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산행기

설악산(공룡능선)

가야산도사(倻山) 2004. 10. 29. 11:51

02:15 설악동출발
02:50 설악골
03:32 귀면암
04:32 오련폭포
04:51 양폭산장
06:10 무너미고개
08:10 샘터
08:53 마등령 2.1km전방
09:38 마등령 1.8kn전방
10:19 마등령 1.4kn전방
11:41 마등령
12:48 오세암
14:11 봉정암갈림길
14:38 영시암
15:41 흑선동계곡 입구
16:00 백담사
16:12 백담사 출발
17:10 용대리 도착






1.지난 달 공룡능선을 같이 가자는 이가 있었는데 바쁘다는 핑계로 같이 가지 않았다. 사실 공룡능선이 11시간 이상을 걸어야하는 보통이 아니라는 산행길로 익히 알고 있는 나로서 쉽게 도전할 대상이 아니라고 판단하고 좀 더 체력을 단련한 후 자신감을 갖고 도전하려던 산행이다.
지난 주 말 갑자기 공룡능선이 가고 싶어 주변에서 같이 갈 사람을 몇 몇 수소문 하였으나 다들 무슨 무슨 핑계로  못 간단다. 단독 산행을 할까도 생각 했었지만 단독 산행은 위험할 것 같아 아예 생각치 아예 포기를 했었다가 산행하는 팀이 있어 합류하기로 마음먹었다.
토요일 퇴근시간 후 총무로 있는 직장 동기회 모임을 끝내고 나니 초등학교 동창모임이 있다는 아내를 모임 장소까지 태워주고 집에 도착하니 출발시각이  3시간여 밖에 남지 않았는데 산행준비가 전혀 되질 않은 상태에서 바쁘게 식사류,비상식량, 헤드렘프, 상비약 등 장비를 챙기는데 마음만 급하지 제대로 준비가 되질 않는다.  -한달 여 산행을 하지 못했던 기간 동안 나태함을 절실히 느꼈다. 작년까지만 해도 산행을 하려면 그 전날 설레임이 저녁 잠을 자지 않고 준비했었던 기억이 새롭다.-
  약속 시간 장소에 도착해 전혀 준비하질 못한 두끼분 식사는 김밥으로 해결하기로 하고  X우동이라는 집에서 김밥 네 줄을 사 배낭에 넣고 버스에 올랐다.

2. 설악산으로 가는 버스는 설레임 그 자체였다. 그 어려운 공룡능선코스를 내가 도전하다니... 설악동에 도착하면 바로 산행을 시작한다니 안오는 잠을 억지로 청하지만 눈만 따끔그리고 머리는 멍하기만 하다.잠시 졸다보니 버스는 영동고속도로를 달리다 온통 산행가는 사람들만 북쩍이는 평창휴게소에서 가쁜 숨을 고르며 잠시 쉬어간단다. 헤드렘프의 비상용 건전지를 4개 사고 소변을 본 후 차에 오르는데 강원도의 냉기가 온몸을 휘감는다. 외투를 준비 못한 게 영 찝찝하다. 버스는 대관령 휴게소를 지나고 강릉을 거치고 38선휴게소를 지나 북으로 북으로 쉼없이 달린다. 창밖에 언뜻 흰 물보라를 일으키며 부서지는 크고 흰 파도가 보인다,  해안 철조망과 노란색을 내뿜는 나트륨 조명이 바다를 비추며 이 밤 지키고 있다. 설악산 방향으로 좌회전하려고  버스가 신호대기 중인 설악동 입구에서 민박집 간판으로 간다. 지난 해 부모님 모시고 민박했던 집이 가까워 지난 해를 추억해 본다.

