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팔공산 파계재-동봉을 다녀오다

가야산도사(倻山) 2005. 8. 8. 16:25

1.개요

위    치 : 대구 동구, 경북 군위 부계면
고    도 : 1,155(동봉), 1,041(서봉) 991.2(파계봉)
날    씨 : 안개,맑은 후 안개
코    스 : 파계사-파계재-파계봉-서봉-동봉-수태골
산행거리 : 약10.9km
            파계사-1.2-파계재-1.0-파계봉-4.0-서봉-1.2-동봉-3.5-수태골

2,시간대별 이동상황

07:50 파계사 입구.관람
08:30 산행시작
08:50 한티재,파계재 갈림길
09:07 샘터
09:20 파계재
09:53 파계재 1.0, 서봉4.0 지점
10:10 파계봉
10:30 등산로 147지점
11:00 등산로 144지점
11:08 파계재 2.9km지점
12:44 서봉, 식사
14:00 동봉
14:28 수태골 동,서봉 갈림길
15:20 수태골 입구

3. 산행기

지리산 반종주 후 더위에 피서 보다 집에서 뒹구는게 훨신 좋은 피서법이다. 그런데 가족이 하루 세끼 식사를 준비하다보니 스트레스가 쌓이는지 산에 안 가느냐며 자꾸 등을 밀어낸다.

지리산을 다시 가고 싶었으나 거리가 너무 멀고 아침 시간이 너무 흘러 포기하고 청도 화양산을 가려고 신천대로로 차를 몰아 가다 침산교에서 다시 방향을 바꿔 팔공산을 가기로 작정했다. 팔공산이면 가깝고 어느 코스이던 선택이 자유롭기 때문이기도 하고 코스 중 서봉서 파계사 쪽으론 전혀 가보지 못한 곳이라 파계봉을 올라볼 생각으로 파계사로 차를 몰았다.

파계사 주차장에 주차 후 파계사 경내를 돌며 관람을 했다. 이조 영조대왕과의 인연을 강조하는 이 사찰에는 국가적 유물이 많이 있다는 설명이다.

산행 초입을 이리저리 찾던 중 화장실에서 볼 일을 모고 나오자 의외의 장소에 산행 초입이 있다. 화장실 옆 계곡으로 이어지는 산행 초입에서 스틱을 뽑아들고. 머리수건을 두르고(여기서 머리수건은 오랜 산행 경험에서 얻은 나 만의 비법,  땀이 많은 나로서는 머리와 이마에서 흐르는 땀이 눈에 들어가 산행에 많은 지장을 줘 머리수건을 한 후론 땀이 눈에 들어가는 것이 거의 없어져 산행에는 반드시 머리수건을 두른다.)배낭을 짊어지는데 10여명 한팀이 추월해 계곡으로 들어간다.

약 5분여를 올라가니 벌써 파계사에서 500여 메타를 올라왔다는 이정표와 목조 6각정이 산꾼들이 쉴 수 있도록 설치 되어 있고, 또 10여 분을 올라가니 한티재와 파계재 갈림길 이정표가 나온다. 파계봉을 목표로 오른쪽 계곡길로 접어들어 열심히 오르니 야생화들이 온 골짜기를 매우고 활짝피어 각각의 색과 모양으로 벌,나비를 유혹하고 있다. 어차피 오늘은 먼 산행이 아니고 가까운 파계봉까지 목표로 잡았기 때문에 쉬엄쉬엄 야생화를 촬영하며 오랫만의 여유있는 산행을 즐기며 천천히 올라간다,

또 10여 분을 올라가니 파계재 300메타란 이정표가 나오고 그 반 쯤을 올라가니 약수터란 볼품없는 바윗글이 쓰여진 샘터가 있다. 누군가가 놓아둔 프라스틱 조롱박으로 갈증난 목에 생수 한잔을 들이키니 호흠도 심장박동도 가라 앉는다..

