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내연산 삼지봉,문수봉(경북 포항)

가야산도사(倻山) 2003. 7. 6. 15:26

1. 개황
   일    자 : 2003. 7. 6
   위    치 : 경북 포항시 북구 청하면
   높    이 : 해발 710메타
   일    기 : 흐리고 비
   코    스 : 보경사주차장-관음폭포- 거무나리코스(계곡 은폭 200메타 전방서  우회전)-삼지봉(내연산710)-문수봉-보경사사령고개-원진국사사리탑-보경사
   산행거리 : 약 20킬로메타
   소요시간 : 약 6시간
   식수보급 : 거무나리코스의 문수봉코스 만나기 약 200메타 전방 계곡 샘물, 문수봉 아래 문수샘에서 식수 보충가능(갈수기는 미확인)

2. 주요지점 및 통과시각
   09:00 청하소재지
   09:30 보경사(사찰구경)

   09:50 산행 시작
   10:15 쌍생폭포
   10:50 관음폭포
   11:20 은폭포
   11:30 거무나리 코스 시작
   11:57 87번 지점
   12:31 문수봉코스와 합류지점
   12:42 삼지봉 안내판 네거리
   12:57 삼지봉(식사)
   13:10 향로봉쪽으로 출발
   13:30   "     에서 회군
   14:40 문수봉
   15:42 원진국사 부도
   15:50 보경사

3. 산행기
   전신이 쑤신다. 비올 징조가 있으면 어른들은 뼈 마디 마디가 아프고 쑤신다했는데 아마 비가 오려나 보다. 아직은 젊다고 생각했는데 나도 벌써?
   이럴 땐 산을 타면 아픈  것 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닿자 아무런 사전 준비 없이 차에 실어 놓은 등산가방과 등산화만 믿고 무작정 나섰다. 어디로 갈까? 군복 입고 있을 때 다녀오고, 지난 번 향우회 모임 때  벌금 내면서 양복 입고 구두 신고 1시간만에 주파한 관음폭포가 있는 내연산 향로봉을 가기로 결정하고 무작정 차를 청하로 몰았다

  청하면 소재지를 지나면서 내연산 전체가 흰 구름을 머리에 이고 나를 반긴다. 흰 구름은  상승 기류를 만났는지 하늘로 솟구치고 날씨가 무척 더워진다
   조그만 마을을 가운데로 통과하는 도로변에 접시꽃이 빨간색 흰색등 원색을 자랑하고 서 있다.차창 앞이 어둡다고 느껴질 정도로 울창한 숲을 헤치고 가다 보니 어느새 보경사 앞 집단시설지구 주차장이다. 보경사 바로 코 앞에 콘도 신축공사가 마무리 단계다.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런 사전 지식 없이 등산한다는게 꺼림직하여 차를 주차시키고 나오면서 공원안내소를 들어가니 TV만 켜져 있다. 매표소에서 혹시나 싶어 등산지도 파는데 있느냐고 묻자 직원은 손수 제작한 듯한 수기 작성 등산안내도를 한장 건네준다. 무척 친절하다는 생각을 하며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불이문이란 현액이 걸려 있는 일주문을 지나  보경사 경내를 약 20여분 간 구경하고 산행을 시작했다.

   지난 향우회  여행 때 보다 많이 불어 난 냇물은 계곡을 시원스레 흘러내리고 매미들은 매롱~ 매롱, 맴~맴, 매롱 씨롱, 재각각의 소리로 귀가 따갑도록 여름을 노래하고 있다 . 계곡을 오르면서 수 없는 폭포를 만났는데 아쉽게도 폭포 이름을 아는 것은 쌍생폭포, 관음폭포, 은폭포 등인데 폭포마다 안내판 하나 없다. 분명 군립공원이고 공원 관람료로 2,000원을 징수하는데 안내 간판이라도 세워 놓으면 좋으련만.. 이런 저런 생각을 하며 오르다 보니 두꺼비가 길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 신불산 산행에서도 보았었는데..

  폭포가 어우러진 계곡은 등산객 뿐만 아니라 피서객도 꽤 많이 보였다.  벌써 계곡 군데군데 자리를 잡고 시원한 물에 발목을 담그고 있거나 옹기 종기 모여 앉아 있다. 연인들은 손을 잡고 산책하고..
  30여 분을 오르자 이마에 땀이 송글 송글 맺힐 즈음, 나무 사이로 길 건너 절벽이 보이고 그 절벽에 자일을 걸고 암벽 등반하는 10여명의 모습이 보인다. 열심히 사진에 담고 오르니 어느새 관음폭포다. 웅장한 폭포수 물기둥은 변함없이 내려 꽂히고 바위에 있는 파란해골과 같은 동굴은 그대로인데 그 아래 짙푸른, 깊이를 알수 없던 소는 온데 간데 없이 자갈과 모래로 매워져 있고 폭포를 가로 질러 흄관이 있는 임시 교량같은 것이 놓여 있다. 관음 폭포 위를 연결하던 현수교(일명 흔들다리)는 상류쪽 교각만 하얀 모습으로 덩그러니 서 있다. 지난 해 홍수로 다리가 무너졌으나 아직까지 보수를 못하고 출입금지만 시켜 놓은 상태다.