3. 어둠을 뚫고 설악동에 도착한 버스에서 하차 해 부지런히 헤드램프를 작용하고 배낭을  짊어지고...다들 바쁘다. 먼저 온 차, 뒤따라 온 차 모두 비장한 각오를 다지고 전투에 임하는 군인 같은 등산객을
쏟아 낸다. 등반대장님께서 무전기를 건네 주시며 후미를 맡아 달라신다.밤공기가 차 바람막이 옷을 입으려다 다시 벗기 싫어 입지 않고 출발했는데 몸에 열이 날 동안은 손이 시리고 어께가 추운 설악은 가을이 아닌 초 겨울 날씨였다.출발과 동시에 50대 아주머니 4명이 뒤로 쳐진다. '아! 이 아지매들이 오늘 동행이구나' 설악을 처음 온다는  이들에게 신흥사 대불을 가르켜 주고, 울산 바위 가는 길 등을 안내하며 부지런히 걷게 해 양폭대피소까지는  그래도 무난히 올라 갔다.일반 손전등은  건전지 소모가 심해 금방 불만 빨갛고 조명이 되질 않는다.
천불동 계곡은 온통 산꾼들의 램프로 반짝이는 불 빛이 흐물거리며 길 게 늘어선 끝없는 행렬로 이어진다  장관이다.어둠을 가로 지르며 오르는 천불동 계곡의 단풍은 최고일 것 같은데 암흑 속에서 오직 흑과 백만을 볼 수 있으니 인간의 한계구나 싶다. 간간히 길게에 서 있는 안내 간판이 귀면암이고, 오련폭포이구나 싶은데 유난히 불빛이 반짝이는데 여기가 바로 양폭대피소다. 오른쪽 산장대피소에는 산꾼들의 코고는 소리만 난무하고 매점에서는 눈을 비비며 영업을 준비하는 주인과 식수와 먹거리를 사려는 산꾼들의 잔잔한 실랑이가 이어지고 있었다. 식수를 보충하고 잠시 숨을 돌린 일행들을 다그쳐 산행을 재촉했다. 벌써 선두와는 10여분의 차이가 나기 대문이다.
천당폭포 옆 철계단을 오르며 모두가 가지고 있는 전등을 비추자 그 어둠속에서 숨어 있던 깊은 계곡과 폭포의 위용이 드러나자 모두들 탄성이 이어진다. 갑자기 경사가 심해지고 바위길이 거칠어 진다, 모두 숨을 헐떡이며 제자리에서 호흡조절을 하는 시간이 짧아진다. 동쪽 하늘이 희뿌옇게 밝아오고 여명이 밀려 온다, 까마득하게 솟아 오른 뾰쪽바위가 오른쪽으로 보이는 게 무너미고개가 가까워짐을 알게 한다.
무너미고개에 도착하자 일행 둥 한명이 허기진다고 호소를 해 간단한 식사를 하기로 해 식사할 곳을 찾다보니 능선에서 천막을 치고 자다 일어난 등산객이 눈을 비비며 기지개를 켠다.

4.무너미고개 능선에서 부는 바람은 한겨울 바람 그것이다. 흠뻑젖어 있는 몸에 부딪히는 바람이 그렇게 차가울 수가 없다. 보온을 못하면 바로 조난 당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무너미고개에서 간단한 식사로 원기를 보충하고 어느 정도 어둠이 걷히고 길이 훤히 보여 거추장스럽던 헤드렘프를 벗고 전열을 가다듬어 힘차게 출발했다. 차가운 바람이 머리를 스칠 때는 온몸이 얼어 붓는 느낌이다. 약 5분여를 걸으니 약간 내리막길에 이은 모퉁이를 돌자 오르막길. 로프가 걸쳐 있는 바위 암벽이다. 겨울에는 빙판길, 여름에는 빗길에 매우 미끄러워 실족사고가 많이 난다는 어려운 길이다. 밀고 당기고 그래도 다들 잘 올라간다. 어렵게 올라간 바위언덕 위에 올라서 뒤돌아보니 높이 올라선 자신을 보며 아찔하다. 멀리 대청봉이 안개속에서 잠시 모습을 드러낸다. 아주 잠시... 카메라를 꺼내 전원스위치를 넣는 순간 그 모습이 사라진다. 그 오른쪽으로 중청, 소청봉이 보이고 끝청인듯한 봉우리도 그 옆에 질지어 서있다. 그 오른쪽 아래로 용아장릉이 물고기 등지느러미 같은 모양 실루엣으로 오른쪽 아래로 흘러내리고 있다. 멀리 귀때기청봉으로 이어지는 서북능선이 아스라이 보인다.
이미 동쪽으로는 햇살이 퍼지고 있다. 천불동계곡쪽으로 흘러 내리는 산줄기(?)와 동쪽 화채능선 신선봉을 비껴 일출이 시작되었다. 새벽 산행은 일출보는 재미도 일품이라 이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 모양이다.  
5.호흡을 가다듬고 다시 언덕을 오르자 눈앞에 펼쳐지는 전경 모두가 와~~하며 탄성을 지르고 입을 다물지 못한다. 우리나라가 아닌 외국, 아니 천국에 온 느낌이랄까? 이러한 절경이 있었는가 싶을 정도로 절경이다. 말로는 표현 다 하지 못할 아름다움에 한동안 말을 잊고 앞만 보고 서 있었다. 햇살이 곱게 퍼지는 공룡능선은 울긋불긋 단풍이 곱게 물들어 있고 그 비경을 감추려고 하는 듯 희뿌연 안개로 속살을 다 내보이지 않는다. 능선이 솟구치다 내려 앉고 또 솟구치고, 웅장한 용트림 그 자체다. 희뿌연 안개 속에서 마등령쪽이 보일 듯 말듯하고 그 오른쪽 끄트머리엔 금강굴이 있는 바위암벽이 보인다. 그 멀리로 웅장한 모습으로 울산바위가 자리잡고 있다. 공룡능선은 바위 암봉이 잘 조화된 한 점 신의 작품이다.
정면엔 수십, 아니 수백길 높이의 암봉이 우뚝 서 있다 쳐다 보기만해도 현기증이 나는 아찔한 높이의 암봉이 마치 촛대를 연상케한다. 그 옆을 돌아 오르고 능선을 오르는데 로프쳐진 암벽이 기다리고 있다. 앞벽 옆으로는 등산객들의 발걸음으로 인해 흙이 씻겨나가고 앙상한 돌부리만 남아 있다. 숨이 목까지 찬다. 온 길을 뒤돌아보니 신선봉인가? 촛대 같이 뾰족뾰족한 봉우리들이 실루엣으로 남아 있다

