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리산(반야봉)을 왜 오나?
1.산행개요
일 자 : 2005.7.16.
위 치 : 전북 남원,전남 구례
고 도 : 1,751m
일 기 : 흐리고 비, 안개
코 스 : 성삼재-노고단-임걸령-노루목-반야봉(원점회귀 하산)
소 요 시 간 : 약 9시간
2.구간별 시간기록
06:40 성삼재 도착
07:15 산행 출발
08:00 노고단대피소
08:25 노고단 고갯길
09:47 피아골삼거리
10:00 임걸령샘터
10:40 노루목삼거리
11:49 반야봉
12:50 노루목(반야봉갈림길) 삼거리
13:38 샘터
13:56 피아골삼거리
14:05 임걸령
15:15 노고단 고갯길
16:30 성삼재 주차장
3.지리산을 왜 오는가?
집에 도착한 시각이 새벽 1시경,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집에서 쉽게 잠을 청하지 못하고 컴퓨터와 씨름하다 문득 지리산이 가고 싶어진다. 잠자는 아내를 흔들어 깨우니 잠꼬대 같은 대답, "혼자 다녀 오세요"
새벽 3시경 출발하면서 반야봉에서 일출을 보리라 생각하며 열심히 차를 몰았다. 고령을 지나면서 중앙선이 안보일 정도로 안개가 자욱하다. 서행으로 가니 잠이 쏟아진다. 순간 졸았는지 "더더덕"하는 중앙선 밟는 타이어소리에 이러다 사고 나겠다 싶어 휴게소에 들어가 잠시 잠을 청했다.
뱀사골 요금소를 통과하는데 매표원이 없어 무사(?)통과하고 계곡을 올라가는데 등 뒤에서 햇살이 비친다.
성삼재를 07:15경 출발해 시멘트 포장길을 오르는데 길에서 몸풀기 운동을 하는 30대 아빠와 어린아이 3명, 아내 등 모습이 정겹다
마치 봄 나들이 가는 병아리들 같다는 생각이 든다. 노고단 고갯길에 오르니 안개가 짙어 돌탑이 보일들 말듯하다.
노고단고갯길 등산출입구를 지나자 길이 질퍽거리고 물이 군데군데 모여있다. 발톱이 빠진 후라 등산화가 부담스러워 센달을 신고 나섰는데 불안해 한걸음 한걸음 조심해 옮긴다. 오늘은 산행 보다 야생화를 카메라에 담아 볼 작정이라 큰 카메라를 목에 걸고 길가에 있는 야생화를 열심히 찍었다.
서울서 내려왔다는 여학생 3명이 길을 막고 쉬고 있다. 그들은 길을 비껴준다. 이들과는 계속 앞서거니 뒤서거니 반야봉까지 동행을 했다. 길가에 흐드러지게 핀 야생화 특히 지리터리가 분홍색 예쁜 꽃이 길을 따라 이어지고 하얀 꿩의다리와 나리 동자꽃, 흰여로 그리고 이름 모를 온갖 야생화가 어우러져 지리산을 수 놓고 있어 카메라에 담기 바쁘다.언제부터인가 간간히 내리던 빗방울이 피아골 삼거리 부근에서부터 제법 굵어지고 머리가 젖을 정도다. 배낭을 벗어 비가 젖지 않게 덮게를 씌웠지만 판쵸 우의는 사용하질 않았다. 산행에 따른 체열로 더워서 얼마 가지 못해 벗어야하는 걸 알기 때문에 그냥 비를 맞기로 한 것이다.
임걸령 샘터에 도착해 아침을 먹었다. 미리 준비한 김밥을 먹는데 중산리에서 천왕봉을 거쳐 섬삼재로 하산하는 3인이 최후의 오찬이라며 라면을 끓여 먹고 있어 산행 스토리를 들으며 라면국물을 나눠 얻어 먹었다. 산은 이래서 좋다. 만나면 친구고, 마주치면 서로가 인사를 하는, 큰 산을 오르내리며 터득한 산의 가르침, 산꾼들만의 여유가 좋다.
샘터에서 밥을 먹고 일어서면서 또다른 일행 3명을 만났다. 이들은 마산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해 성삼재에서 중산리로 종주한다며 벽소령을 지나 세석대피소에서 비박을 할 예정이라는데 11시가 다되가는 이시간 가기엔 거리가 너무 멀다고 하자 야간 산행을 계속한단다며 종주관련 정보를 이것 저것 묻는다. 이들과도 반야봉까지 계속 동행하였다.
노루목삼거리로 불리는 종주길과 반야봉 갈림길에서 비도 피할 겸 잠시 휴식 중인데 산악마라톤을 하는 젊은 대학생이 6-7명 성삼재방향으로 미끄러운 산길을 잘도 달린다. 걷는데도 땀을 뻘뻘 흘리는데 산악달리기를 하는 그들을 보니 젊음이 좋긴 좋다. 저 나이에 저렇게 달렸나 싶다.
반야봉으로 오르는 길 중간에 큰 바위에 올라서 전망이 좋은 남쪽 피아골 게곡을 둘러보니 잠시 비 그친 짙은 녹색 계곡에서 피어오르는 운무가 장관이다. 눈이 시원하다. 가슴이 시원하다. 어찌 반야봉만 오르면 비가 오는지 반야봉과의 첫 만남부터 비오는 날, 눈 오는 날만 이상하게 반야봉을 오른다. 이것이 반야봉과의 인연이다 싶다.
철계단을 오르는데 센달을 신어서 매우 미끄럽다. 이 철계단은 정사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희망이 있는 곳이다. 지난 산행 때 등산객으로 인해 온 산이 벌거벗었는데 돌과 나무로 잘 정비된 등산로가 훼손된 자연을 복원하는데 도움이 되는 듯하다.
반야봉 정상에서 둘러보는 지리산. 멀리 천왕봉이 운무 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내다가는 자취를 감추고 운무속에서 남부 능선만 보이다 말다 한다. 올라온 노고단 고갯길과 뱀사골로 이어지는 횡단도로가 뱀이 기어가는 형상이다. 발아래 펼쳐진 피아골 계곡에서는 불을 피우듯 안개가 하늘로 솟꾸치고 있다. 말로 형용할 수 없는 장관을 열심히 카메라에 담았다. 마산에서 온 종주팀과 서울서 온 팀과 아쉬운 이별을 하고 하산길을 재촉했다.
지리산에 왜 오는가? 한 해 3-4회를 무작정 오곤하는데, 갑자기 지리산에 왜 자주 오나?라는 질문을 자신에게 해 본다. 다른 산은 한번 가면 그만인데 지리산은 몇 번을 와도 실증이 나지 않는 이유는 무엇인가? 하산하면서 계속 생각해 봐도 해답이 없다. 마냥 좋아서 온다는 말 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