  관음폭포 건너 편 절벽에서도 로프에 몸을 의지하며 암벽등반을 하는 젊은이들이 10여명 팀을 이루고 등반에 열중하고 있다. 한번 해 보고 싶은 생각이 간절하나 마음 뿐이다.
  계곡을 건너 절벽길을 기어 올라 길 아래 있는 연산폭포에 다가갔으나 폭포수의 웅장한 울림은 귀청이 떨어져 나갈 정로로 굉음을 내며 흘러내리고 있다. 이 소리는 내연산(삼지봉)정상에서도 들렸다. 사진을 한 컷 하려니 다리가 떨리고 어지럼증이 와서 더 가까이 다가 설 수가 없다. 조금 사이를 두고 사진 몇 장을 찍고  다시 길을 재촉하는데 지난 해 수해로 넘어진 아름드리 나무가 길을 막아 넘어가기 어려워 땅으로 엎더려 기어서 통과 했다.

  조금 더 올라가니 계곡물 건너편으로 길이 이어지고 물이 불어 징금다리가 없자 하산하던 등산객 한 사람이 여자를 업고 건내 준다, 물 중간 쯤 오는 그에게 "아저씨 그 쯤에서 희망사항 하나를 말하지요!"라고 농담을 건네자 등에 업힌 여자는 "안돼요!!"라며 고함을 지른다. 신발을 벗고 건너려다 하류쪽으로 20여메타 내려가 큰 바위를 하나씩 징금다리로 삼아 뛰어 건너는데 아찔한 순간이 몇 번 있었으나 무사히 건널 수 있었다. 물을 건너지 않으려고 상류쪽으로 10여분 올라가다 길이 없어 돌아왔다는 등산객 두 명이 신발을 벗고 건너와 동행하려 했는데 점심을 먹고 간다며 라면을 끓인다. 이정표에 있는 상류쪽 은폭포를 구경하고 내려와도 그들의 점심은 시작되지 않았다.

마침 비가 조금씩 내려서 향로봉을 포기하고 내연산을 목표로 잡고 있는데 학생으로 보이는 젊은 남녀가  거무다리코스로  내연산을 간단다. 동행키로 하고 뒤따르니 급경사길이라서인지 학생들이 5분을 못가고 선두를 내어 준다.  10여분을 더 가니 학생들은 힘이 든다며 잠시 쉬어 가길 요청하여 보경사 입구 매점에서 산 엿을 두개 씩 나누어 주자 맛있다며 고맙다는 인사를 한다. 잠시 휴식 후 다시 출발 했는데 "아저씨 먼저 가세요"하며 처진다. 내가 있으니 애정표현이 어렵나 싶어 혼자 앞서 가기로 했다

산행 중 비가 오다 말다 한다. 조금 더 오면 판쵸를 꺼내 입으려고 하면 비가 그치고 비는 오다가 말다가를 수시로 반복한다. 약 40여분을 오르다 계곡을 지나는데 샘이 있어 수통에 물을 보충하고 목을 축이며 쉬고 있는데, 뒤쳐진 학생들이 올라오더니 여학생이 애교가 많이 섞인 말투로 "아저씨 엿 한 개 더 주세요, 아니 바꿔 먹어요"한다 바꿀수는 없지만 나누어 먹을 순 있다며 두개 씩 주자 고맙다며 양갱을 한개 준다. 학생들은 입구에서 길을 잘못 들어 일행들과 헤어졌단다. 10여분을 더 오르니 문수봉에서 올라오는 코스와 합류하여 내연산을 올라가는데 등산객이 많다. 모두들 판쵸나 비닐 우의, 또는  우산을 들고 있다. 그래도 줄기차게 우의를 입지 않고 10여 분을 더 올라가니 삼지봉이란 이정표 푯말과 삼지봉에 대한 안내판이 있다 자세히 읽어보니 내연산(710메타)를 두고 삼지봉(입구에서 부터 삼지봉이란 글귀는 어디애도 없었는데...)이라 하는 것이다.

삼지봉이라는 안내판이 있는 곳은 정상부가 아니고 능선 중간이라 높은 쪽을 약 5분가량 더 올라가니 헬기장으로 만들어진 공터에 삼지봉 정상푯말이 서 있다.  원색의 판쵸, 비닐 우의를 입고, 기념사진 찍고, 일행을 찾는 왁짜지끌한 40-50여 명이 웅성되니 영락없는 시골 장터다.
숲으로 들어가 점심식사를 하며 향로봉을 갈까 말까 심사 숙고한 결과 1시간10-20여분 소요되는 향로봉을 가기로 결정하고 배낭을 챙겨 둘러 메고 향로봉 방향으로 들어 섰는데 아무도 향로봉 방향으로 가는 사람이 없다. 마주오는 사람도 없고.. 비는 더 세게 내리고 안개가 자욱하게 끼어 10메타 전방을 확인할 수 없을 정도로 갑자기 어두워 진다.