야생화를 찍으며 수엄쉬엄 올라도 어느듯 고갯길 정상에 도착했다. 좌측으로는 한티재 2km, 동봉6.2km란 이정표가 잡초 사이에 우두커니 서 있다. 주변엔 동자꽃을 비롯한 야생화가 만개해 있다. 삼각대를 세우고 촬영하기엔 뭔가 부족해 카메라 얹을 자리를 찾고 있는데 뒤따라 온 부녀간으로 보이는 두 사람에게 부탁해 사진 한 컷을 찍었다. 조금 동쪽 고지로 올라서니 서쪽으로 한티재 정상과 그 뒤로 가산이 훤히 보이고 북쪽으로 제2석굴암쪽 마을이 내려다 보인다.

조금 더 높은 곳을 찾다 보니 어느새 파계봉이다. 고개를 돌려 동족을 보니 멀리 능선으로 이어지고 서봉과 그 뒤로 비로봉, 동봉이 줄지어 있다.  이젚표 위에 카메라를 놓고 자동셧으로 한 컷하다보니 잠ㄷ자리가 카메라 옆에 앉나 같이 한 컷을 했다.이때 시각이 10시경, 두세 시간이면 서봉에 도착할 젓 같은 자신감에 삼행 목표를 수정해 서봉으로 향했다.

능선을 오르내리기를 몇 번, 부인사에서 올라오는 길과 합류 지점이다. 하산 후 지도를 확인해 보니 "마당재", 여기서 부인사까지 내려가는데 1:20 정도 걸린다. 능선길이 좁아지고 석성 위를 지나가는 듯한데 아마 칼날 능선인가 보다. 능선에 바위가 덩그러니 막혀 있는 곳은 북쪽으로 우회하고.... 높다란 봉으리가 가슴이 답답할 정도로  앞을 가로 막고 있다.

더위도 피할 겸 잠시 쉴만한 곳을 찾는데 도란도란 이야기 소리가 들린다. 헛기침을 하며 다가가자 남녀 각 2명씩 자리를 잡고 앉아 미리 준비해 온 돼지족발과 푸성귀, 된장등 한 상을 차려 놓고 술을 권한다.
'이사람들 보소' 유리소주병을 내놀고 캔맥주랑 섞어 폭탄주를 먹고 있다. 파계재와 서봉의 중간 쯤인데 아예 산행을 포기하고 하산할 것 같아 보인다. 소주 세 잔을 받아 마시고 나니 더운데 취기가 올라 더 이상 받기를 사양하고  그들과  작별하고 산행을 계속하는데, 앞을 가로 막고 있던 급경사 길을 오르는데 호흡이 가파서 애를 먹었다.

산행 중 전망이 좋은 부인사 방향으로 탁 트인 곳이 있어  잠시 사진을 찍으며 쉬고 있는데 어떤 50대 산꾼이 5만분의 1지도를  확대해 책을 만들 듯 펼치고 열심히 메모를 하고 있다. 아마 팔공산 지형과 등산로를 다시 만드는 듯 진지하게 몰두하고 있다.

어느듯 서봉에 도착하니 먼저 온 사람들이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식사를 하고 있어, 정상에 오르기 전에 넓은 바위에 걸터 앉아 도시락 점심을 먹기로 했다. 막 식사를 시작하는데 비슷한 또래의 부부가 점심 먹을 곳을 찾고 있어 약간 비켜 앉으며 자리를 권하자 옆에 앉아 식사를 같이하게 되었다. 그들은 점심도시락을 펼치더니 싱싱한 큰고추, 조금 과장하자면 보통오이 정도 되는 푸른고추, 붉은고추를 한 주먹 내놓으며 먹어 보란다. 처음엔 매워 못 먹을 것 같은 고추가 먹을수록 단맛이 돈다.  결국 고추 4개로 점심을 후딱 먹어 치웠다.

