 개울물이 흐르는 다리아래서 신발 벗고 바지 걷고 물에 들어가니 그 시원함이 정상에 오른 희열만큼이다.
-산행을 마치고..........
대구로 가는 열차시간이 맞질 않아 미리 알아 둔 렌트카를 불러 삼랑진으로 이동하였다. 15인승 미니승합차에 꽉짜여 앉아도 즐겁기만하다. 시원한 생맥주를 한잔씩 하기로 했으나 시골이라 생맥주집이 없단다. 마트에서 캔맥주와 빙설로 대신하기로하고 역 구내화장실에서 대충 씻고 옷을 갈아 입고...젓은 속옷을 벗어 버리니 그리 시원하고 개운하고 좋은데....월장님이 이중에 노펜티 한 사람있다고 자꾸 이야기 하는 바람에 조금.....역앞 마당에 있는 원두막에서 시원한 캔맥주를 서너 개 마시니 그 또한 시원하기 그지없다.
동대구역에 도착해 저녁식사를 하고 해어지자며 식당으로 들어갔다.
그 곳엔 회장님과 케익을 준비해 달려온 부산대장, 솜다리가 자리를 마련해 놓고 기다리고 있었다.
아내가 깜짝 생일 이벤트를 마련한 것이다.
유진 총무님도, 늦게 대원이 총무님도 합류했다.
토곡산 번개산행을 축하해 주었고 생각지도 않았던 생일케익을 자르고 생일 축가도 불러주는 회원들이 가족보다 더 정다운 사람들임을 새삼 느꼈다.
즐거운 식사가 끝나고 여흥시간. 회장님이 마련한 노래방에서는 웃느라 입이 아플 정도였다.
모두 정답고 고마운 사람들이다.
역시 정다운 오두막이다.
산행에 참가하신 12분회원님과 회장님과 부산행대장님, 두 총무님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