마침 길가에  이름 모를 야생화가 있다. 점심 먹으며 베낭속에 넣은 카메라를 꺼내 한 컷하고 판쵸를 입고 생각했다.  -지도도 없고, '혹시 길을 잃고 해가 지고..-' 여기에 생각이 들자 렌턴을 준비하지 않은 생각이 든다. 그러면..  일행이 없는 내가 조난?  향로봉은 다음에 다시 오기로 결심하고  회군. 돌아서서 10여분을 내려오자 향로봉쪽에서 오는 부산산악회원들 10여명이 무리지어 내려와 합류하여 삼지봉을 거쳐 문수봉 쪽으로 하산방향을 잡고 1시간 이상을 내려 오는데 갑자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린다. 거의 다 내려왔구나하는 생각이 들기도 잠시. 사륜구동 오토바이 부대-약 15대 전후-가 굉음을 내면서 삼지봉 방향으로 올라간다. 이제는 조용한 산행이 어렵구나. 입구에서 저런 걸 통제 하지 아니하는지 의문이 들어 사진을 찍으려 판초를 벗고 베낭속의 카메라를 집어 내자 오토바이 부대는 시야에서 사라졌다.

하산길을 재촉하자 문수샘이라는 샘에서 목을 적시는 사람이 있어 하산길을 동행하게 되어 보경사까지 계속 동행하였다.  
문수봉 170메타란 이정표가 길에 떨어져 있다. 이 곳 내연산의 이정표, 푯말은 대부분이 떨어지거나 부셔져 있는데, 이를 부수거나 훼손하는 등산객도 문제가 있고 이를 아는지 모르는지 방치하는 관리사무소도 문제가 있다.
이정표에서 15분여를 올라가자 훤하게 수목이 제거된 헬기장이 나타나고 문수봉(해발 622메타)표석이  서 있다 빗속에서 잠시 기념사진을 찍고 바로 하산하는데  정상 바로 아래에 묘지가 하나 있다. 저곳이 과연 명당이냐?  요즘 명당은 자손이 자주 찾을 수 있는 곳이 명당인데라는 생각 중에 삼지봉에서 같이 내려오다 문수샘 부근에서 쳐진 젊은 부부가 문수봉을 올라오며 반갑게 인사를 한다.

비는 요란한 소리를 내며 집중호우를 뿌리고 오토바이 부대가 헤집고 간 등산로는 시냇물 흐르듯 흙탕물이 되어 개울을 형성하며 흐른다. 신발 속은 장화보다 더 물이 가득하다. 빗속 산행도 정말 오랫만에 해보는 경험이다.
서울 가족과 떨어져 직장관계로 포항에서 살며 상경하지 않는 주말이면 내연산을 찾는다는 동행인(7-8세 아래로 보이는..)은 내연산 자랑이 끝이 없다.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며 하산하는 일순간 소나무뿌리를 밟고 미끄러져 살짝 넘어지자 그가 괜찮으냐며 묻는다. 이래서 동행이 좋다.

문수봉에서 약 한시간을 내려오자 산림욕장이 나오고 보물43호인 원진국사 사리부도탑이 웅장한 모습으로 서있다. 약 2분 거리에 보경사가 있어 경내를 다시 한번 둘러보니 서기 603년 (신라 진평왕때) 지명법사가 창건한 보경사의 중심 건물로 건축연대는 미상이나 1932년 대대적인 중수 현존하고, 그 앞에는 5층석탑이 있는데 둘 다 경상북도 지정문화재로 관리되고 있다.

매표소에 들러 카메라에 찍힌 사진을 보여주며 폭포 이름을 묻자 관리소 직원은 옆에 있는 스님을 소개해 준다. 카메라를 들이 밀자 그 스님 역시 폭포와 이름이 매치되지 않는다. 그저 아래서 부터 12폭포 이름을 나열할 뿐이다. 관리소 직원에게 폭포 안내 간판이 왜 없느냐고 묻자 "만들어 놓으면 뭣 합니까? 다 부수는데.."라며 래방객만 원망한다. 신불산 등은 잘만 만들었던데 안부숴지도록 만들어야지..결국 폭포사진의 이름은 인터넷 검색으로 알아봐야할 것 같다.
이러는 사이 하산 시 동행하던 일행을 놓쳤다. 주차 위치를 알려 줬으니 기다릴 것으로 생각하고 주차장 부근을 두 바퀴 돌아도 그를 찾을 수 없어 포기하고 귀가를 서둘렀다.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산행을 했는데 '억수같은 비'라더니 집으로 오는 길은 정말 억수같은 비가 계속 내렸다. 라디오에서는 경상북도에 오후 세 시를 기해 호우주의보가 발령되었다는 뉴스다.  

(당일 안개 비등 일기불순,시계 불량으로 원경 사진 특히 향로봉이나  내연산 원경 사진은 촬영치 못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