식사가 끝나고 바로 서봉 정상에 올라 대구 시내를 조망하며잠시 휴식을 취하는데 동봉쪽으로 안개가 몰려 올라가면서 동봉이 아스라이 보일듯 말듯하다. 또 욕심이 당긴다. 처음엔 파계봉만 오를 욕심으로 올라온 산인데 서봉을 오르고 나니 다시 동봉이 기고싶어진다. 그래 동봉으로 가자..

서봉 아래 핼기장을 막 내려오는데 맞은편에서 올라오는 이가 아무래도 낮이 익은사람, 아 그렇구나 산행을 처음 시작할 무렵 송계사에서 덕유산을 향적봉을 거쳐 칠봉으로 내려올 당시 가팅 산행한 박 ## 사장이다. 반갑게 인사하고 그간의 안부를 서로 물으며 연락처를 주고 받으려는데 명함도 없고 볼펜도 없다 이 산중에서 만나 반갑기는 한데 메모할 수가 없어 어쩌지 하고 있는데. 지나가던 50대 후반으로 보이는 아주머니가 "전화에 입력하면 되지요, 젊은 사람들이 나보다 모르네" 하신다  맞다 연륜이 확실히 말해준다 싶다.
  
서봉에서 동봉으로 ㅇ이동하니 제법 사람들이 많이 붐빈다. 지나 해, 동봉쪽으로는 등산객으로 인해 길이 아니고 나무사이로 난 길이 마치 운동장을 연상케할 정도로 황폐화 되어 있었는데 돌계단을 설치하고 나무 울타리르 만들어 길을 어느 정도 정비해 놓아   동자꽃,까치수영등이 자태를 뽐내며 피어 있어 출입을 안한 곳은 서서히 복원되고 있는 듯하다.

동봉 정상. 여기도 수 십명이 정상에 앉아 대구 시내를 조망하거나 그늘 아래서 점심을 먹고 휴식을 취하고 있다. 올라 오기전에 끼었던 안개는 사라지고 마침 시원한 바람도 불어 전망이 좋아 동봉을 오른 보람을 느낀다.

사람 욕심이 끝이 없다는 게 맞는 말인듯 하다. 동봉에 올라 동쪽으로 관봉을 보니 3-4시간이면 종주할 수 있을텐데.. 또 욕심이 동한다. 그러나 참아야 한다. 차를 파계사에 두고 왔는데 오후 7시까지는 출차해야하고 그러지 못하면 내일 아침에 나올 수 밖에 없다는 생각이 들고, 갓바위 관봉쪽 가면 파계사로 되돌아 갈 방법이 없을 뿐만 아니라 수태골로 내려가도 파계사까지 되돌아 가려면 차를 얻어 타야하는데... 땀냄새 나는 모르는 사람을 태워 줄 차가 있을까 적이 걱정이 되어 그 이상은 접고 수태골로 하산하기로 했다.

수태골은 대구시민의 휴식처이다. 산행은 물론 암벽에서 자일을 걸치고 등반 훈련하는 사람, 산 아래로 내려 올수록 사람이 많이 보인다. 계곡물에 발 담그고 가족끼리 놀고 있는 사람. 폭포에서 물에 뛰어 들며 즐겁게 물놀이 하는 사람 등등 그야말로 피서지에 온 느낌이다.

수태골 입구는 초만원, 팔공산 순환도로에 차 한대가 겨우 통과할 정도로 혼잡하다. 그 덕분에 서행하는 승용차에 파계사까지만 태워 달라는 부탁을 하기 쉬워 쉽사리 차를 얻어 타고 파계사 입구 네거리까지 도착했다.

아침 산행에 조금 적게 걸을 요렬으로 주차요금까지 물며 파계사 안 주차장가지 몰고 올라 간 자신이 부끄럽다는 생각을 하며 오르막 길을 터덜터덜 걸어 올라가니 산행 때 보다 더 많은 땀이 흘러 내린다.
조금 편안함이 더 큰 불편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며 집으로 향한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