6.능선 고비를 하나 넘자 또 다른 봉우리가 멀리 웅장히 서 있다. 저 봉우리는 돌아가겠지 생각하고 부지런히 능선 아래로 내려가니 사람들이 하나 둘 모여 앉아 식사를 하고 있다.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르지만... 그들을 지나쳐가는데 왼쪽으로 출입금지를 알리는 줄이 쳐져 있고 "회운각 2.8, 마등령 2.3km"라는 표찰이 줄에 달려 있다. 그 줄 끝에는 샘이 하나 있다. 이 바위산에 샘이 웬말인가 싶지만 분명 물이 졸졸 흘러 내린다. 누군가 비닐봉지에 흙을 담아 바위 윗부분에 물이 고이게 해 놓고  물병을 잘라 물을 떠 먹을 수 있게 해놓은 정성이 고맙기 그지없다. 뒷사람을 생각하는 산꾼의 작은 배려일지라. 샘터에서 단물로 목을 적신 후 산행을 계속했다. 고산지대라 낙엽이 다 진 나뭇가지가 썰렁하기만한데 아직 낙엽지지 않은 단풍나무 잎이 몇개 가지끝에서 가을을 다시 돌아오라 손짓한다.

또 오르막길 숨을 할딱이며 오르는데 마주내려오는 사람도 많고 같은 방향으로 가는 사람도 많아 진다. 어느 듯 고갯마루 정상, "회운각 3.0 마등령 2.1km" 표지석이 있는 걸로 미루어 1725봉인듯하다 많은 사람들이 그리 넓지 않은 고갯마루 정상에서 삼삼오오 모여서 밥을 먹고 있다 점심인줄 알았는데 오전 9시, 아침인가 보다. 우리 일행도 자리를 잡고 허기진 배를 채웠다. 싸늘하게 식은 밥이지만 따뜻한 국물이 왜그리 맛있는지...
"마등령 1.7, 회운각 3.4km"이정표가 서 있는 능선에 올라서니 천길 낭떠러지가 동쪽으로 있고  그 앞으로는 금강굴이 있는 바위암벽과 더 멀리 울산바위가 그 웅장한 몸을 뉘어 아침의 따사로은 햇살을 받고 있다. 찬 계곡 바람이 얼굴을 때리듯 스쳐지나간다.벌써 설악은 초겨울 날씨다.

7.약 40여분을 걸어 가다보니 저만치 앞에서 능선 중간에 쉬고 있다 우리가 다가가도 갈 생각을 않는다. 길이 좁고 위험해 정체가되어 차례를 기다린단다.  시골 담벽 같은 3메타 바위능선을 외줄에 의지해 내려가야만 마등령쪽으로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 다른 길도 없는 외진 길이어서 차례를 기다릴수 밖에..  마등령쪽으로 가는사람 10명이 먼저 통과하면 회운각쪽으로 오는사람 10명이 통과하도록 산중 규칙을 만들었다. 이 규칙을 위반해 새치기라도 하면 앞뒤에서 난리가 나기 때문에 감히 어느 누구도 새치기를 생각하지 못하고 기다린다. 이 관문을 통과하는 이들의 표정과 말이 참 재미 있었다 "대한민국 만세"  "ㅇㅇ야" 하는데 50대 후반의 한 사람이 줄을 타고 어렵게 올라오더니 "국가보안법철폐반대"라고 고함을 지른다. 그러자 중년 이상이 대부분인 인파가 그렇다며 동조하고 어떤이는 보안법은 철폐해야한다며 논쟁이 벌어진다. 산에서는 산만 즐기자며 논쟁을 말렸다. 이러는 가운데 30여분 기다리자 내차례가 되어 외줄에 몸을 맏기고 내려가 산행을 계속했다. 급경사 오르막을 오르다 보니 또 정체가 되어 있다 역시 바윗길에 한 사람만 갈 수 있는 곳, 로프에 의지해 10여메타를 올라야하기 때문이다. 어렵게 병목구간을 통과하자앞에있는 봉우리 하자 마등령1.1킬로메타 남았다는 푯말이 반긴다. 마지막 남은 봉우리 아마 나한봉인듯하다.  나한봉 뒤로 우뚝솟은 마등령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나한봉을 거의 다 올라니 너덜지대가 나타나고 정상부를 오르지 않고 너덜지대를 통과 해 내리막길인데 바위들이 무척 미끄럽고 날카로워 모두들 바짝 긴장 했다.

8. 11:20경 마등령에 도착했다. 먼저 도착한 사람들, 이제 공룡능선을 가려는 사람들로 마등령은 초만원이었다. 라면을 끓여 먹는 사람. 도시락을 먹는 사람들. 기념촬영만 간단히 하고 하산을 서둘렀다. 오세암,영시암을 거쳐 백담사까지 빨리 내려가야 셔틀버스를 타고 백담매표소가 있는 용대리까지 쉽게 갈 수 있기 때문이다.
오세암 거의 도착할 무렵 길가엔 단풍이 하나 둘 곱게 물들기 시작해 하산 할 수록 고운 물결이 산을 뒤덮고 있다. 누군가 한 이야기가 생각난다 "단풍이 타고 산이 타고 그 중에 내 가슴도 탄다"

가을이 완연한 오세암에 들리자 산꾼들을 위한 배려인지 나무벤치를 여러개 만들어 놓았다. 그리고 8등분한 배를 큰 소쿠리에 담아 두어 누구든지 얼마든지 먹고가도록 해 두었다. 고마울 따름이다.

봉정사에서 내려오는 길과 합류하는 지점에서 자리를 갈고 점심을 먹었다. 김밥만 싸간 나와는 달리 쌈을 가지고 온 이가 있어 맛있게 먹었다. 점심 먹는 동안 봉정암쪽, 오세암쪽에서 내려오는 인파가 점점 많아지자 하산길을 서둘러야했다.

9. 14:10경 점심 후 출발했는데 백담사까지 계곡길은 정말 지루했다 머리에 두른 수건이 땀에 젖어 쉰냄새가 나기 시작한다. 흑선동계곡과 합류되는 지점 냇가에서 흐르는 시냇물에 머리를 감았다. 그런데 그후 감기기운이 돌더니 약 1주일간 고생하게 했다. 약 두시간 걸려 백담사에 도착해 보니 그야말로 인산인해다. 백담사 앞에 있는 셔틀버스를 타기 위해 서 있는 줄이 다리를 건너 백담사로 이어지고 다시 백담사 위쪽 잠소교 있는데까지 이어져 있다 줄잡아 3-400여명, 정원 30명 버스 몇대로 실어 날라도 2시간 이내에 버스를 탈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미치자 대장님은 부녀자를 제외하고 걷자는 제안을 하신다. 걸어야할 거리가 7.1킬로메타 빨리 걸어야 1시간 이상 소요된다. 걷기로 결정하니 마음이 오히려 가뿐하다.

부지런히 걸었다.  우리뿐만 아니고 대부분 등산객들이 걷고 있다. 옥같이 맑은 물이 흐르는 계곡엔 단풍이 곱게 물들어 앞을봐도 아래를 봐도 온통 단풍이다.그야말로 백담계곡은 단풍잔치다. 아픈다리를 끌고 걷는 아스팔트길을 셔틀버스는 바쁘게 오르내리며 등산객을 실어 나른다. 괜스레 버스가 지나가면 심통이 난다. 내가 못타서 그런가?  
약 1시간만에 도착한 매표소 앞 주차장에 도착하자 주차장은 아수라장이다. 등산객들이 타고온 차량으로 초만원이다. 배낭을 차에 벗어놓고 더덕막걸리 한사발을 들이키니 그 맛 또한 일품이다.